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제발, 이것만은 바꿉시다] 목줄 풀린 애완견에 전동킥보드 곡예운전까지...공원은 무법천지

< 4 > 민폐 끼치는 공공장소 비매너

대형견 활보에 개똥 굴러다녀

음식쓰레기 뒤섞여 악취 진동

찜질방선 아이들 뛰고 장난

목욕탕은 물놀이공원 방불

방치하는 부모들이 더 문제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 입구에 애완견에게 목줄을 채울 것을 당부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변수연기자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 입구에 애완견에게 목줄을 채울 것을 당부하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변수연기자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서 한 시민이 원반을 던지고 목줄이 채워지지 않은 대형견이 이를 물어오고 있다. /변수연기자지난 2일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서 한 시민이 원반을 던지고 목줄이 채워지지 않은 대형견이 이를 물어오고 있다. /변수연기자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애완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변수연기자지난 2일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애완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변수연기자


지난 2일 오후2시께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한 시민이 애완견들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변수연기자지난 2일 오후2시께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한 시민이 애완견들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변수연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잔디 위에 20대 남여가 서로 부둥켜 안고 누워 있는 모습을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신다은기자지난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잔디 위에 20대 남여가 서로 부둥켜 안고 누워 있는 모습을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신다은기자


지난달 23일 오후1시께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목줄을 매지 않은 대형 반려견 한 마리가 공원을 활보하고 있었다. 주변 어린아이들이 겁에 질려 여기저기서 울음을 터뜨리자 반려견은 더 날뛰었다. 잠시 후 20대로 보이는 애완견 주인이 나타나 “쿠키”라고 부르고 나서야 애완견은 주인 곁으로 달려갔다.


이날 선유도공원에는 봄을 만끽하기 위한 시민들이 모여들면서 반려동물도 눈에 띄게 많았다. 공원 한쪽 하수구에는 이날 반려견들이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를 보여주듯 음식물과 배변물 냄새가 섞여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선유도공원 관리인 김모(45)씨는 “개똥은 눈에도 잘 안 띄어 찾기도 힘들다”며 “개똥을 밟았다며 애완견 입장을 금지해달라는 민원이 자주 들어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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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서울 용산구 용산가족공원에서는 ‘공원의 무법자’ 전동 킥보드를 타고 등장한 남성이 말썽이었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남성은 킥보드를 타고 공원을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아이들 손을 잡고 걸어가던 부모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킥보드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이 남성은 코너 길에서 묘기를 부리듯 몸을 틀어 곡예 운전하면서 잔디밭 주변을 두 바퀴 더 돌고 나서야 공원을 빠져나갔다.

전동 킥보드나 전동 휠을 공원에서 타는 행위는 금지돼 있고 현수막도 걸려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최근 공원에서 전동 승용기구로 인한 충돌 사고가 늘어나면서 주요 공원에서 단속을 강화했지만 실제로 이들을 제지하기는 쉽지 않다. 시속 30~40㎞ 속도로 지나쳐버리는 전동 승용기구 이용자를 붙잡아 신고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대형 찜질방에서는 아이들이 ‘민폐족’이었다. 찜질방 대형 홀에는 주중에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찾은 손님들이 곳곳마다 자리를 잡고 누워 스마트폰을 보거나 잠을 자고 있었다. 갑자기 남탕으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어린아이 3명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잠을 깬 이용객 몇몇은 아이들을 피해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한마디만 건넨 뒤 다시 대화에 집중했다. 채 1분도 되지 않아 아이들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목욕탕 안도 사정은 마찬가지. 냉탕을 점령한 아이들 10여명이 큰소리로 떠들어 물놀이공원을 방불케 했다. 물장난을 심하게 쳐 차가운 물이 탕 밖으로 쉼 없이 튀었고 심지어 냉탕 안에 침을 뱉거나 코를 풀기도 했다. 목욕을 즐기던 사람들은 아이들을 쏘아 보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들을 제지하는 어른은 없었다. 찜질방 관계자는 “목욕탕 안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을 제지하다가 아이 부모와 싸움이 나는 경우가 많아 다들 불편하지만 그냥 참는 것 같다”며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아이들 행태를 그대로 놔두는 부모가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즐겁게 외식을 즐기는 식당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비(非)매너가 종종 눈에 띈다. 너무 큰 소리로 대화해 다른 손님들을 불편하게 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특히 술을 한잔 걸치면 이런 소음은 더 심해진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이모(43)씨는 “자기들끼리는 즐거운 대화겠지만 식당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소음일 뿐”이라며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식당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아 식당 분위기를 해치는 부모도 꽤 많다.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볼륨을 너무 크게 해 옆 테이블을 불편하게 하거나 아이들이 식당을 뛰어다니면서 헤집고 다녀도 제지하지 않는 부모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식당에서는 뜨거운 음식이 오가는 만큼 자칫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아찔한 장면을 목격하기도 한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아 때부터 공공장소에서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철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성인의 경우에는 공공장소에서는 항상 주변을 둘러보고 스스로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성욱·변수연·김우보·신다은기자 secret@sedaily.com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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