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봉준호·홍상수 '황금종려상' 품을까

개막 2주 앞...미리 보는 칸 영화제

봉준호 '옥자'·홍상수 '그 후'

경쟁부문 5년 만에 2편 초청

박찬욱 심사위원 선정도 호재

하네케 3번째 수상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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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칸의 계절’

해마다 5월이면 영화 팬 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시선이 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작은 도시 칸으로 쏠린다.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서 최고의 위상을 자랑하는 칸 영화제가 오는 17일부터 28일까지 12일 간의 영화 축제를 벌인다. 올해 70회를 맞은 칸영화제에는 특히 한국 영화가 단편을 제외하고도 5편이나 초청된 데다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에 선정돼 한국 작품의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 등 한국영화가 두 편이나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뿐 아니라 독일 감독 마하엘 하네케가 역대 최다인 세 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대기록을 세울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 심사위원장에는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1988),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 ‘그녀에게’(2002) 등을 연출한 스페인 출신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일찌감치 확정돼 그의 작품 스타일이 수상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끈다.


최근 영화제는 ‘옥자’와 ‘그 후’를 포함한 경쟁부문 후보작 19편을 발표했다. 하네케 감독을 제외하면 거장 대신 중견 감독들이 초청된 게 특징이다. ‘인 더 페이드’의 파티 아킨(독일),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의 노아 바움백(미국), ‘120 비츠 퍼 미닛’의 로빈 캉필(모로코)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전찬일 평론가는 “늘 초청하던 감독들만 초청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비판받았던 칸이 이번에는 새로운 감독들에게도 기회를 준 것이 신선하다”라고 평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 ‘옥자’와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를 비롯해 아마존이 제작한 ‘원더스 트럭’ 등이 대거 칸에 입성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또 국내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과 ‘악녀’가 심야 상영 부분에, 홍상수 감독의 ‘클레어의 카메라’가 특별상영 부문에 각각 초청됐다. 이 섹션들은 경쟁 부문은 아니지만 세계 시장에 선보일 수 기회로 작용한다는 측면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해 ‘부산행’은 심야상영 부문에 초청된 이후 세계 각국에 수출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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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들이 대거 칸에 입성하자 벌써부터 한국 작품에 대한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 동물 옥자와 산골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는 정도만 알려졌다. 틸다 스윈튼·제이크 질렌할 등 외국 배우를 비롯해 안서현·변희봉 등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다. ‘그 후’는 홍 감독의 뮤즈 김민희와 권해효 등이 출연한다는 것만 알려진 상태다. 국내 평단에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전 평론가는 “봉 감독은 상업성과 감독 고유의 색채를 동시에 보유한 몇 안 되는 독보적인 감독이라 소수의 취향이 아닌 대중적인 작품으로 심사위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홍 감독의 작품이 수상한다면 김민희의 여우주연상이 될 듯하고 그럴 경우 베를린에 이어 연이어 여우주연상을 받는 대기록이 되는데, 영화제는 기본적으로 이슈를 좋아하기 때문에 홍 감독의 영화가 초청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시무 평론가는 “영화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시점에서 판단하기 섣부른 감이 있다”라며 “칸이 사랑하는 ‘단골손님’ 홍 감독에게 이번에는 상이 돌아갈 수도 있다”라고 예측했다.그러나 세계적인 거장 하네케 감독의 세 번째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도 저버릴 수는 없다. 난민 사태가 벌어진 현재의 유럽을 배경으로 프랑스 도시 칼레에 거주하는 중산층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해피 엔드’로 이번에 수상할 경우 그는 역대 최다 수상자가 된다. 현재까지 황금종려상의 최다 수상 기록은 2회로 장 피에르·뤽 다르덴 형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에미르 쿠스투리차, 이마무라 쇼헤이, 미하엘 하네케 등 7명이다.

섬세한 감성 연출의 대가인 알모도바르 감독이 심사위원장인 까닭에 여성 감독의 수상 가능성도 높다. 올해 여성 감독은 ‘히카리’의 가와세 나오미(일본),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의 린 램지(영국), ‘매혹당한 사람들’의 소피아 코폴라(미국) 등 3명이 이름을 올렸다. 가와세 나오미는 이번이 5번째 경쟁부문 진출이며, 2007년에는 ‘너를 보내는 숲’으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히카리’는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와 청각장애인 음성해설 작업을 담당하는 여성 사이의 사랑을 그렸다. 린 램지는 소시오패스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케빈에 대하여’를 연출해 이름을 알렸으며, 이번 출품작은 참전 용사와 그가 구한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에 대해 고찰했다. 또 ‘대부’를 연출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매혹당한 사람들’은 1971년 개봉작인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미국 남북전쟁 중 여학교에 부상당한 군인이 치료를 위해 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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