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릴레이 특별기고 새 정부에 바란다] 유연한 일자리 정책 펴라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공공부문 채용 무작정 확대하면

경제효과 적고 재정부담 눈덩이

경찰·소방 등 대체불가 영역 한정

민간 부가가치 창출 지원 나서야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제19대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행정부가 차츰 구성되고 있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본인과 주변의 기쁨도 잠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막중한 책무가 어깨 위에 놓인 시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들이 새 대통령에게 해결을 기대하는 과제의 무게는 커질 것이다.

대부분의 대선후보가 강조했듯 앞으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과제는 고용과 일자리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정책들이 절실하다. 혹자는 경제성장률을 신경 쓰지 않고 살면 어떠냐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가 여전히 경제성장률에 관심을 갖는 중요한 이유는 경제 성장이 고용의 양과 질을 담보하는 필요조건이라는 점이다.


최근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며 한국 경제는 전례 없는 고용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2017년 1·4분기 공식 실업자만 120만명까지 치솟으며 4.3%의 실업률을 나타냈다. 취업준비생, 주당 18시간 미만 근로자 등 사실상의 실업자까지 포함하면 400만명 이상이다.

더욱이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서 청년층의 사정은 특히 나빠졌다. 기업 입장에서 앞으로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장기간 고용해야 하는 정규직 채용을 줄일 뿐 아니라 경력은 적으면서 오랜 기간 고용 부담을 가져야 하는 청년층은 채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지난 3월 청년실업률은 11.3%에 달했고 아르바이트생이나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해 ‘고용보조지표3’으로 파악한 체감 청년실업률은 24%에 달한다.


노동시장 상황이 절박해 공공 부문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경기 침체의 와중에도 긴축적인 재정 운영으로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한 것을 교정할 필요도 있다. 명시적인 담뱃세 인상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조세 징수를 강화해 암묵적으로 사실상의 증세에 나섰고 이로 인해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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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지언 이론에서는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처방을 내린다. 장기 성과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단기 대응으로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효과를 발휘하려면 두 가지 유의할 조건이 있다. 첫째, 정부지출 증가는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에 집중돼야 민간 소비와 투자를 자극할 수 있다. 둘째는 정부지출 확대가 향후 세금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되면 결국 경제주체들은 미래의 세후(稅後) 가처분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투자와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지출의 전체 규모와 적절한 중단 시점의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이런 두 가지 측면에서 공무원 일자리 확대는 채용과 유지에 상당한 재정이 소요되지만 그것이 경기 전반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소득이 낮거나 자산이 적은 순서대로 공무원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추가된 일자리가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로 직결되지 않고 소비와 경기 부양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또 공무원 인건비처럼 막대한 재원이 영구적으로 필요한 방식으로 정부지출을 확대하면 국민들은 장기적으로 세금 징수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기 쉽다. 이에 따라 미래 가처분소득의 감소를 예측하면 오히려 소비와 투자를 줄여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

공공 부문의 고용 확대는 경찰·소방같이 민간에서 대체하기 어려우면서 서비스가 꼭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일자리 확대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다. 정부지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출 가운데 직접 소득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저소득 계층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정부가 직접 인건비로 지출하기보다 민간에서 지속 가능한 형태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경제 성장을 견인해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사업에 초점을 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젊은 인재들이 너도나도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현재의 사회 분위기를 더욱 강화해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국민이 원하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공약의 대원칙과 정신은 살리되 공약에서 이야기한 구체적인 수치에 집착하기보다 선거 기간 중 지적받은 조언들을 참고해 진정으로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드는 유연하고 열린 행정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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