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FORTUNE FEATURE|미국 쇼핑몰 혁신하기

Reinventing the American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2017 투자 가이드 - 사이먼 SIMON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 Simon Property Group은 대형 백화점들을 중심으로 미국 최대 쇼핑몰 제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이 백화점 거물들이 휘청거리고 있어 21세기형 소비자 쇼핑 습관에 적응하기 위해 박차를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외곽에 위치한 킹 오브 프러시아 쇼핑몰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쇼핑몰이다. 사이먼은 최근 2억 달러를 들여 이곳을 재단장하고 매장 50곳을 추가했다.필라델피아 외곽에 위치한 킹 오브 프러시아 쇼핑몰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쇼핑몰이다. 사이먼은 최근 2억 달러를 들여 이곳을 재단장하고 매장 50곳을 추가했다.



루스벨트 필드 Roosevelt Field 복합쇼핑센터는 60년 전 찰스 린드버그 Charles Lindbergh *역주: 1927년 뉴욕-파리 간 무착륙 비행에 성공한 비행기 조종사 가 역사적인 대서양 횡단 비행에 나섰던 롱 아일랜드 Long Island 활주로 터를 기반으로 건설되었다. 그럼에도 쇼핑몰 내부에 들어가면, 주요 방문객이 중년 아줌마 세대나 고등학생들이 아니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노드스트롬 Nordstrom 백화점을 통해 이곳으로 들어가면, 지저분하고 알아보기 어려운 쇼핑몰 안내도 대신, 트렌디한 패션 브랜드들로 안내하는 세련된 스크린이 당신의 시선을 잡아 끈다. 쇼핑객들에게 앱을 기반으로 하는 로열티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만드는 스크린이다. 그 중 방문객들이 가장 탐내는 혜택은 전용 프리미엄 주차공간이다.



측면에 휴대폰 충전대가 놓인 가죽 소파를 지나면 새롭게 단장한 푸드코트가 보인다. ‘다이닝 공간’이라는 하는 게 더 걸맞을 듯하다. 플라스틱 접시·식기 대신 실제 식기에 음식을 제공하고, 남은 음식을 판매하는 구내식당이 아닌 트렌디한 느낌의 레스토랑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다. 3억 달러가 소요된 루스벨트 필드의 대대적인 재정비 과정에는 좌석을 완비하고 완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규모 식당 확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쇼핑몰에 두루 펼쳐져 있는 우아한 간판이 2016년 2월 개장한 신규 럭셔리 동으로 당신을 안내한다. 최신식 니먼 마커스 Neiman Marcus 동이 바로 그곳이다.



온라인 쇼핑이 늘고 소비자들의 쇼핑장소 선정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선택 받지 못한 미국 내 수백 개 쇼핑센터들이 노후화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루스벨트 필드는 미국의 중심인 교외 쇼핑몰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 기업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 Green Street Advisors에 따르면, 240만 제곱피트(약 22만 2,967m2) 규모의 루스벨트 필드 쇼핑센터는 1제곱피트 당 연 매출 1,000달러 정도를 올리고 있다. 미국 쇼핑센터 평균의 두 배 이상이다. 참신함과 기술, 고객 서비스 등을 결합한 루스벨트 필드의 전략은 이 쇼핑몰 소유주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이 소매업 위기를 헤쳐나가 쇼핑몰 업계 1위를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 Indianapolis에 본사를 둔 부동산 거물 사이먼은 공격적인 거래방식과 부동산 경영 수완으로 미국 최대 쇼핑몰 운영·개발업체의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내 쇼핑몰 108개-이 중 상당수가 루스벨트 필드처럼 고수익을 내고 있다-와 할인 아울렛 72개를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 가치만도 1,100억 달러에 이른다. ‘사이먼 제국’을 수호하는 미국 대형 고급 쇼핑몰에는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Caesars Palace 호텔의 포럼숍 Forum Shops, 필라델피아 외곽 킹 오브 프러시아 King of Prussia 쇼핑몰, 대규모 하이엔드 뉴욕 아웃렛 몰 우드버리 커먼 Woodbury Common 등이 있다(사이먼은 해외에서도 사업을 운영한다. 유럽 전역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파리 소재 쇼핑몰 운영기업 클레피에르 Klepierre의 지분 20%도 소유하고 있다).



