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박진회 씨티은행장, 파업결의 노조에 "경쟁자가 반길 일 하고 있다"

박진회 씨티은행장박진회 씨티은행장




박진회 씨티은행장이 영업점 통폐합 조치에 파업을 결의한 노조에 대해 16일 “경쟁자가 반길 일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전직원에 보낸 사내 이메일을 통해서다.


박 행장은 영업점 통폐합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고, 경영상 판단이기 때문에 노조가 파업으로 맞설 사안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특히 박 행장은 노조가 은행을 불법적인 투쟁의 공간으로 사용하면 나머지 직원들마저 흔들릴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고객의 신뢰는 떨어지고 결국 경쟁 은행만 좋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표현했다.

박 행장은 “지난 3월 발표한대로, 우리는 리테일 사업부문을 고객 중심의 확장성 있는 영업 경쟁력을 갖춘 사업으로 바꾸기 위해, 디지털 기반을 이용한 혁신적 고객서비스를 갖추어 나가기로 결정했다”며 “영업점의 숫자가 시장점유율을 결정하는 전통적인 기존의 사업방식에서 벗어나 WM센터와 여신영업센터를 거점으로, 고객가치센터, 고객집중센터의 채널 전략을 완성시켜 나가고, 디지털 기반과 오프라인 영업점을 아우르는 옴니 채널(Omni Channel)을 갖추어, 고객 만족과 감동을 위해 대형 시중은행과 진정으로 경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보자는 계획”이라며 회사의 영업점 통폐합, 즉 빅점포 체제 전환에 대한 노조의 오해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파생되는 영업점 통합은 경영상의 결정으로 단체교섭권 대상이 아니므로 이를 이유로 하는 노동조합의 쟁의 행위는 불법임을 이미 수 차례 여러 관계기관과 확인했다”며 “비대면 채널의 집중화가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고용의 질을 저하 시킨다고 주장하지만, 고용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법적으로 보장되는 여러분의 권리이고, 여러분이 우려하는 고용의 질은 각 센터의 시범운영을 통해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하여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센터에서 많은 직원이 함께 근무하게 되면서 자율근무제의 활성화 등을 통해 근무환경이 예전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근로시간단축도 도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빅점포 체제를 통해 근무환경은 오히려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행장은 그러나 “(상황이 이런데도) 노조는 영업점 통합이 결국 한국에서 사업 철수를 위한 것이고,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고 주장하여 언론을 통해 잘못된 뉴스를 보신 고객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노조의 행태를 정면 비판했다. 특히 “은행을 불법적인 투쟁의 공간으로 사용한다면, 고객의 신뢰는 떨어질 것이며, 경쟁자들은 이를 반길 것 ”이라며 “노조는 씨티은행이 리테일 사업부문만의 직장이 아니고, 기업금융그룹, CCB, 카드 등 다른 사업부문에 근무하는 동료들의 직장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책임 있게 행동해 주시기 바란다”며 경고성 메시지도 보냈다.


박 행장은 “이번의 변화는 저성장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생존의 전략”이라며 노조의 오해가 근거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체제가 한계에 달하고 변화가 도래한 시기에는 기존의 질서를 유지해 온 중심부보다, 주변인(Marginal Intelligentsia)이 새로운 질서를 세워온 것이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며 “디지털을 포함한 새로운 소비자금융전략은 우리에게 골리앗을 쓰러뜨렸던 다윗의 돌팔매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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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이 최근 지점 통폐합 등 소비자금융전략 발표 이후, 타 금융 회사뿐 아니라 고객이나 감독당국 등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박 행장은 “혹자는 너무 과감하다 하고, 혹자는 우리가 성공 할까 봐 걱정이라고 한다”며 “우리는 이미 지난 1년간 WM 자산관리 모델의 변경과 모바일앱의 성공적 도입으로 경험을 쌓은 이상, 이제 빠른 속도로 변화하여 모델을 완성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조직체제 개편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작지만 남들 보다 일찍 시작 하였고, 이제 과감히 실행하고자 한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박 행장은 나아가 “단지 영업점을 통합하고 직원들을 새로운 직무에 재배치하는 것으로 우리의 변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수 십 년 동안 관성적으로 굳어져 고객의 금융 라이프 사이클과는 동떨어져 있는 영업 관행을 개선해야 하고, 최고의 디지털 환경에서 최고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 위에서 우리의 비전을 달성할 때 비로소 변화는 완성되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직원들의 변화 동참을 호소했다.

박 행장은 “비록 지금은 노사간에 대립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올바른 방향을 잡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저는 노조와 대화를 지속하면서 전 임직원이 함께하는 변화, 끝내 승리하는 변화를 여러분과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변화의 과정에는 많은 고민과 두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참여하고 함께 가면 두렵지 않다”고도 했다.

박 행장은 “여러분들의 동참 없는 변화는 무의미하다”며 노조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동참을 거듭 강조했다.

“변화를 이끌 것인가, 아니면 변화에 이끌려 갈 것인가? 여러분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

박 행장은 이같은 마지막 메시지를 통해 ‘돌아선’ 노조 설득에 나섰지만,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을지는 미지수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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