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대선 후 한국' 낙관하는 외국인] 外人 "정치 리스크보다 펀더멘털"...'코리아 디스카운트' 벗어나나

북핵문제·대선결과 아닌 기업실적 등에 베팅

싼 주식서 싸고 매력적인 주식 '업그레이드'

채권시장도 '바이코리아'...원화채 100조 돌파

코스피지수가 6년만에 최고치를 갱신하며 2240선에 안착한 4일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색종이를 뿌리며 축하하고 있다. 이날 4일 코스피지수는 전장대비 21.57포인트(0.97%) 상승한 2241.24에 장을 마감했다./권욱기자코스피지수가 6년만에 최고치를 갱신하며 2240선에 안착한 4일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색종이를 뿌리며 축하하고 있다. 이날 4일 코스피지수는 전장대비 21.57포인트(0.97%) 상승한 2241.24에 장을 마감했다./권욱기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는 애증의 대상이다. 정보력이 뛰어나고 자금력이 두둑한 탓에 투자 방향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증시의 향배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초중반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 때만 하더라도 기관투자가 가운데서 투신권이 외국인의 대항마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단일 세력으로서는 증시 지배력이 가장 높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의 현금지급기(ATM) 노릇을 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불만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날 코스피가 지난 6년간의 박스피를 뚫을 수 있던 원동력도 바이코리아(Buy Korea)에 나선 외국인으로부터 나왔다. 지난 2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시가총액은 528조9,245억원이다. 전체 시가총액(1,441조1,518억원) 대비 36.70%로 연중 최고치다.

외국인은 왜 국내 주식을 사들일까. 불과 5일 뒤 대통령선거가 있고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할인)의 주범으로 꼽혔던 북핵 리스크도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닌데 외국인의 순매수세는 강화되고 있어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해답은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눈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외국인투자가는 대선과 북 핵실험 등 이벤트성의 리스크에 휘둘리기보다는 기업실적과 배당확대 등 증시에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펀더멘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일 기준 유가증권상장사 가운데 1·4분기 실적을 발표한 94개 종목(전체 시가총액의 66.7%)의 합산 순이익은 26조2,000억원으로 순이익 추정치 23조1,000억원을 13.6% 웃돌았다. 이는 지난해 1·4분기 전체 순이익 26조4,000억원의 99% 수준으로 앞으로 발표될 실적은 ‘덤’인 셈이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4분기 실적은 보수적으로 예상해도 33조원 안팎으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며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 코스피 기업들이 100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시장 기대치가 130조원에 달해 증시 기초체력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권을 뚫은 증시가 실적을 기반으로 스스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굴레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반도 리스크는 더 이상 마이너스 요인이 아니라 해소될 때 더 강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대선 이후 북한 리스크 등 잠재적 안보위험 요인이 소강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기업의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이 글로벌 증시 대비 여전히 싸다는 점은 외국인의 군침을 돌게 한다. 한국 주식이 ‘저렴하기만 한 주식’에서 ‘매력적이면서도 저렴한 주식’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얘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84배(3월17일 기준)로 미국(S&P500 18.63배), 영국(FTSE100 14.94배), 일본(닛케이225 16.04배) 대비 저평가돼 있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는 삼성전자가 올해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계획을 발표하고 1·4분기에 처음으로 분기 배당을 실시하는 등 상장사들의 주주친화정책이 확대되는 점도 외국인 입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요인이다.


대선 이후 새 정부 출범에 대한 외국인의 기대도 매수세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통계를 보면 대통령선거가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뀐 13대 대통령부터 18대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코스피 수익률은 임기 1~2년차 때가 23~26%로 가장 좋았고 이후 수익률은 떨어졌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선이 종료되면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관점에서 주식시장은 더욱 상승 타력을 받을 것”이라며 “19대 대통령은 임기 시작과 더불어 코스피 사상 최고치에서 출발하는 첫 대통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일각에서는 최근 외국인의 순매수 확대가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우려가 줄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신흥국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대우와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주(4월20∼26일) 한국에 투자하는 전 세계 투자펀드는 16주 연속 순유입을 지속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경제는 선진국으로의 수출 증가 및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성장률이 반등하고 있다”며 “실적 모멘텀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신흥국 주식시장이 선진국 주식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열풍은 채권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의 원화 채권 보유액은 지난달 26일 100조3,002억원으로 1년 2개월 만에 10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경제와 기업 실적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올 들어서만 10조원어치가 넘는 채권을 매수한 결과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7%로 올렸다. 긍정적으로 변한 거시경제 전망에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 채권 중 만기 5년 이상 장기 채권 비중은 지난해 1월 21.3%에서 지난달 25.5%로 높아졌다. 한국 경제의 중장기 미래를 밝게 보는 외국인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민우·유주희기자 ingaghi@sedaily.com

서민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