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6차 사법파동 번질까…중앙지법 판사들 "사법개혁 축소 재조사" 결의

서울중앙지법 단독 판사회의 개최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 및

양승태 대법원장 공식 입장 등 요구

전국 판사들 들고 일어날까 관심

법원행정처가 사법개혁을 외치는 법관들의 학술 행사를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은 와중에 서울중앙지법 단독 사건 담당 법관들이 이번 사태 재조사를 위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소집하고 공식 견해를 내놓으라고 양승태 대법원장에 요구했다.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이 나서면서 사태 규명을 외치는 법관들의 목소리는 전국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항의에도 침묵을 지키던 양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태도를 바꿀지도 관심사다.

서울중앙지법 단독 판사들은 15일 판사회의를 열고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 요구안을 의결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보낼 대표 5명도 선출했다. 판사회의는 “전국 법관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의혹을 해소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각급 법원에서 판사회의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소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판사들은 양 대법원장의 공식 견해도 요구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 대응 조치와 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판사들은 또 전국법관대표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행정 지원도 공식적으로 약속하라고 양 대법원장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이날 단독 판사회의 결의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전체판사회의도 소집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단독 판사들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앞서 이번 사태를 조사한 이인복 전 대법관 주도 진상조사위원회가 못다한 숙제를 마저 하면서 사태 재발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판사들은 △사법개혁 논의 축소(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한 관련자들의 업무용 컴퓨터 등 물적 자료에 대한 조사를 포함한 추가 조사△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를 기획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한 책임자의 명확한 규명, 책임 추궁 방안△향후 사법행정권 남용을 제한할 제도적 장치를 요구했다. 이밖에 판사들은 이번 회의가 소집되면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제도화 등 여러 쟁점을 자율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각급 법원들은 서울중앙지법에 앞서 잇따라 판사회의를 열고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과 양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한 상태다. 서울동부지법·대전지법·서울남부지법·인천지법·창원지법 판사들이 이미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소속 판사가 가장 많은 서울중앙지법이 동참하면서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판사회의가 전국적 규모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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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입을 다물고 있지만 항의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처지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사법부에는 5차례 사법파동이 있었다. 법관들은 사법부를 흔드는 정치 권력에 대항하고 사법개혁을 촉진하기 위해 사법파동을 일으켜왔고 때때로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이 물러날 정도로 그 충격이 컸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전두환 정권 시절 김용철 대법원장을 다시 대법원장에 앉히려 시도하자 소장파 법관들이 들고 일어나 이를 저지했다(2차 사법파동). 1993년 3차 사법파동 때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 사법부 개혁을 요구하는 판사들이 단체 행동에 나서 김덕주 당시 대법원장이 사임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법관 500명이 참여하는 법원 내 학술단체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행정과 법관 인사제도 개선을 다룬 학술대회를 지난 3월25일 열기로 하면서 시작했다.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 행사를 축소하기 위해 2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인권법연구회 소속 A 판사를 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내고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파장이 커졌다. 당사자인 임 전 차장이 법관직에서 물러나고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 뒤에도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일부 판사들은 법원행정처 내부에 법관 동향을 수집한 ‘블랙리스트’ 파일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여섯번째 사법파동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양 대법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혀야 할 정도로 법관들의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사법개혁에 우호적인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오는 9월 자신의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화에서 양 대법원장이 법관들의 요구에 어떻게 답할지 사법부 안팎에선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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