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는 영화 ‘노무현입니다’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이창재 감독, 최낙용 제작자가 참석했다.
‘노무현입니다’는 국회의원, 시장선거 등에서 번번이 낙선했던 만년 꼴찌 후보 ‘노무현’이 2002년 대한민국 정당 최초로 치러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지지율 2%로 시작해 대선후보 1위의 자리까지 오르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생생하게 되짚는 작품.
‘노무현입니다’는 노무현의 친구인 현 19대 대통령이자 전 참여정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 노무현의 동지 유시민 작가, 노무현 캠프의 참모였던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해 인권변호사 노무현의 지인들과 대통령 노무현의 청와대 참모진,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활동했던 시민들까지 총 39명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이날 영화를 연출한 이창재 감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72명의 수많은 인터뷰이들을 추리는 과정으로 “노무현이 총 3기로 활동해서 관련된 인물들이 많았다. 부산시절, 국회의원시절, 대통령 시절이었다. 그래서 크로스체킹을 한 후 최초로 나온 게 200명이었다”라고 말하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방식이 내밀한 소통이다. ‘나와 당신간의 이야기다’라는 걸 찍었을 때 희열을 느낀다. 이번에는 특별히 정면으로 바라보는 방식으로 촬영했다. 이게 노무현의 방식이다. 1대 다로 만나도 하나의 인간으로서 ‘나와 당신간의 문제다’로 접근하는 게 노무현의 방식이다”라고 제작 방식까지 언급했다.
자료를 모으는 과정으로는 “민주당조차도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각 방송사에서는 자료를 가지고 있었지만 접근이 힘들었다. 부분씩 녹화들을 했기 때문에 물어물어 얻을 수 있었다. 8개 종류의 풋티지를 확보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며 “맨얼굴이 나오는 과정으로 균질화 하는 게 힘들었다. 영화 개봉 한 달 전 최종 계약을 할 만큼 굉장히 내밀하게 작업했다. ‘N프로젝트’로 명명하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도를 통한 경선 화면에는 속살이 들어있지 않았다. 저에게는 엔딩 장면이 가장 좋았다. 편집할 때 엔딩을 가장 먼저 놓고 작업했다. 그 후에 앞의 이야기를 그렸다. 제목 ‘노무현입니다’로 모든 의미가 함축된다고 생각한다. 감독과 확장성이 있는 것 같다”고 편집 과정과 제목이 주는 의미까지 덧붙였다.
이창재 감독은 “노무현은 당시 1.5선밖에 안 한 국회의원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50% 국민 경선이 있다 하더라도 이인제 의원에게 표가 기울어져있었기 때문에 힘든 상황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나오지 않을 것이며, 이 현상 자체가 기적이자 희망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만 다룰 경우에는 시민의 힘이 더 많이 들어갈 수 있겠더라. 대선까지 이어질 경우 이야기가 너무 방대해지겠더라”고 전했다.
특히 영화 속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뷰이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 감독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터뷰 과정으로 “‘당신’(문재인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시고 노무현에 대한 서술적인 이야기만 하시더라. 이분 이야기 스타일이 간결하다. 미디어를 잘 모르셔서 그렇다”라고 전하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주차장에서 다시 돌아오셔서 다시 인터뷰를 하셨다. 그러다가 눈물이 나셨는데 혼자 몰래 뒤로 가셔서 눈물을 닦으시더라. 그걸 보고 쇼맨십에 능하신 분은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영화 제작에 영향을 끼쳤는지 묻자 “긍정적인 영화를 끼친 거겠다”며 “편집의 속도와 경선이 일어나는 실제 시국이 묘하게 맞아 들어가더라. 최근 문재인대통령 얼굴 색 보정을 하는 과정에서 출구조사 소식을 보게 됐다. 아련하면서도 찡한 기분이 들었다. 당신(문재인 대통령)도 그럴 것 같더라. 그 후에 얼굴 색 보정에 영향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최낙용 PD는 “기우일 수도 있지만 영화 제작에 막힘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N프로젝트’라고 푸르면서 영화를 제작했다. 누군가를 제작 자체를 무산시키려고 할 것을 대비해 자료를 보존하는 데 힘을 썼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조차 영화 자료 확보에 대해 언급할 수 없었다. 영화 제목이 확정되고 나서야 자료에 대해 밝힐 수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접근한 과정을 전했다. 또 “본인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료를 전해주신 분들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최낙용 PD는 “2016년 경에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헬조선’이었다. 그래서 영화 제작하는 입장으로서 그런 틀을 깨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영화 제작을 한 결정적 계기를 언급했다. 이어 “노무현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경선을 다룰 것인지, 경선에서 대선까지 다룰 것인지 이야기 나누다가 16부작 드라마로 불렸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그리고서 틀이 잡혀졌다. 그 과정에서 고민과 회의도 있었다. 대선을 갈 경우 이야기가 늘어질 거라고 판단해서 지금의 구조가 나왔다”며 2002년 경선에 이야기 초점을 맞춘 부분을 설명했다.
‘노무현입니다’는 국내 최대 배급사 계열인 CGV아트하우스에서 배급을 맡았다. 최낙용 PD는 “영화가 4월 말부터 알려졌다. 5월 12일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마케팅 소식이 알려졌다. 정권이 바뀌니 영화가 나오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받고 있는데, 영화가 만들어지려면 1년 이상이 걸린다. 정권 교체는 전혀 예상 못한 상황이었다”며 “전작 ‘목숨’을 내놓을 때 인연이 있어 CGV아트하우스에서 배급을 하게 됐다. 영화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있어서 진행된 것”이라고 과정을 전달했다.
한편 ‘노무현입니다’는 오는 25일 개봉 예정이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