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괴롭힘에 허덕이던 봄철이 지나고 어느덧 여름철이 성큼 다가왔다. 여름은 뜨거운 태양과 함께 냉면,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등 차가운 음식을 상징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이열치열’이라고 하지 않던가. 여름은 매운맛 제품의 인기가 가장 높은 계절이기도 하다. 매운맛 치킨부터 스낵, 라면, 피자, 도넛에 이르기까지 최근 여름철을 겨냥한 식품회사의 매운맛 제품 라인업은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이열치열을 노린 매운맛 제품 열풍은 버거 업계도 피해가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롯데리아, KFC 등 버거 프랜차이즈업체가 앞다퉈 관련 제품을 내놓았다. 특히 국산 버거·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가 지난달 선보인 ‘불싸이버거(사진)’는 벌써부터 올 여름 맘스터치의 간판 제품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불싸이버거는 오랜 기간 동안 맘스터치를 대표한 베스트셀러 메뉴 ‘싸이버거’의 매운 버전이다. 중화풍의 사천식 매운 소스를 활용한 제품으로 청양고추와 마늘, 팔각, 산초를 추가해 더 깊고 진한 매운맛을 냈다. 또 후추분태와 불향을 더해 감칠맛을 더했고, 닭고기 패티 자체도 매콤하게 시즈닝했다. 맘스터치로서는 2005년 싸이버거 출시 이후 12년 만의 가장 큰 기대주다.
기자는 최근 서울 보신각 옆에 위치한 맘스터치 종각역점을 찾아 이 제품을 직접 먹어보기로 했다. 2층 매장에 들어서니 직원들 가슴에 불싸이버거 뱃지가 달려있어 이 제품이 맘스터치의 새로운 주력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가격도 단품 3,400원, 세트 5,600원으로 다른 프랜차이즈보다 월등히 쌌다.
주문해 나온 불싸이버거의 겉모습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버거 번 사이에 닭고기 패티와 소스, 간단한 야채가 내용물의 전부였다. 처음 한 입을 베어 물었을 때만 해도 다른 치킨 버거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두 입, 세 입 먹다 보니 어느새 입안에서 묘한 기운이 번졌다. 혀가 얼얼해지면서 얼굴 전체가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대화 중이었다면 말을 잇기 어려울 정도였다. 버거를 먹는 것을 중단하고 같이 주문한 콜라에만 연방 손이 가기 시작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진짜 매운맛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이때부터는 한 입 먹으면 반드시 콜라도 한 모금 마셔야 했다.
손으로 입 주변을 부채질할 정도로 맵긴 했지만, 콜라·감자튀김 등과 함께 먹으니 감당키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다. 이미 점심을 먹은 뒤였음에도 어느새 버거 하나를 뚝딱 해치웠다.
실제 맛본 불싸이버거는 버거와 중화풍 사천식 소스가 결합 돼 있어 매운맛 양념치킨을 햄버거로 먹는 듯한 독특한 식감이 특징이었다. 매운맛을 유독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올 여름 꼭 도전해 볼만 한 제품이었다. 다만 매운 식감은 어디서나 호불호가 갈리는 만큼 매운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멋 모르고 덤볐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는 제품이기도 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불싸이버거는 매운맛 마니아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을 제품으로 제2의 싸이버거 열풍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