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콩코드의 부활



행동 경제학에 ‘콩코드 오류’라는 말이 있다.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의 실패에 빗댄 용어로 잘못된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무리하게 밀고 나가다 손실을 키우는 불합리한 행동을 일컬을 때 사용된다. 한마디로 본전 생각에 노름판을 떠나지 못하는 도박꾼과 같은 심리를 말하는 것이다. 사업의 채산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그만둬야 하지만 호전될 것이라며 근거 없는 희망에 매달리는 보통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 셈이다.


1960년대에 개발된 콩코드는 초기만 해도 파리와 뉴욕을 3시간45분 만에 주파하는 빠른 속도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마하 2.0의 속도로 일반 여객기보다 2배나 빨랐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객기 기술을 확보했다며 화합과 협력의 의미를 담아 ‘콩코드’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수용 인원이 적은데다 연료 소모량도 많아 실용성과 경제성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비싼 항공권이 잘 팔리지 않아 30년 내내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게다가 ‘소닉 붐(sonic boom)’이라고 해 비행하는 물체가 음속을 돌파할 때 생기는 천둥소리 같은 굉음은 바다 위에서만 초음속 비행을 허용할 정도로 골칫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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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세계 항공업체들이 초음속 여객기 부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사는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2020년께 시험 비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콩코드를 제작한 에어버스도 ‘콩코드 2.0’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미국 벤처기업 ‘붐’은 기존의 콩코드보다 10%나 빠른 마하 2.2로 운항하는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디자인이나 소재, 제조 방식의 발전으로 기존의 콩코드 오류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체 소재를 알루미늄에서 가공하기 쉬운 탄소 섬유로 바꾸고 날렵하고 뾰족했던 동체 디자인을 부드러운 모양으로 바꾸는 작업이 대표적이다.

2세대 초음속 여객기가 등장한다면 서울에서 뉴욕까지 3시간 만에 건너갈 수 있다고 한다. 인류가 일찍이 꿈꿔온 초음속 장벽을 이번에는 극복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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