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SE★기획…‘개콘 900회’③] 19년 前 혁신 레전드로 시청률 견인할 수 있을까

희망적인 '개콘' 1000회를 기다리며

1999년부터 19년간, 900회까지 달려왔다. 이 정도면 KBS 간판 예능을 넘어 ‘레전드’다. 그리고 2017년 KBS 2TV ‘개그콘서트’는 901회부터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방송 캡처/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방송 캡처





1999년 9월, 대학로 공연 형식을 안방극장에 새롭게 도입한 ‘개그콘서트’는 혁명이었다. 기존의 TV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전파매체 고유의 특성인 ‘한 방향 전달 방식’에 머물렀던 것에 지나지 않았다. 드라마처럼 하나의 극을 연기하면, 저 멀리서 수용하는 관객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하지만 ‘개그콘서트’는 ‘공개코미디’ 포맷으로 직접 관객 앞에 웃음을 전달했다. 대학로 공연처럼 관객을 불러 모아 그들의 반응에 즉각 반응하며 ‘양방향 소통’을 했다.

특유의 현장감에 TV로 전파되는 분위기 역시 사뭇 달랐다. 같은 녹화개념임에도 ‘개콘’에서는 현장의 생동감이 전해져 ‘개그 신선도’가 살아났다. 개그맨들은 짜인 극을 보이다가도 즉석에서 관객을 불러내 함께 호흡했다. 그러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더 큰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관객들이 폭소하는 장면은 재빨리 카메라에 담겼다. 무엇보다 전달과 반응의 속도가 생명인 개그의 개념을 체감케 해 ‘개그가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개념을 확장시킨 것이다.

탄탄하게 짜여진 코너들과 실력 있는 개그맨들, 그리고 특별 게스트 섭외까지 모든 박자가 어우러져 시너지를 일으켰다. 90년대 초 ‘한바탕 웃음으로’의 코너로 첫 선을 보인 ‘봉숭아 학당’을 신 버전으로 부활시키는가 하면, ‘스승님! 스승님!’, ‘스크림’, ‘안내전화’, ‘로보캅’ 등 영화를 패러디하거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탄생시킨 코너를 대거 선보였다. 그리고 항상 마지막은 ‘사바나의 아침’ 속 신현섭의 ‘원주민 샤우팅’으로 마무리 지었다.

초창기 멤버는 전유성, 김미화, 김지선, 백재현 선배를 필두로 심현섭, 김영철, 김대희, 김준호, 김지혜 등이 신인으로 함께 시작했다. 익숙하고 검증된 윗세대 개그맨의 기용으로 안정감을 갖추면서 신인 개그맨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시청자들을 포섭했다. 이후에도 신인 개그맨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짜고 코너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고수하면서 강성범, 박성호, 김기수, 안상태, 박준형, 정종철, 이수근, 김병만,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 강유미, 안영미, 김현숙, 박휘순, 신봉선, 김지민, 박나래, 신보라, 오나미, 허경환, 윤형빈, 유민상, 문세윤, 김준현 등 수많은 스타개그맨을 발굴해냈다.

이정규PD /사진=KBS이정규PD /사진=KBS



참신함과 인기로 ‘개콘’은 시청률 30%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첫 번째 적수로 2000년 MBC ‘god의 육아일기’를 만나면서 상당수의 시청률을 빼앗기게 됐다. 이후로도 ‘개콘’은 예상치 못한 난관들과 매너리즘을 수차례 겪으면서 번성기와 침체기를 반복해왔다. 그리고 현재는 장기침체기에 처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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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점에서 제작진은 14일부터 3주간에 걸친 900회 특집 3편으로 새로운 분위기 전환에 나선다. 유재석, 김종민, 정준영, 데프콘, 김응수, 남궁민, 트와이스, 김지민, 김준현, 장동민, 신봉선 등이 ‘개콘’을 장식, 레전드 개그맨과 라이징 개그맨의 콜라보 무대도 꾸며진다.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개콘’의 장기 침체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이정규PD는 “요즘 개그 프로그램들이 순조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꾀하면서 현재는 경쟁 프로그램으로 SBS ‘K팝스타’, ‘미우새’ 등을 만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김준호가 6월 안으로 컴백할 예정이다. 다른 개그맨들도 절반 이상의 새 코너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개콘’이 일어나면서 시청률을 견인하고 싶다”고 대안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정규PD는 “19년 전의 모험을 다시 해야 한다고 충분히 생각 한다”며 “900회의 역사를 가진 프로를 위해 조금만 더 시간을 가지고 형식상의 변화, 관점의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일 대선 이후 보다 적극적인 정치 풍자 의사도 내비쳤다. 이PD는 “지금까지는 (정치 풍자에서) 핵심 주제를 관통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외압은 없었다. 최근에 많이 노력 했는데 정치판이 더 재미있는 느낌이 있어 자제한 면도 있었다. 새로운 풍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 할 것이다. 구체적인 풍자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혁신적인 각오를 다졌다.

‘개콘’은 내일(14일)부터 3주간 900회 특집을 방송한 후 6월부터 901회에 돌입한다. 제작진이 밝힌 대로 기존 코너의 절반가량을 갈아치우고 19년 전의 혁신을 다시 한번 펼치겠다는 각오다. 과연 제작진과 개그맨들은 어떤 참신함으로 또 하나의 레전드를 가져올까. 무엇이든 오랜 명맥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매너리즘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오늘도 내일도 ‘개콘’ 팀은 이를 돌파하기 위해 ‘아이디어 회의’를 멈추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욱 화려하고 희망적인 1000회가 기다려진다.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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