“내년 ‘근로자의 날’은 직장인으로 맞고 싶습니다.” 대학생들도 연휴에 학교 도서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청년실업 상황에서 이들은 가족이 아닌 학교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1일 서울의 주요 대학도서관은 취업준비를 하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중간고사 기간이 끝나 개인 열람실은 드문드문 자리가 있었지만 취업스터디가 진행되는 세미나룸은 오전부터 예약률 100%에 달했다. 일부 세미나룸은 자정까지 예약돼 있었다.
졸업을 유예했다는 이수진(25·4학년)씨는 “중간고사 때문에 취업준비를 거의 못해 마음이 초조하다”며 “연휴 기간에 몰아서 취업스터디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중등 임용시험을 준비한다는 박경수(27)씨는 “시험 준비를 제대로 못 해 연휴인데도 도서관을 찾았다”며 “학점관리에 아르바이트 등으로 스터디원들끼리 시간 맞추기 어려운데 연휴 기간에는 쉽게 맞출 수 있어 단기 집중스터디가 많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 내 카페나 인근 스터디룸을 찾아 전전했다. 금융공기업을 취직을 지망하는 박지수(26)씨는 “스터디원들과 함께 학교 세미나룸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어 근처의 스터디카페로 자리를 옮겼다”며 “카페 이용료는 한 시간에 2,000원 정도로 비싸지는 않지만 쌓이다 보면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일부 취준생들은 ‘장미대선’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대선후보들이 아직 현실을 잘 모른다고 꼬집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12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3월 청년실업률은 11.3%로 2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취준생들이 체감하는 수준은 배 이상이라고 말한다. 김준호(29)씨는 “삼성 그룹 공채는 이번이 마지막이고 대기업 공채문도 좁아지고 있어 취준생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대선주자들이 일자리를 몇만 개 만들겠다고 하는데 매번 재탕되는 공약에 쓴웃음만 나온다”고 말했다.
/이두형·변수연기자 mcdj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