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문재인 시대 '중소기업 경제' 가려면] 오너일가 富 독식구조 탈피…직원과 성과공유로 기업 키워라

<하> 중소기업 스스로 혁신을

무리한 경영권 승계 관행 등

비합리적 풍토에 청년 외면

투명한 기업문화 구축 필요

중기 36%만 성과공유제 활용

"경영성과 나눠야 생산성 제고"







#중소 화장품업체 A사는 2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 지난 2008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성기때 연 3,000억원을 웃돌던 매출은 요즘 1,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A사 관계자는 “경험이 부족한 오너 2세가 경영권을 무리하게 승계한 이후 회사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난감한 상황에 빠져 있다”고 한탄했다.

#중견 제조업체 B사는 최근 ‘특허 독식’ 논란이 불거지면서 직원들의 연구개발(R&D) 사기가 크게 꺾여 있다. 회사 연구원들이 개발한 특허 권리를 오너 일가들이 가로챈 후 직원들에게는 제대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은 배제하고 오너 일가들의 배만 불린 전형적인 성과 가로채기 사례”라고 비판했다.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만들려면 단지 기울어진 운동장만 바로 잡으면 될까. 중소기업 스스로 투명경영을 위해 뼈를 깎는 ‘셀프 혁신’이 없다면 ‘중소기업 경제’는 요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숨어 무리한 경영세습이나 족벌 경영, 일감 몰아주기 등을 일삼고 임직원들과의 상생은 눈감은 채 오너 일가만 부를 독점하는 중소업계의 ‘적폐’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소업계도 지원 강화만 외칠 것이 아니라 투명경영과 더불어 직원들을 중시하는 행복 경영에 적극 나서야 인재들이 몰려들어 진정한 경제 성장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영세습이나 족벌 경영 비판은 재벌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2·3세가 경영에 크게 관심이 없거나 능력이 부족하다면 무리하게 사업을 물려주기보다 다른 대안을 찾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A사의 사례처럼 오직 ‘핏줄’에만 얽매인 경영은 회사 전체를 위기로 내몰 수 있다.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전 중소기업 옴부즈만)는 “경영세습은 투명성과 변화대응 측면에서는 뒤떨어질 수 있다”며 “중소기업도 마땅한 후계자가 없다면 회사 안에서 인재를 키우거나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합리적인 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익을 오너 일가 등 경영진이 독점하는 구조도 반드시 바꿔야 한다. 직원들에게는 열정페이 등 저임금을 강요하면서 조금도 이익을 나누려하지 않는 중소기업들이 아직도 우리 주위에 너무 많다. 특히 청년들이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며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 상당수에 대해 청년세대들은 열악한 처우와 비합리적인 기업문화 탓에 도저히 입사할 수 없거나 퇴사할 수 밖에 없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낮은 생산성과 부가가치 때문에 대기업과 같은 고임금을 줄 수 없지 않느냐는 기업주들의 반론도 일리가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다같이 힘을 합쳐 미래의 이익을 더 많이 창출해 나누어 가지자는 ‘미래 성과공유제’에 찬성하는 중소기업이 전체의 3분의1에 불과한게 한국의 현실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종업원 10인 이상 중소기업 300개사를 조사한 결과 약 36%만 성과공유제를 활용하고 있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영성과를 종업원들과 공유하고 동기부여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중소기업 문화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행히 임직원들과 함께 이익을 나누고, 대기업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행복경영을 실천하는 중소기업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연간 순이익의 3분의 1을 직원들에게 지급하기로 근로 계약서에 명시해 놓은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반기마다 이익을 배당하는 ‘집단 상여금제도’를 운영하는 마이다스아이티 △회사 영업이익의 10%를 직원들에게 되돌려주는 대호테크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에더해 올들어 정부도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성과를 직원과 나누는 기업에 지원을 더 많이 해주는 방향으로 지원정책을 틀고 있다. 김병근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정책국장은 “성과공유제를 실시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중기청의 모든 정책지원사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며 “혁신을 도모하는 중소기업이 커 나갈 수 있도록 후방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