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보통 미술관에 가면 ‘사진찍지 마시오’ ‘만지지 마시오’ ‘들어가지마시오’ 이런 금지어들이 붙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관객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미술관들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오히려 관객들이 만지고 체험하는 것, 그 자체가 예술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인 작품들도 있습니다. 오늘 센즈라이프에서는 체험형 미술관을 소개합니다.
[기자]
예술가들이 쓴 지시문을 관람객들이 수행해서 작품을 완성하는 전시가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의 한 미술관.
타자기 옆에 ‘당신은 어떤 꿈을 포기했나요’라는 지시문이 놓여있습니다. 관람객들은 각자 저마다 포기한 꿈을 타자기로 씁니다.
이렇게 관람객들이 작성한 문서들은 파쇄돼 종이뭉치로 쌓여집니다.
관람객들은 이 파쇄된 종이들 속에서 자신의 꿈을 찾고 이것을 이어 붙입니다.
이렇게 예술가들이 쓴 지시문을 관람객들이 직접 수행하고, 이 행위 자체가 예술작품이 됩니다.
[인터뷰] 구본호 /서울 마포구
본인이 직접 만든 것들이 실제 전시회에서 전시 작품으로서 승화되고 그걸 또 제가 지켜보고 하는 과정들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불투명한 유리가 달려있어 앞이 보이지 않는 보트를 타고 전시장을 구경하는 것인데 앞이 보이지 않아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과 사물을 잘 살펴서 움직여야합니다. 또 주변의 관람객들 역시 보트를 타고 다니는 사람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 그 움직임을 관찰해야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면서 이동하는 움직임. 이자체가 예술작품이 됩니다.
FOR RENT라고 쓰여진 캔버스. 관람객들이 캔버스를 빌려가 연출한 장면을 찍어 캔버스와 함께 반납하면 캔버스가 있던 자리에 관람객이 찍은 사진이 걸립니다. 관객과 작가가 함께 만든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이 전시는 예술가들이 그들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에게 결정하도록 권한을 부여해 예술가와 일반인이 협업하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보여준 것입니다.
같은 지시문이지만 관람객마다 각자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지시를 수행해서 갖가지 다른 창조물들을 만들어낸 것이 눈에 띕니다.
[인터뷰] 조주현 / 일민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관람자들이 자기 나름대로 자신의 창조성을 발현시키고 삶을 예술로 끌어들여서 창의적인 실천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나가는 그 과정 자체가 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거미집이 미술관 로비 전체를 뒤덮었습니다.
SF 영화에서 볼법한 사람보다 큰 거대한 거미가 나타났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투명테이프로 만들어진 작품 ‘테이프 서울’입니다.
작품은 관객들의 참여가 더해져야 비로소 작업이 완성됩니다. 작품 아래에 난 구멍을 통해서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공간속을 탐험하고 체험하는 것 자체가 작품이란 것입니다.
[인터뷰] 한윤희 / KMCA 큐레이터 팀장
일반적으로 감상하는 반응을 기대하고 오셨다가 실제로 들어가서 체험하고 감상하고 느끼고 사진촬영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쉽고 편안하게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미술관 입구에 설치된 대형풍선 베어브릭. 관람객은 직접 만지고 포옹하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이 베어브릭 역시 팝아티스트 임지빈 작가의 작품인 ‘에브리웨어’입니다.
작가는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베어브릭을 전시하는데 그 공간은 미술관외에도 거리, 건물 등 일상생활 속입니다.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면 관심있는 소수만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회의감을 느낀 작가는 찾아가는 예술 ‘딜리버리 아트’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인터뷰] 임지빈 / 팝아티스트
끼여있는 듯 한 모습을 하고 있거든요. 현대인들이 힘들게 살잖아요. 치열하게 사는 모습들을 표현하고 싶어서 응원하는 느낌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길에 지나가다가 갑자기 저런 큰 벌룬이 있거나 공공 미술들을 봤을 때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나가면서 되게 재밌는거 봤다라는 이정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스탠딩]
딱딱한 분위기에 다가가기가 어려웠던 미술관들이 이제는 대중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관람객의 참여로 작품이 완성되는 미술관을 찾아 나만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