사이먼은 2015년 매출 53억 달러를 올렸다. 이익마진이 무려 37%로 부러울 만한 수준이다. 연 매출은 대침체기(Great Recession) 이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시가총액도 2008년 말 이후 5배나 증가한 57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성공 비결은 쇼핑몰 업계를 구성하는 상당수 기업의 매출이 부진한 상황에서-백화점과 의류 소매업이 특히 심하다-꾸준히 현실에 적응해 잘 팔리는 게 뭔지 찾아냈다는 것이다.



사이먼은 제너럴 그로스 프로퍼티 General Growth Properties(GGP)와 터브먼 센터 Taubman Centers, 메이스리치 Macerich 같은 여러 쇼핑몰 운영기업들과 함께 제곱피트당 최고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소위 ‘A급 몰’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A급 경쟁에서 성공하기 위해 사이먼은 유행에 앞서나가고 쇼핑센터를 현대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진한 브랜드는 뜨는 브랜드로 재빨리 교체하고 있다. CEO 데이비드 사이먼 David Simon은 지난해 7월 투자자들에게 “이미 상당 부분을 제거했다. 우리는 소매기업들이 최대한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언론을 기피하는 사이먼은 본 기사와 관련된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다).



하지만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과 투자자들은, 쇼핑몰 소유기업 1위라는 말이 ‘CD산업의 여왕’처럼 업계를 지배하는 것과 유사하게 들릴 수도 있는 현실과 씨름하고 있다. 사이먼 주가는 지난해 7월 역대 최고가인 229달러를 찍은 후, 많은 입주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우려를 반영 하며 11월 중순까지 21% 이상 하락했다. 사이먼의 3대 입주기업 중 갭과 아베크롬비 앤드 피치 Abercrombie & Fitch는 지난 2년 동안 매장 수백 개를 닫았고, 추가 철수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앵커 테넌트 anchor tenant *역주: 집객 능력이 높은 핵심점포로 주로 대형 입주업체 인 백화점도 폐점하고 있다.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는 향후 10년 동안 미국 쇼핑몰의 15%가 위험해 처하게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수 년간 지속된 과잉 구축이 빚어낸 피할 수 없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먼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회사는 보수 중이거나 신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19억 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최근에는 2억 달러를 들여 루스벨트 필드 남서쪽으로 10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킹 오브 프러시아몰을 재정비·확장했다(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몰에 50개 매장을 여는 계획도 추가되었다).



사이먼은 어떤 매장이 쇼핑몰에 적합한지 개념을 재정립하는 데에도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이먼의 ‘박스’-공간을 가리키는 부동산 업계 용어다-상당수는 치즈케이크 팩토리 Cheesecake Factory 같은 식당이나 패스트 패션 소매브랜드 프리마크 Primark 같은 곳으로 용도가 바뀌고 있다. 사이먼은 지난 5년 간 자신의 부지에 200여 개 식당을 추가 입점시킨 바 있다. 영화관이나 헬스장처럼 방문객이 원하는 비(非)소매 부문 공간도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이 같은 재정비에는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사이먼은 향후 수익 증가 성과를 낼 것이라며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 그건 쇼핑몰이 지나치게 많은 미국에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 투자 리서치기업 모닝스타 Morningstar의 애널리스트 에드워드 무이 Edward Mui는 “사이먼은 추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재투자를 하는 등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며 “좋은 임대인이 별로 좋지 못한 임대인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좋은 임대인 입장에서 보면 현재 사업 여건은 양호한 듯하다. 사이먼의 경우 특히 그렇다. 미국 내 사이먼 소유 쇼핑몰·아웃렛의 입실률은 96.3%에 달한다(업계 평균을 4%포인트 상회한다). 업계 전문단체인 국제쇼핑센터협회(ICSC)에 따르면, 사이먼의 지난해 제곱피트당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604달러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업계 평균 474달러에 비해 27%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가장 낙관적인 이들조차 잇따른 매장 폐점의 위험을 인정하고 있다. 대다수 쇼핑몰에서 앵커 테넌트 역할을 하는 5대 백화점-메이시 Macy?s, 페니 Penney, 콜스 Kohl’s, 딜라드 Dillard?s, 시어스 홀딩스 Sears Holdings-은 2013년 이후 전체의 20%에 이르는 750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소매업 축소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 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에어로포스테일 Aeropostale, 웨트 실 Wet Seal, 퍼시픽 선웨어 Pacific Sunwear, 아메리칸 어패럴 American Apparel 같은 쇼핑몰에 충실하게 기여해 온 브랜드들의 법정관리 신청이 이어지면서 임대인들이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요즘에는 노드스트롬과 니먼 마커스, 허드슨 베이 Hudson’s Bay의 삭스 피프스 애비뉴 Saks Fifth Avenue 같은 매우 성공적인 점포도 임대인에게 타격을 입히고 있다.



