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年16조 약속했던 朴정부 9조밖에 못줄였는데...

■대선후보 재정절감으로 10조이상 확보 가능할까

목표치 높아 현실성 떨어져

SOC·산업지원 등 타깃 전망

무리수 땐 되레 부작용 커져







박근혜 전 대통령은 18대 대선 때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증세 없이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달성할 주요 수단으로는 ‘재정 지출 절감’을 내세웠다. 불필요한 재정 지출이나 유사·중복 국가 사업이 많기 때문에 이런 것들만 줄여도 연평균 16조3,000억원이라는 큰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금액은 전체 필요 재원 26조9,000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수준(60.5%)이기도 했다.

재정 당국은 박 전 대통령의 공언을 달성하기 위해 재정 절감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사·중복 사업 689개를 통폐합했다. 당초 목표 600개를 초과 달성한 것이다. 나랏돈 누수가 많다고 지적된 보조금 사업은 10%를 줄였다. 미시적으로도 갖은 아이디어를 짜냈는데 가령 상수도 사업을 할 때 신규 정수장 건설을 자제하고 기존 정수장에서 물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진행하거나 인구주택총조사의 조사 방식을 간소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계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 2013~2016년 4년 동안 재정 절감으로 확보한 재원은 약 36조원으로 연평균 9조원에 그쳤다. 국가 재정 가운데 재량 여지가 적은 복지 급여, 공무원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중요도가 높은 국가 사업 등을 빼면 실제 조정 가능한 예산은 60조원 정도에 그쳐 파격적인 재정 절감이 애초에 어려웠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마다 재정 건전화를 시행한 덕분에 불필요한 사업은 이미 상당 부분 정리된 이유도 있다.


재정 절감이 잘 안 돼 나랏돈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박근혜 정부는 결국 담뱃세 인상, 연말정산 방식 조정 등 우회적인 증세를 할 수밖에 없었다. ‘꼼수 증세’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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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차기 정부는 어떨까. 현재 주요 대선 후보들의 재원 마련 대책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는 필요 재원 연평균 35조6,000억원 가운데 51.7%인 18조4,000억원을 재정 절감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절대 액수는 박근혜 정부보다도 크다. 재정 개혁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지만 목표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철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재정 절감 목표치가 각각 연평균 9조9,000억원과 7조원으로 문 후보보다는 적지만 역시 달성을 장담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과도한 ‘재정 허리띠’ 조이기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대선후보들이 복지 분야 재정 지출은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재정 절감은 결국 사회간접자본(SOC), 산업 지원 등 경제 분야 예산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경제 예산은 이미 많이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제 예산은 2009년 7.2%에서 2014년 5.2%로 감소했다. 2014년 기준 OECD 29개국 평균 4.8%에 근접한 것이다.

김정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은 그동안 경제 예산 지출이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재정 절감 우선순위로 설정한 것은 타당했으나 앞으로도 과도하게 경제 예산을 줄이면 자칫 경제 활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절감이라는 손쉬운 수단만 강조할 게 아니라 현실성 있는 재원 마련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규 재정학회장은 “책임 있는 대통령 후보라면 현실적인 재정 절감 목표를 제시하고 증세 필요성에 대해서도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 확장만 말할 것이 아니라 재정 건전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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