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지금 투표소는]장애인 유권자 "투표 날마다 부족한 장애인 복지 실감"

9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56·지체장애 1급) 상임대표가 투표를 하러 방문했다./연합뉴스9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56·지체장애 1급) 상임대표가 투표를 하러 방문했다./연합뉴스


19대 대통령 선거 당일인 9일, 장애인 유권자들도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이들은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투표소로 인해 투표 날마다 아직 부족한 장애인 복지를 실감한다고 했다. 차기 대통령에 장애인 복지 증진과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 폐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56·지체장애 1급) 상임대표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서울 강동구의 강일초등학교 투표소를 찾았다. 박김 대표는 “국민을 두려워할 것 같은, 국가를 정말 필요로 하는 사회 약자가 누군지 아는, 안 된다는 말보다는 되게 하려는 사람을 뽑았다”고 말했다. 또 “차기 정권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빨리 폐지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서른 살 넘어서야 투표를 시작했다. 그전에는 가족들이 ‘넌 안 해도 돼, 너까지 뭘 가려고 해’라고 했다”면서 “내게 투표는 사치처럼 보였다. 그러다 서른 살 넘어서 ‘나도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첫 투표소에 계단이 너무 많아서 선관위 직원들이 나를 들어 올려서 옮겼다”고 전했다. 박김 대표는 “사실 오늘은 크게 불편하지 않았는데 문제는 사전투표”라며 “엘리베이터도 없이 2층이나 3층에 사전투표소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장애인 보고 불편을 감수하라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노들장애인야간학교 학생 김명학(59·뇌병변장애 1급)씨는 사전투표소를 직접 찾았다가 투표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투표 첫날 창신1동주민센터에 갔는데 투표소가 2층에 있고 보행로가 따로 없어 혼자 갈 수가 없었다”며 “관계자가 나를 안아 올려서 옮기겠다 했지만 거절했다”고 했다. 김씨는 “기표소 하나를 임시로 1층으로 옮겨주겠다고도 하는 등 이런저런 배려를 해주셨지만 나는 유권자로서 비장애인과 똑같은 조건에서 투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별대우하듯 나를 들어 올리거나 기표소를 옮기는 건 제대로 된 평등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날 김씨가 찾은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체육관 투표소는 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돼 투표가 가능했다. 김씨는 “나는 1급 장애인인데 부양가족과 직업이 있다는 이유로 일반 장애인으로 분류됐다”며 “최저임금을 받고 있지만 기초생활수급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활동보조인을 신청할 때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대통령은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면서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장애인단체 모임 ‘2017대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달 4∼5일 시행된 사전투표에서 전국 총 3,516개 투표소 중 18.3%에 달하는 644개 투표소가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의 경우 424곳 중 37.7%인 160곳이 접근 불가능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

김민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