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한 고등학교 여교사 A씨는 친구와 떠들며 수업을 방해하던 B군을 제지했다. B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며 장난을 계속했다. A교사가 “선생님 행동이 웃기니”라고 묻자 B군은 “선생님이 싸가지가 없다”고 되받아쳤다. A교사가 “뭐라고 했느냐”고 화를 내자 B군은 욕설을 하고 책을 집어 던졌다. B군은 교탁까지 달려와 A교사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결국 A교사는 입원치료를 받았고 본인 요청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전보됐다.
올해로 36번째 ‘스승의날’(15일)을 맞았지만 학교 현장에서의 교권침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하거나 손찌검까지 하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남학생이 점심시간에 교무실을 찾아가 자신의 여자친구 담임 여교사를 위협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화장이 짙다며 이 교사가 지도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남학생은 그것도 모자라 학교의 유리창과 기물을 부쉈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2~2016년) 간 신고된 교권침해 사례는 총 2만3,574건으로 연평균 4,7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교사에 대한 폭언·욕설이 1만4,775건(62.7%)로 가장 많았고 수업방해 4,880건(20.7%), 폭행 461건(1.9%), 성희롱 459건(1.9%) 순이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도 464건(2%)으로 집계됐다. 실제 지난해 7월 한 초등학교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보건교사의 머리채를 잡고 뺨을 때리는 일이 발생했다. 자신의 자녀가 소변검사 재검자에 포함된 줄 알고 있다가, 나중에야 결과가 정상이라는 사실을 듣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학부모는 “결과를 늦게 알려줬다”고 항의하며 보건교사를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최근 발표한 ‘2016년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결과 보고서’에도 교권침해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사례는 572건으로 10년 전인 2006년 179건에 비해 220% 가량 급증했다.
교육부는 교권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4개 시·도 교육청(대전· 부산·대구·제주)에서 시범 운영하던 ‘교원 치유지원센터’를 올해부터 전국 시·도 교육청으로 확대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본청에만 배치한 학교폭력·교권 담당 변호사를 서울 4개 권역에 1명씩 총 4명을 추가 배치해 교권침해와 관련한 법률자문을 돕기로 했다. 이 밖에도 현재 국회에 교원지위법 개정안 2건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에는 교사를 가해한 학생을 강제로 전학시키는 등 징계를 강화하고 가해자가 학부모나 제3자(성인)일 경우 피해 교원의 요청에 따라 관할 교육청이 고발조치 하는 등의 규정이 담겨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와 교육청들은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교권침해 사례에 대응하고 있다”며 “현재 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인 만큼 법 개정에 따른 교권침해 예방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