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사와 재정을 총괄하는, 이른바 안살림 권한을 갖는 막강한 총무비서관 자리는 그동안 대통령 최측근들이 맡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도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씨가 총무비서관을 맡은 것이 대표적 사례.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총무비서관 자리에 예산정책 전문 행정 공무원인 이 비서관을 임명, 철저히 시스템과 원칙에 따라 청와대 살림을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 신임 비서관은 엘리트 공무원 집합소인 기재부 내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하고 있다. 행정고시가 아닌 7급 공채 출신으로 고시 출신도 맡기 어려운 기재부 국장직을 역임했다.
경남 합천 출신으로 1992년 공직에 입문해 기획예산처와 기재부에서 주로 예산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어 청와대 업무가 낯설지 않은 점도 이번 발탁에 고려된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재부 예산실 근무 경험이 긴 데다 1천 명이 넘는 대부처인 기재부의 인사과장을 맡았던 만큼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적격자라는 것이 이 비서관을 아는 이들의 공통된 평가. 일 처리 역시 깔끔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
기재부의 한 공무원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이면 인사와 예산을 잘 알아야 하는 만큼 이 비서관이 전문성이 있다”면서 “정치적인 색채도 없어 적합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스타일로 직원들에게 인기가 좋다”면서 “문제가 있으면 본질에 접근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상의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통상 기재부 출신이 가는 청와대 경제수석실이나 정책조정수석실이 아닌 총무비서관에 기재부 출신이 임명된 데 대해 다소 놀라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공무원은 “총무비서관은 살림살이는 하는 곳인데 기재부 출신 공무원이 임명된 것은 이례적이지만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