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100일 플랜’ 이행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정부의 노동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고용노동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1일 “일자리 100일 플랜은 현 정부가 100일 안에 킥오프(착수)할 주요 정책을 담고 있다”며 “고용부는 현재 일자리 100일 플랜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 공약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을 업무보고에 담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공약이 최종 국정과제로 만들어지려면 실무자를 비롯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고용부 실무자들이 현재 어떤 방향이 적합한지, 예산은 얼마나 드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전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하면서 일자리 100일 플랜에 담긴 첫 번째 과제는 이미 이행을 위한 닻을 올렸다. 기획재정부가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서면서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도 첫 단추를 끼웠다.
다만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공약은 추진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에 대해서는 민간기업을 비롯해 고용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100일 플랜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특별조치 시행, 주 68시간 행정해석 폐기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십수년간 유지해온 주 68시간 허용 행정해석을 갑작스럽게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점진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전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등 국회 입장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10%대 인상도 일자리 100일 플랜으로 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노총이 공식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던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에 불참했던 근로자위원이 다시 참석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추천하는 공익위원이 정부 의사에 정면으로 반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는 이상 오는 6월 말까지 결정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은 두자릿수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 등 양대 지침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쉬운 해고, 임금 깎기’로 악용될 우려가 있는 양대 지침을 우선 처리하기를 바란다”며 “이를 통해 신뢰가 형성되면 한국노총은 정부와 대화·소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용부 핵심 사업인 일학습병행제의 법적 근거는 이르면 이달 말 열릴 임시국회 때 마련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학습병행법은 청년들이 기업 현장에서 습득한 직무능력을 국가자격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학습병행법 제정에 대해서는 전 정부에서도 여야 간 이견이 없었다”며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이른 시일 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