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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예의’ 없었던 임혁필…‘개콘’을 향한 정종철의 일침을 묻다

개그맨 임혁필의 경솔한 한 마디가 KBS2 ‘개그콘서트’를 향한 정종철의 진심어린 충고를 묻어버렸다. 유재석을 겨냥한 임혁필의 발언으로 인해 논란이 커지자 정종철이 해당 발언에 대해 급히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한 번 커진 논란의 불씨는 좀처럼 꺼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임혁필의 발언 논란은 지난 15일 정종철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900회 특집과 관련 “‘개콘’ 900회를 축하한다. 하지만 900회 맞이 인터뷰 제안 한 번 안 들어왔다. 친정 같고 고향 같은 프로그램인데 많이 아쉽고 서글프다”고 시작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사진=정동철 인스타그램 캡처사진=정동철 인스타그램 캡처


‘개콘’은 제작진이 만드는 것은 맞지만 제작진들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 정종철은 “제작진들 맥을 한참 잘못 집는다. 900회라며 ‘개콘’과 관계없는 핫한 연예인들 불러다 잔치하고 그들에게 감사할 게 아니라 지금까지 버티고 열심히 아이디어 짜는 후배 개그맨들께 감사하시기 바랍니다”라며 제작진을 향한 강도 높은 일침을 건넸다.

여기까지는 정종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옥동자’ 캐릭터로 유명한 정동철은 과거 ‘개콘’의 전성기를 이끌어나갔던 대표적인 개그맨 중 한 명이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옥동자’를 비롯해 ‘생활 사투리’ ‘갈갈이 삼총사’ ‘마빡이’ 등 ‘개콘’이 선정한 레전드 코너 19개 중 무려 8개 코너가 정동철이 진행했던 것일 만큼 그가 ‘개콘’에서 기여했던 업적이 적지 않다.

누구보다 ‘개콘’을 위해 수고하고 노력했던 정동철이기에 900회 특집 게스트 출연 제안을 하지 않은 ‘개콘’ 제작진에 대한 아쉬움이 존재했던 것이었다. 더 나아가 단순히 자신을 부르지 않아 아쉬웠다고 하기 보다는 과거 ‘개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개그맨들이 아닌, 보기에만 그럴듯한 인기스타들만 게스트로 섭외한 것에 대한 더 큰 실망감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뼈 있는 발언을 남기며 제작진의 각성을 촉구한 정동철이었지만, 정작 정종철의 글은 엉뚱한 방면으로 튀었다. 정종철과 같은 시기 ‘개콘’에서 활동했던 임혁필이 그의 글에 “동자야 이런게 하루 이틀이냐. ‘개콘’이랑 아무 상관 없는 유재석만 나오고”라는 ‘예의’가 결여 된 댓글을 남긴 것이다. 그로 인해 ‘개콘’의 게스트로 유재석은 물론이고, 제작진의 각성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정종철 둘 다에게 피해가 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KBS사진=KBS


현재 ‘개콘’은 위기라고 불릴 정도로 저조한 시청률에 시달리고 있다. 단순히 시청률만 낮으면 다행이다. 시청률 보다 더 큰 문제는 ‘화제성’이 제로라는 것이다. 수많은 유행어를 배출했었던 ‘개콘’은 이제 ‘노잼콘서트’라고까지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 ‘개콘’은 900회를 맞이했고, 이에 따라 유재석은 무너져가는 코미디프로그램의 부흥을 도와주기 위해 제작진의 부름에 흔쾌히 응했다. 하지만 ‘상관없는 유재석만 나오고’라는 임혁필의 댓글은 ‘선배에게 버릇없이 대하는 후배’를 뛰어넘어, 도움을 주기 위해 온 사람을 ‘남의 자리’를 빼앗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물론 ‘개콘’ 출신 개그맨으로서, 프로그램과 관계가 없는 연예인이 나오는 것에 대한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정종철 역시 “‘개콘’과 관계없는 핫한 연예인들 불러다 잔치하고 그들에게 감사할 게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다만 정동철은 자신이 겨냥해야 하는 이가 게스트가 아닌 제작진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았고, 그렇기에 그는 그 긴 어디에도 게스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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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혁필은 이와 같은 정동철의 모든 수고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그의 발언으로 정종철은 말하고자 하는 포커스를 놓치는 불상사가 일어났으며, 더 나아가서는 사과의 글까지 올리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임혁필은 상황을 수습하겠다며 자신의 블로그에 “유재석이랑 이휘재랑 김한석이랑 다 72년생 친구다”라며 “휘재랑 한석이랑 만나면 재석이 재석이 하곤 한다. 그래서 유재석이라는 표현을 한 것 같다. 나이가 동갑이고 친구인데 그게 잘못이라면 제가 사과하겠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임혁필은 문제의 글을 삭제한 상황이다.

이 같은 임혁필의 글에 사과의 글을 남긴 사람은 또 다시 정종철이었다. 정정철은 임혁필의 발언에 사과하면서도 “앞서 쓴 글이 왜곡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출연섭외나 편집에 관한 제작권한은 제작진에게 있다. 해서 현역들은 감히 말할 수 없는 내용을 돌 맞을 각오로 말씀드린 것을 이해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비록 사건의 본질이 많이 흐려지기는 했지만 정종철의 글은 현 ‘개콘’ 제작진에게 닿아야 할 말임은 분명했다. “돌 맞은 각오”라는 표현을 쓴 것처럼 정종철은 ‘개콘’을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그리고 여전히 힘들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후배들을 다독이고 싶은 마음에 글을 남겼지만, 정작 돌아온 것은 ‘임혁필의 말실수’ 뿐이다. 임혁필이 정종철의 일침을 제대로 묻어버린 것이다. 만약 임혁필이 댓글만 남기지 않았어도, 아니 적어도 해명 글만 제대로 올렸더라도, 이번 논란은 논란이 아닌 정당한 비판으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 정동철이 올린 글에 공감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혁필이 경솔하게 올린 댓글은 큰 파문을 만들었고, 일각에서는 “‘개콘’의 초창기 멤버인 김미화와 김영철도 가만히 있는데, 왜 너희들이 나서냐”와 같은 비난 여론도 일고 있다. 그야말로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이 뒤바뀐 ‘본말전도’가 따로 없는 상황이다.

언제쯤 이 ‘본말전도’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누구보다 먼저 들어야 할 ‘개콘’ 제작진 귀에 들어갈 수 있을까. 갈 길이 까마득하기만 하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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