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깨진 유리창의 법칙'

김문환 엠케이트렌드 대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자동차 두 대 가운데 한 대는 보닛을 조금 연 상태로, 다른 한 대는 보닛을 열고 유리창도 조금 깨진 상태로 일주일간 뒀더니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만 배터리와 타이어를 빼간 사례에서 나온 이론이다.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는 사방에 낙서가 되고 돌을 맞아 거의 고철 상태에 이르렀다. 즉 ‘일단 금이 간 상태에서는 전체가 쉽게 망가진다’는 법칙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보행인만 다녀야 하는 인도와 횡단보도 위를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는 오토바이들을 보면서 이 법칙이 떠오른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이륜차 인도주행이 불법인 줄 모르고 있다는 보도에 ‘우리가 너무 불법행위에 둔감하고 관대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불법에 익숙해지다 보면 종국에는 대형사고까지 이르게 된다. 오토바이를 무질서하게 운행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를 무심히 보고 자란 다음 세대들도 문제다. 이대로라면 지금 어린이들이 교통 문화의 주체가 됐을 때 빨간 정지신호를 무시하는 습관에 빠지게 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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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 힌트를 얻은 뉴욕 경찰청장은 범죄의 온상이던 뉴욕 지하철의 낙서를 5년 동안 노력해 정상화했다. 낙서를 범죄의 심리적 배경으로 파악한 까닭이다. 마음의 기초질서를 위반하는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깨진 유리창, 지하철 낙서 하나를 방치해 온 동네가 범죄에 노출되는 위험에 빠진다.

최근 정부가 곳곳에 이륜차 인도주행 단속 플래카드를 부착하고 배달 이륜차의 경우 운행자는 물론 소속된 업소 점주에게까지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개선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뉴욕 지하철의 낙서를 지우듯 단속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도로에서 동시 단속을 할 수는 없다. 교통량이 많은 도로의 경우 교차로·횡단보도마다 단속 경찰관을 배치해 위반 차량을 정지 상태에서 단속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호각 등 음향 효과까지 사용하면 강력한 단속 의지에 대한 파급효과가 이면도로와 주변 지역에까지 미칠 것이다.

우리 교통단속은 단속 카메라에 너무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범법행위를 하더라도 모르고 지나쳐 죄의식이 없거나 나중에 통지를 받더라도 재수가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실제 자동차를 운행하다 보면 단속경찰을 보기 힘들다. 선진국처럼 교통법규 위반 시 단속경찰이 어디선가 바로 나타나면 단속으로 인해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는 경험을 하게 돼 효과가 커진다. 모든 이륜차가 교통법규를 준수해 차량과 함께 정지선에서 대기하며 진행신호에 따라 이동할 때 우리 안전의식도 자연스럽게 증대될 것으로 본다. 이를 통해 교통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더 이상 후진국형 사고들이 발생하지 않게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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