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캥거루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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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미국에서 흥미로운 통계가 나왔다. 유명 아파트 렌털 전문업체 아보도(Abodo)가 미국의 16개 대도시에 사는 18~34세 젊은 층을 조사해보니 10명 중 3명이 부모와 살고 있는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애미·로스앤젤레스·뉴욕은 4~5명꼴이었다. 이들 중에는 분가했다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부모에게 돌아온 ‘연어족’도 상당수였다.

서양에서는 자식이 성년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한다는 통설과는 딴판이다. 이런 현상은 기본적으로 일자리 부족 탓이다. 여기에 학자금 대출을 짊어지고 있는데다 렌트비마저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이라고 한다. 볼티모어 지역의 경우 젊은 층의 월 소득은 1,184달러인데 월평균 렌트비는 1,318달러에 달해 수입으로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다.


유럽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유로스타트가 이달 초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젊은이들의 독립 시기는 평균 26.1세였다. 스웨덴이 19.7세로 가장 빠르고 룩셈부르크·네덜란드·독일 등은 대략 23세였다. 반면 청년실업률이 높은 남유럽의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 젊은이들은 30세가 돼서야 홀로서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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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족이 양산되는 것은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달 20~30대 성인에게 물어보니 절반(50.2%)이 ‘나는 캥거루족’이라고 답했다.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람이 무려 90.6%나 됐고 고정수입이 있는 직장인 가운데서도 84.3%가 부모에게 손을 벌리고 있었다. 취업은 안 되고 집값은 계속 오르니 부모 품을 떠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힘든 자녀를 부모가 외면하기는 힘들지 싶다. 자식을 경제적으로 뒷바라지해야 한다고 느끼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엊그제 보고서를 보면 부모 10명 중 4명이 적어도 취업 전까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8년 전 조사에서는 이런 응답이 26.1%에 그쳤다. ‘평생 동안 케어’도 0.6%에서 2.3%로 4배나 늘었다. 이래저래 부모 노릇 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세상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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