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아이돌 제국의아이들에서 이제 배우로 완벽 변신한 임시완. 연기 인생 초반부터 ‘변호인’으로 천만의 행운을, ‘미생’으로 전 국민적 화제의 중심에 서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불한당’으로는 프랑스 칸까지 진출하게 됐다. ‘불한당’은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 많은 배우들이 아무리 악을 써도 가기 힘들다는 칸에 선택 받은 임시완은 이미 배우로서의 영예를 상당부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일리쉬함의 집약체 ‘불한당’이 칸에 진출할 줄 알았는지 배우 본인에게 묻자 임시완은 “생각 못 했다. 나는 아직도 얼떨떨하다. 처음엔 ‘불한당’이 재미를 위해 존재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칸을 가서 ‘이 영화의 특별한 매력이 있는가 보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영화를 폄하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작진이 칸에 간 이유를 말하길,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만화적인 앵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내가 보기에도 영화가 만화 같으면서도 그걸 실사로 옮긴 느낌이었다. 나는 현수의 정서에만 집중해서 연기했는데 감독님은 이미 그런 큰 그림을 그렸더라”고 말했다.
‘불한당’은 시종일관 미장센으로 관객들을 휘어잡는다. 개성 있는 앵글을 탄생시키기 위해 조명, 액션 스타일링에 큰 노력을 기울였고, 촬영, 조명, 무술 팀이 협업했다. 원씬, 원컷에 이르는 액션 촬영 방식과 아이폰을 활용한 1인칭 시점 카메라 촬영 방식 등 다양한 시도가 접목돼 비주얼리즘으로 마감됐다. 이에 따라 배우들 역시 이색적인 촬영 방식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했다. 임시완은 “사실 나는 기술적인 부분에 문외한이었다. 1인칭 시점으로 아이폰 촬영을 할 때도 ‘그냥 이렇게 찍어야하는가 보다’ 생각했다. 현수의 감정에 일단 집중했는데 영화를 보고 이제야 알았다”고 느낀 점을 들었다.
1988년생인 임시완은 당장에 군 입대를 앞둔 상황이라 칸에 무사히 갈 수 있을지의 여부가 과제로 남아있다. 최근 국가로부터 해외여행을 공식적으로 허가받기는 했지만,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측과 스케줄 조율이 남아있다. 만약 칸에 가게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이번에 함께 칸에 초청된 ‘악녀’의 김옥빈 씨를 따라가 볼까요”라고 농담했다. 김옥빈은 지난 2009년 ‘박쥐’에 이어 칸에 두 번째로 초청됐다. 이날(11일) ‘악녀’ 제작보고회가 있었던 터라 김옥빈이 잠시 화두로 나온 것. 이어 그는 “드라마를 처음 시작했을 때 시청률 40%의 개념을 몰랐듯, ‘변호인’을 했을 때 천만 수치를 잘 몰랐듯 이번 칸 진출 역시 그런 느낌이다. 앞으로 칸이 내 연기 인생에서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불한당’으로 ‘칸 행’까지 거머쥔 임시완에게 이른 나이에 많은 걸 이룬 이후 앞으로 무엇을 더 이룰 수 있을지 불안감이 있지는 않은지 묻자 “초반에 운을 다 쓴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것 나름대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멋쩍게 웃음 지었다.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의 초조함보다, 적응된 후 여유로운 모습이 어쩌면 임시완을 더 크게 성장시켰던 것일지 모르겠다.
임시완이 아이돌 출신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어떻게 금세 배우로서 사랑받고 성장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수차례 그를 만나고 드는 생각은, 단순히 그의 훤칠한 외모 덕만은 아닐 거라는 것이다. 임시완은 자신을 놓을 줄 알게 됐다. 또 솔직함에 두려움이 없게 됐다. 여기에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만난 연기파 선배들(송강호, 이성민, 진구, 설경구 등)도 큰 자산이었다.
임시완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훌륭한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춘 경험들이 굉장히 큰 자산으로 남아있다. 그게 나의 큰 강점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경험이다. 선배님들께는 굳이 ‘연기가 어떤 것이냐’ 묻는 것 자체를 안 한다. 오히려 평소에 시덥지 않게 말하고 웃는 과정에서 선배들의 행동을 배우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현장에서 체득된 것 같다. 언어화할 수 없지만,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지금까지의 선배들을 떠올리며 감사함을 표했다.
모범생과 선인부터 시작해 ‘원라인’의 갓 발 들인 악인, 그리고 지금 ‘불한당’의 무르익은 악인까지 다채롭게 진화해온 임시완. 그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에 이은 ‘서른’을 찍고 싶다”고 당장에는 자신의 나이 대에 걸맞는 자화상을 그리고 싶어 했다.
이러한 시기에 군 입대를 앞둔 점이 다소 아쉽긴 하다. 한창 배우로서 가파르게 성장 중일 때 템포를 잃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국가의 부름 이후 어엿한 ‘남자’로, ‘인격체’로 성장할 임시완의 앞날이 기대되기도 하다. “무엇보다 팬미팅, 앨범 활동을 못 하는 게 아쉽더라. 팬들과 마무리하고 인사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군대를 다녀오고서 무엇을 할지 단정 지은 건 없다. 그 때 돼 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확실한 건, 노래와 연기를 병행할 거라는 거다. 노래 부르는 걸 원체 좋아한다. 연예계에 들어온 것 자체가 노래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가요제를 나갔다가 당시 소속사와 이어졌다. 어쩌다보니 연기도 하게 됐다. 연예인 이전에는 연기, MC, 가수 구분이 있는 줄 몰랐다. 연기를 하고 나니 되게 매력적이더라. 나에게 적성이 맞는 분야인 것 같더라”고 연기에 대한 애정과 갈망을 놓지 않았다.
입대 전 마지막 영화가 될 ‘불한당’을 통해 임시완이 듣고 싶은 평가는 무엇일까. 임시완은 “연기할 때 나의 목표는 ‘보기 편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걸 목표로 해 나아가고 싶다. 앞으로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의 변화된 미래를 약속했다.
한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액션드라마. 17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