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FORTUNE FOCUS|자선을 대물림 하는 가족

KEEPING CHARITY IN THE FAMILY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론 Ron과 마티 코즈 Marty Cordes 부부는 10년 전 자선 재단을 출범시켰다. 자아 정체성 탐색과 시험 운영을 마친 부부의 외동딸이 지금 재단을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티, 론, 스테퍼니 코즈. 코즈 가족은 자선사업의 안정된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 상속 계획을 만들었다.(왼쪽부터) 마티, 론, 스테퍼니 코즈. 코즈 가족은 자선사업의 안정된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 상속 계획을 만들었다.


론 코즈는 지난 2006년 자신의 회사인 애셋마크 투자서비스(AssetMark Investment Services)를 2억 3,000만 달러에 매각하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때 그는 문득 자신과 아내 마티가 외동딸과 돈에 대해 거의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론은 밤낮없이 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당시 16세였던 딸 스테퍼니 Stephanie가 “회사에서 야근수당은 제대로 주는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할 정도였다. 론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CEO는 야근을 한다 해도 시급제로 연봉을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14년이 되었다. 부부의 유일한 상속녀 스테퍼니는 금융의 복잡한 세계에서 한 발짝 더 앞서 있었다. 회계 수업에서 신탁의 정의와 유산 상속에서 신탁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배운 후, 스테퍼니는 자신에게도 그런 게 있는지 아버지에게 물었다. 론은 그냥 어깨를 으쓱거렸다. 론은 “우리에게 그런 건 없다” 말했다. 그러나 코즈 가족의 경우, 1,000만 달러 넘는 자선 재단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탁의 필요성은 매우 큰 상황이었다.

유산 상속 계획에는 쉽게 입에 올리기 힘든 두 가지 주제, 죽음과 세금이 얽혀 있다. 부유한 집안이라고 해서 평범한 가정보다 이런 대화를 쉽게 나눌 순 없다. 하지만 부모가 유산을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할 경우-미국신탁은행(U.S.Trust)에 따르면 부유층은 사망 시 재산의 평균 12%를 기부하고 있다-상속에 대한 대화를 피할 수 없다. 고액자산 전문운용업체 캐프록 그룹 Caprock Group의 매니징 디렉터 그레그 메크Greg Mech는 “목표가 명확하게 제시된” 유산 계획을 상세하게 작성한 가족이 상속 절차를 더 잘 처리한다고 말했다. 코즈 가족도 작년 여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코즈 부부는 지난 2006년 애셋마크의 매각 대금 일부로 코즈 재단(Cordes Foundation)을 설립했다. 설립 목표는 저개발국 여성 기업인에 대한 지원이었다. 공동 회장인 론은 재단의 설립 목표에 부합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배제하는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일례로 이 재단은 고위 경영진에 여성을 기용하지 않는 기업에겐 투자를 하지 않는다. 2014년 현재 코즈 재단의 기부액 100%는 임팩트 투자 원칙에 따라 투자가 진행되어 왔다. 자선단체 오미디 야르 네트워크 Omidyar Network에서 글로벌 임팩트 투자를 총괄하는 폴라 골드먼 Paula Goldman은 론이 코즈 재단의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이고, 관심을 가진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 활동 지원이라는 대의에도 불구하고, 코즈 부부는 딸을 재단 업무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론은 “억지로 시킨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스테퍼니가 자선에 딱히 관심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그녀는 잡지 ‘셀프 Self’에서 광고 판매 업무를 했다. 하지만 4년 전 부모와 함께 멕시코 익스타파 Ixtapa에서 열린 재단 행사 준비에 참여하게 되었다. 스테퍼니는 빈곤 퇴치에 헌신하는 각계 리더 및 기업인 400명과 만난 후, 메르세데스-벤츠의 25만 달러짜리 광고를 판매하는 일이 더 이상 성취감을 주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현재 26세인 스테퍼니는 2014년 부회장으로 재단에 합류했다. 그녀는 뉴욕시 파크 애비뉴 Park Avenue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초인종이 망가져있다)에서 코즈 부부 및 재단 고문들과 원탁에 둘러앉아 정기적인 회의를 갖고 있다. 재단의 사업 목표를 좀 더 구체화하는 결정을 내리는 회의다. 그리고 패션 산업에 대한 스테퍼니의 관심이 재단의 사업목표를 촉진시키고 있다. 이제 재단은 사업을 통해 공동체의 부를 늘리고, 공급망에 여성을 참여시키는 여성 기업인들에게 최우선적으로 투자 및 기부금을 제공하고 있다. 재단의 후원 목록에는 의류 관련 사업도 포함돼 있다. 저개발국 기업인들의 의류 제조설비 증설을 지원하는 미국의 NGO 네스트 Nest가 대표적 사례다.

이 사업에 대한 스테퍼니의 열정을 확인한 코즈 부부는 2015년 여름 딸과의 논의를 거쳐 상속안을 수정해 마침내 신탁을 조성했다. 코즈 부부가 모두 사망하면, 이들의 재산 75%는 신탁을 통해 재단에 전달된다. 재단의 상속분은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관련법이 존속한다고 가정했을 경우다. 공화당 의원들과 트럼프 대통령은 상속세 폐지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스테퍼니는 부부의 자산 25% 중 어떤 것을 상속받을지 선택할 수 있다. 그녀는 연방법상 기준인 545만 달러를 초과하는 상속분에 대해선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상속을 통하면 재단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갖출 수 있다. 론 코즈는 이사진이 반드시 스테퍼니를 차기 회장으로 선출해야 건 아니지만, “그럴 것이라는 충분한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퍼니는 회장으로서 임팩트 투자를 재단의 핵심 투자전략 중 하나로 존속시킬지 결정할 것이다. 또 자신이 참여해 결정한 재단의 현 목표를 해치지 않는 한, 향후 보조금 지급의 방향성을 수정할 수 있는 융통성도 갖게 될 것이다.

스테퍼니가 어떤 선택을 하든, 코즈 부부 사후에도 재단은 그녀를 통해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론은 “부모는 누구나 후대에 발자취를 남기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꿈이 이뤄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는 세 가지 방법
사망 후에도 자선단체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목표를 발전시켜라.
가족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논의하고, 목표 선언문에 적절한 여지를 남겨 후대가 재단에 기여할 길을 열어줘라.

약점을 보완하라.
모두가 투자나 인맥관리를 잘 하는 건 아니다. 가족에게 약점이 있다면, 외부 인력을 영입해 대응하라.

자식이 직접 경험하게 하라.
후계자가 재단 승계 전에 직접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능력을 활용하고 (실패를 겪을) 기회를 갖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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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RYAN DEROUSSEAU

RYAN DEROUSS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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