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벨기에의 국방부 장관이 한국 파병을 강력히 주장해 이를 관철한 데 이어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직접 총을 들고 한국전에도 참전했던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김형진 주(駐)벨기에·유럽연합(EU) 대사는 4일(현지시간) 낮 벨기에 브뤼셀 외곽의 대사관저에서 벨기에·룩셈부르크에 거주하는 한국전 참전용사 부부와 유족 등 100여명을 초청해 ‘한국전 참전용사 위로행사’를 가진 가운데 앙리 모로 드 멜렌 전 벨기에 국방장관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멜렌 전 장관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고향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2차대전이 발발하자 참전했으며 전후에는 기독사회당 소속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고 1948~1949년까지 법무부 장관, 이어 1950년 6월8일부터 8월16일까지 70일간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국방부 장관이 된 뒤 17일 만에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벨기에의 한국전 참전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그해 7월22일 1개 보병대대를 파병하기로 하는 것을 관철했다.
그러나 왕정주의자였던 그는 독일 나치에 의해 폐위됐던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3세에 대해 정치권이 그의 2차 대전 당시 행적을 지적하며 왕위 자격을 문제 삼자 이에 환멸을 느껴 그해 8월 국방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 파병을 위해 창설된 ‘벨기에 유엔군사령부(BELGIUM UNITED NATIONS COMMAND)’에 재입대했다. 이로써 그는 벨기에군을 지휘하던 국방부 장관에서 현역 소령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더욱이 그는 ‘벨기에 유엔군사령부’의 부대장도 아닌 ‘넘버2’로서 한국전에 참전했다.
벨기에는 다섯 차례에 걸쳐 모두 3,498명을 한국전에 파병, 106명이 전사하고 350명이 부상하는 등의 희생을 치렀다.
한편 행사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멜렌 전 장관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으로 진정한 자유 수호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