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현행 건강보험개혁법(AHCA·오바마케어)을 대체할 법안인 ‘트럼프케어’가 재수 끝에 하원을 통과했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래 미 의회에서 주요 법안이 통과된 것은 처음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동력 회복에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미 하원은 4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트럼프케어를 표결에 부쳐 찬성 217표, 반대 213표로 가결했다. 법안은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지고 공화당 의원 20명도 찬성하지 않으면서 불과 4표 차로 하원을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말 당내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코커스’의 반대로 단독 처리가 불가능해지자 이를 전격 철회한 뒤 법안을 수정해 가결에 성공했다.
이 법안은 건강보험 의무가입 규정을 없애고 연령에 따른 세액공제를 도입하는 원안이 핵심으로 강경파 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환자에 대한 높은 보험료 부과 금지 △최소보험보장 의무화 등 오바마케어의 핵심 조항에 주별로 예외를 적용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트럼프케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직접 입법을 추진한 ‘1호 법안’이다. 취임 4개월여 만에 나온 트럼프 행정부의 첫 법안은 일반의 예상과 달리 미국의 다른 행정부에 비해 속도가 빨랐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가장 빠른 핵심법안 통과 기록이라는 게 백악관의 자평이다.
백악관은 조기 입안 성공으로 그간의 행정명령 불발이 초래한 국정 신뢰도 추락을 만회하고 동력 회복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건강보험개혁안인 트럼프케어가 우여곡절 끝에 미국 하원을 통과하자 백악관에서 이를 자축하는 의미의 기자회견을 열고 “오바마케어는 죽었다”며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매우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악관의 기대와는 달리 법 시행까지는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는 평가다. 공화당은 상원에서 과반 의석을 겨우 한 석 넘는 52석을 가진데다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케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이번 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고소득층과 중산층·기업 등은 혜택을 받는 반면 저소득층과 64세 이상 노인층은 오히려 보험료 인상이라는 부담을 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의회예산국(CBO)은 트럼프케어가 본격 도입되면 오바마케어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된 대부분의 사람은 무보험이 되며 오는 2026년까지 2,400만명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상당한 법안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최종 법안의 형태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내 강경보수파인 프리덤코커스에서 트럼프케어가 ‘무늬만 개정안’이라고 비판하자 발의를 전격 철회하고 사실상 오바마케어의 흔적을 모두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