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전직 경제장관들 10대 제언]새정부 석달이 5년 좌우...공약 다이어트하고 '협치의 묘' 살려야

①다 지키려다 역효과...모든 공약 잊고 재점검

②작은 청와대로 장·차관과 직접소통

③단기 정책보다 중장기 로드맵에 중점

④경제체질 개선해 선순환 구조 이뤄야

⑤초당적 협력으로 난국극복·사회통합





전직 경제부처 장관 7인은 새 대통령이 당선 후 3개월간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앞으로 임기 5년을 좌우할 것으로 봤다. 사상 초유로 대통령 탄핵인용에 따른 보궐선거로 당선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첫 단추가 정말 중요하다는 얘기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설계한다는 각오로 유세과정의 공약에 너무 집착하거나 전 정권들과 같이 단기 정책에 몰두하기보다는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긴 호흡의 정책에 역량을 집중하라는 제언이 많았다.

①모든 공약 잊고 우선순위 다시 정해야=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말인데, ‘대통령이 된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약을 잊어버리는 것’”이라며 “경제의 기본 철학을 잊지 않는 선에서 공약은 잊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복지 공약 중 재원조달 등에 있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많고 세세한 부분에서 상충되는 공약도 있는데, 이를 다 지키려다 보면 스텝이 꼬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국민들이 체감하고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1차 과제”라고 강조했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법무법인 세종 고문)도 “각 후보의 선거 공약이 미주알고주알 많다”며 “다 하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야 할 일을 20가지 정도로 줄이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역할이 필요없이 각 부처의 시스템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놔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②청와대 줄이고 장·차관과 직접 소통하라=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은 “대통령제에서는 청와대가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지금은 청와대 역할이 너무 커졌는데, 확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제수석비서관 등이 경제금융비서관, 각 부처에서 파견 나온 행정관에게 업무지시를 하면 이들이 각 부처 장·차관에게 전달하고 이것이 일선에 퍼져 업무가 이뤄지는 구조였다. 거치는 절차가 너무 많아 지시가 왜곡되는 등 비효율성이 컸다. 진동수 전 위원장은 “일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대통령이 장·차관과 직접 소통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서관·행정관이 많아지고 이들이 주요 업무가 아닌 각 부처 인사까지 공공연히 관여했는데 이 같은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청와대는 큰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고 청와대 내 각 수석실도 꼭 필요한지 검토하고 필요 없다면 과감하게 없앨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③단기정책보다 중장기 미래 지향해야=홍석우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그동안의 경제정책이 너무 단기 위주로 가면서 혼란이 거듭된 느낌이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역발상으로 미래지향적인,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구조개혁을 추진한다면서도 진도를 별로 빼지 못하고 집권 4년간 3번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부동산 규제 완화 등 단기정책에 치중한 경향이 강했다. 홍석우 전 장관은 “단기 정책은 부처에서 계속 해오던 것을 자율성을 갖고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경제상황이 시급하다고 할수록 대통령은 중장기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중심을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역대 정부가 당장의 경제가 급하다며 뒷전에 둬 발등의 불이 돼버린 인구 문제에 신경 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진동수 전 위원장도 “우리 경제가 5년, 10년 뒤에 무엇을 먹고살 것인지를 생각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④경제체질 개선 곳에 재정 집중 지원해 선순환 만들어야=나랏돈을 투입하는 곳 역시 우리 중장기 경제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데 집중해 경제의 선순환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전광우 전 위원장은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경제에 활력을 높이는 부분에 재정을 쏴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일부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공적인 자리를 만드는 것보다는 민간기업에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재정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구조조정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한진해운 사태 등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은 큰 그림을 보고 했다기보다 단편적인 시각에서 단행한 측면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으로는 본격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낙오하는 사람들의 재기를 돕는 사회 안전망 강화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산업 재편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중장기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⑤ 국난 극복의 길은 협치와 사회 통합뿐=정치권의 협치를 이끌어내는 리더십도 필수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회는 여소야대고 선진화법으로 경제 법안의 국회 통과가 막힐 수 있다”며 “새 대통령은 협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 대통령이 당적을 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이 탈당하면 여야가 없어진다. 대통령이 정말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며 국회에 힘을 모아달라는 강력한 신호가 되고 국회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촛불·태극기 집회 등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대래 전 위원장은 “대통령 유고 중 손을 놓고 표류하고 있는 것들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무엇보다 사회통합을 위한 사회자본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단 촛불·태극기 집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상호 불신, 비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강광우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