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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불한당’ 임시완의 성장...‘의리’와 ‘의심’의 간극

남남케미, 그리고 범죄액션. 그래서 보아야 할 영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 이하 불한당)은 메시지로 보기보다 감각으로 봐야 할 영화다. 수많은 한국 영화들이 투톱의 남자 배우를 데리고 범죄액션물을 선보일 때 ‘불한당’이 나온 것은 큰 도전이었다. 이 영화는 스타일리쉬함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2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는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선공개 됐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액션드라마.

영화는 재호와 현수가 교도소에서 만나 인연을 맺는 과정부터 출소 이후에 ‘마약범죄’로 ‘의리’를 이어나가는 이야기를 그리며 두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버려진 새끼”라는 공통점을 안고 서로에게 연민과 동질감을 느낀 재호와 현수는 세상 둘도 없는 의형제로 거듭난다. 하지만 현수를 둘러싼 환경과 재호의 어긋난 의중이 둘 사이를 밀고 당기게 만든다. ‘의리’와 ‘의심’ 사이를 줄다리기하는 이들에게서 인간관계의 다변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관계 표현을 능숙하게 해낸 배우들의 내, 외적 노력이 돋보인다. 설경구와 임시완은 일단 20세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반말까지 섞는 애틋한 ‘의형제 케미’를 보인다. 교도소에서 만나 거친 욕설까지 오가며 켜켜이 쌓은 거친 세계관 속에서 두 사람은 돈독한 우정을 과시한다. 그렇게 막역하게 싹튼 관계는 서로가 야망과 배신의 이빨을 드러냄으로써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이를 순식간에 오가는 설경구와 임시완의 톤 조절이 영화의 텐션을 극명하게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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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사진=CJ엔터테인먼트


‘믿고 보는 배우’ 설경구의 타고난 악인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무엇보다도 임시완의 성장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미생’, ‘변호인’, ‘오빠생각’으로 선보인 착한 이미지에서 최근 ‘원라인’으로 ‘악’에 눈을 뜨더니 ‘불한당’에서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거친 발언을 스스럼없이 내뱉으며 표정을 자유자재로 구기는 거친 임시완의 연기가 퍽 훌륭하다. ‘원라인’에서는 특유의 순진무구함으로 상대를 속이는 악인이었다면, ‘불한당’에서는 내면부터 차오른 악을 있는 그대로 표출시킨다. 극 초반 치기어린 면모부터 재호를 닮아가며 점차 잔인함으로 점철된 악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온전히 전달한다. 입체적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한 임시완이 보일 앞으로의 캐릭터들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설경구X임시완’ 외에도 조연들의 뒷받침 연기 또한 탄탄하다. 현수를 의심하고 뒤를 쫓는 오세안무역의 왼팔 병갑 역을 맡은 김희원은 지금까지 쌓은 재호와의 관계를 파고든 현수를 경계하며 악인 중에 또 하나의 ‘의리’를 외친다. 틈틈이 유머를 섞으며 김희원표 정감 있는 악인의 톤을 유지한다, 전혜진의 ‘걸크러쉬’는 이번 작품에서도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오세안무역의 조직적 비리를 노리는 경찰 천팀장으로 분한 전혜진은 오세안무역 회장 고병철(이경영)과 능글능글한 농담으로 신경전을 펼치는 것부터 유일한 홍일점임에도 독창적인 카리스마로 장면을 휘어잡는다.

무엇보다 ‘불한당’의 미덕은 스타일리쉬함이다. 최근 각종 남자영화와 범죄액션 장르가 범람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불한당’은 쉴 틈 없는 미장센과 장르적 허세가 장점으로 작용해있다. 교도소 안팎의 장면에서 비비드한 색감을 제대로 입힌 것부터 임시완의 1인칭 시점을 강조한 아이폰 촬영, 그리고 상식을 비튼 과감한 카메라 무빙 등 촬영팀과 감독의 연출에서 신경쓴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는 80~90년대 번성한 홍콩영화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리즘으로 마감돼 ‘불한당’만의 색채를 제대로 드러낸다.

결국 이 영화는 ‘의심’과 ‘의리’의 간극,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도 살아나는 미장센을 보는 재미로 접근해야 만족스럽다. 많은 영화들이 ‘메시지’에 강박을 느낄 때 가슴으로 보는 장르로 독창성을 강조했다. 영화의 이 같은 분위기가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 되는 데 크게 일조한 것 같다. 18일 개봉.

/사진=CJ엔터테인먼트/사진=CJ엔터테인먼트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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