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물리탐사·지반공학·ICT 결합…어디서든 간편하게 지반조사

■ 이종섭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

이동 쉬운 동적 콘 관입기 개발

MRI로 사람 몸속 들여다보듯

시간·장소 관계없이 측정 가능

싱크홀·산사태 등 미리 막고

연약지반·극지 연구에도 도움

기존 표준관입시험(사진 왼쪽)에는 사람 키보다 3배 이상 큰 중장비가 필요해 시간·공간적 제악이 많았다. 이종섭 교수팀이 개발한 동적 콘관입기(오른쪽)는 한 사람이 들고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해 어디서든 측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사진제공=이종섭 교수기존 표준관입시험(사진 왼쪽)에는 사람 키보다 3배 이상 큰 중장비가 필요해 시간·공간적 제악이 많았다. 이종섭 교수팀이 개발한 동적 콘관입기(오른쪽)는 한 사람이 들고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해 어디서든 측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사진제공=이종섭 교수




아파트나 교량·철도·공장 등 건축물을 짓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은 토대가 되는 땅, 지반에 대한 조사다. 지반이 불안정하지는 않은지, 자연적·인위적 결함은 없는지, 지층분포와 토질·지반 강도는 어떠한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안전한 구조물을 건설할 수 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싱크홀(지반이 가라앉아 생기는 구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사전 작업이다. 그러나 광범위한 지반정보를 제대로 수집하고 조사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5월 수상자로 선정된 이종섭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가 개발한 지반조사기법과 실험장비는 이 같은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지구 물리탐사에서 주로 사용되는 탄성파 기법 등을 지반공학 기술에 접목, 광범위한 지역에 걸친 지반의 특성을 정확하고 빠르게 해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파동의 속도를 측정해 넓은 지하구조의 형태 등을 단기간에 파악하는 물리탐사의 장점과 실제 지반의 특성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지반공학의 장점을 결합한 셈이다.

지반 해석과 평가 시스템에도 다양한 평가기법을 융합했다. 공간 내에서 변화하는 특성이 강한 불안정한 지반 물리량을 확률변수로 보고 통계적 접근을 시도하는 지구통계기법, 지반의 공간적 분포와 변화양상을 추정하는 단층촬영법 등 다채로운 해석기법이 측정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 활용됐다.

이 교수는 “사람으로 비유하면 과거 청진기를 통해 검진하던 것을 MRI와 내시경을 사용해 진단하는 변화로 비유할 수 있다”며 “활동층의 상태를 한 번의 실험으로 훨씬 효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법인데다 측정 신뢰도가 높은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센서·무선 모니터링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지반공학적 기법을 융합한 장비를 개발함으로써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측정도 가능해졌다. 대표적인 개발 장비가 관입시험 장비를 소형화해 이동성을 높인 ‘동적 콘관입기’다. 콘 관입기의 선단부에는 에너지 측정 모듈이 설치돼 있다. 관입시험은 지반을 철봉 등에 박아 저항 정도에 따라 지반의 강도나 지지력 등을 측정하는 지반 조사 방법의 하나지만 사람이 운반하기 어려운 중장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간적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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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산사태가 일어날지 예측하고 싶어도 중장비를 들이기가 어렵고 위험해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동적 콘관입기는 한 사람이 들고 이동하기 편한 것은 물론 경비행기에도 실을 수 있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장비는 남극 세종기지와 북극 다산과학기지, 알래스카와 쿠웨이트 등 접근성이 낮은 극한지나 극서지에 두루 적용됐다. 일반 지반에서부터 연약지반, 영구동토 지역에 이르는 특수한 상태의 지반까지 수용할 수 있는 폭넓은 적용성을 갖춘 덕분이다.

북극 다산기지 주변 동토층의 특성을 조사하고 있는 이종섭(맨 오른쪽) 교수팀. /사진제공=이종섭 교수북극 다산기지 주변 동토층의 특성을 조사하고 있는 이종섭(맨 오른쪽) 교수팀. /사진제공=이종섭 교수


세종기지가 있는 남극에서 동토층을 탐사하고 있는 이종섭 교수. /사진제공=이종섭 교수세종기지가 있는 남극에서 동토층을 탐사하고 있는 이종섭 교수. /사진제공=이종섭 교수


이 교수는 지질학적 구조 평가를 위해 지표투과레이더(GPR)를 활용해 도심 싱크홀 탐지법의 정확성을 높이는 연구도 수행 중이다. 또 지반 측정을 정확히 할 수 있도록 여러 실험 장비들을 개량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 교수가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경제성도 좋고 해외 기술이전도 가능하다. 특히 아파트나 건축물을 짓기 전 실제 현장에 적용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주거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저개발국가 등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산사태 등과 같은 지반 재해를 최소화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싶은 것이 연구의 궁극적 목표”라며 “앞으로도 ICT를 적극 활용해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인 시험법과 해석법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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