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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th칸영화제①] “플랫폼, 뭣이 중헌디”...‘옥자’ 논란에 봉준호 vs 시장 입장

봉준호 감독 “스트리밍과 극장은 결국 공존할 것"

‘옥자’가 제 17회 칸국제영화제의 중심에 섰다. 넷플릭스와의 협업은 봉준호 감독의 선구안을 칭찬할까, 국내 영화 시장의 질서에 ‘균열’을 초래할까.






오는 17일부터 28일까지 제 70회 칸국제영화제가 개최된다. 이번 영화제에는 홍상수 감독의 ‘그 후’와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홍상수 감독의 또 다른 작품 ‘클레어의 카메라’가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불한당’(감독 변성현)과 ‘악녀’(감독 정병길)가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무려 다섯 명의 한국 감독이 만든 작품들이 올해 칸영화제를 수놓는다.

이 가운데 ‘옥자’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해 눈길을 끈다. 첫 진출 소식에서는 6년 만에 칸을 방문하는 봉준호 감독의 네 번째 초청작(2006년 ‘괴물’, 2008년 ‘도쿄!’, 2009년 ‘마더’, 2017년 ‘옥자’)이자, 넷플릭스를 통한 ‘스트리밍 공개’라는 혁신적인 상영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영화제가 임박하자 이 상영 방식에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랑스 극장협회가 “전통성”을 언급하면서 ‘옥자’의 극장을 뛰어넘은 상영 방식이 경쟁부문 진출 요건에 저촉된다는 것.

앞서 프랑스 극장협회는 “극장 개봉 이후 3년이 지난 영화라야 넷플릭스와 같은 가입자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가 가능하다”라며 넷플릭스의 칸 진출작인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의 이번 칸 영화제 초청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후 두 영화의 진출 불가능 루머가 돌자 칸국제영화제 측은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하려고 하는 영화는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돼야 한다는 규칙을 내년(2018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급한 불을 껐다.

1차적인 논란은 잠재웠지만, 두 번째 논란이 발생했다. 극장 상영 이후 3년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한 프랑스 법률에 대처하기 위해 넷플릭스가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의 최대 1주일간 6회의 프랑스 제한 상영을 위한 임시 비자 발급을 요청했지만, 곧바로 프랑스국립영화위원회가 이를 거절한 것.

프랑스영화위원회 프레데릭 브레딘 회장은 “두 영화에 대한 폭넓은 극장 상영을 원한다”고 밝히면서도 “일시적인 비자로는 프랑스 규정을 우회할 수 없다”고 전해 사실상 이번 영화제에서 ‘옥자’의 수상 가능성을 희박케 했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견해의 차이일까. 단순 프랑스 영화시장 내에서의 방어책일까. 엄격한 전통성으로 규제를 강조하고 나선 프랑스 극장협회와 프랑스영화위원회의 입장이 ‘옥자’에게 큰 암초로 들이닥쳤다. 세계 최대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사인 넷플릭스는 기존의 극장 상영 방식과는 다른 플랫폼으로 관객들에게 영화를 전달한다. 이에 따라 영화사에 또 다른 개혁이 일어나는 것인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영화제 측에서는 이 같은 방식의 가치를 수용하지 않는다고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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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칸영화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옥자’의 배급 방식을 놓고 비판의 의견이 속속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 배급 시장을 어지럽힐 것이라는 전망. 넷플릭스가 고수하는 방식인 스트리밍이 일반화되면 점차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수가 줄어들지 않겠냐는 우려다. 실제 영화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이 같은 방식의 상영에 달갑지 않아하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뛰어든 것 아니냐. ‘영화’는 극장에서 보아야 할 가치가 있도록 만들어진 콘텐츠인데 그 가치가 떨어질까 걱정된다. 앞으로 외국기업인 넷플릭스가 한국시장을 공격적으로 점령할 태세인데 많은 피해가 발생할까 염려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과 넷플릭스 측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는 입장을 보였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 기자간담회에서 칸 진출과 최근 발생한 논란 관련 질문이 나오자 봉준호 감독은 “불타는 프라이팬에 올라간 생선의 느낌이다”라고 심정을 드러내면서도 “스트리밍과 극장은 결국 공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어떻게 공존하느냐라는 아름다운 조율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얼마 전, 1960년대 프랑스 영화를 봤는데 극중 영화감독이 ‘시네마는 죽었어, 영화는 끝났어, 왜냐면 텔레비전이 나왔잖아’라는 대사를 하더라.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지 않느냐. 그래서 마음 편하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라고 의연하게 대답했다.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와의 협업 과정에서 오히려 배급 문제보다 연출 문제에 초점을 뒀다. 그는 “영화가 어떻게 배급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창작의 자유도 중요했다. 미국, 프랑스에서도 이 만큼의 예산(600억 원)으로 이 정도의 감독 권한을 준 경우가 없었는데, 내가 그런 권한을 가질 수 있는 것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라며 “영화의 스토리가 과감하고 독창적이어서 망설인 영화사들이 많았는데, 넷플릭스는 과감히 투자해줬다. 영화를 나의 100% 컨트롤 하에 찍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었다”고 넷플릭스와 손잡게 된 결정적 계기를 밝혔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테드 사란도스는 “넷플릭스 때문에 극장의 산업이 와해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선택권이 생김으로써 영화 산업의 파이가 다양해진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의 기존 지향점이 그렇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오로지 작품 창작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넷플릭스와 손잡은 봉준호 감독. 이후 국내 영화계에는 어떤 나비효과가 발생할까. 영리한 발전이 될지 산업에 위기를 초래할지는 ‘옥자’ 등을 대하는 관객들의 현명한 판단에 달려있겠다. 현재 ‘옥자’의 정체성이 ‘양날의 검’인 것만은 확실하다.

한편 ‘옥자’는 6월 29일 전 세계 극장 개봉하며 무제한으로 국내 상영될 예정.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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