폐업이 이어지면 실제로 소매매장 매물이 늘어난다. 임대료를 인상하려는 쇼핑센터 운영자들의 힘이 약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엔 쇼핑몰이 지나치게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코스타 리얼티 인포메이션 CoStar Realty Information에 따르면, 미국인 100명 당 쇼핑센터 면적은 2,353제곱피트(약 219m2) 수준이다. 캐나다의 1,636제곱피트(약 152m2)나 영국의 458제곱피트(약 43m2)와 대비되는 크기다. 196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개발업자들은 매 10년마다 쇼핑몰 수백여 개를 지어왔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새로 지어진 쇼핑몰은 9개에 불과하다(이 중 상당수는 최근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개장한 웨스트필드 Westfield처럼 독특한 명품 프로젝트 쇼핑몰이다). 그린 스트리트는 2019년까지 임대료 인상률이 연 평균 1.5%에 그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소비자들의 습관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옮겨갔다. 여전히 몰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쇼핑 패턴도 스마트폰과 쇼핑 앱으로 크게 바뀌고 있다. 그린 스트리트의 선임 부동산 애널리스트 D.J. 부시 D.J. Busch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미 온라인으로 조사를 마쳤다면, 아이쇼핑을 하거나 매장 12곳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요인들이 쇼핑몰 방문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쇼핑몰이 린든 B. 존슨 Lyndon B.Johnson 미 대통령이 재임했던 1960년대와 똑같은 모습이라면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 결과 몇 년 전만 해도 쇼핑몰 5개까지 수용했던 시장이 이젠 3개만 필요한 상황이 됐다.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 CEO 데이비드 사이먼.사이먼 프로퍼티 그룹 CEO 데이비드 사이먼.



이제까지 사이먼 프로퍼티는 이런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 왔다. 소매업에서 파산은 언제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었다. 데이비드 사이먼은 사이먼 프로퍼티가 상장한 1993년 당시 10대 기업 중 현재 3개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걸 좋아한다. 그를 비롯해 좋은 실적을 내는 경쟁기업들도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왔다. 불황 이후 사이먼과 GGP는 총 매출이 저조한 쇼핑몰 대부분을 분할·매각하고, 매출이 높은 곳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 성공사례 한가지를 들자면, 작년 여름 메이시가 2017년 봄까지 폐점하겠다고 발표한 매장 100군데 가운데 사이먼 소유 쇼핑몰에 입점한 곳은 단 하나뿐이었다.



문제가 많긴 하지만, 백화점은 여전히 쇼핑몰 운영업체에겐 필수적인 존재이다. GGP는 자사 쇼핑몰 고객 중 70%가 백화점을 방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사이먼은 니먼 마커스 같은 앵커 테넌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루스벨트 필드의 신규 럭셔리 동을 ‘니먼 마커스동’으로 명명한 것 외에도 패션 블로거와 스타일리스트들이 진행하는 영향력 있는 모임처럼 쇼핑객을 유인하기 위한 화려한 행사도 개최하기 시작했다. 니먼의 CEO 캐런 캐츠 Karen Katz는 “행사의 질이 꾸준히 높아져왔다”며 “그들은 사이먼 쇼핑몰 브랜드 내에서 니먼 마커스를 성공적으로 홍보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대형 매장이 문을 닫는다면? 사이먼은 이에 대한 전략도 가지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사이먼은 빈 백화점 부지 90곳을 새롭게 활용해 수익성이 더 좋을 것이라 예상되는 소매기업이나 사업 유치를 위해 리모델링을 진행해왔다. ICSC의 CEO 톰 맥기 Tom McGee는 “업계는 집객 효과가 높은 사업으로 부지 사용 목적을 수정함으로써 폐점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쇼핑몰과는 거리가 먼 식료품점, 스핀 클래스를 제공하는 피트니스 센터, 오락시설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이먼 프로퍼티가 새로운 소매업의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를 혁신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회사가 기존 소매업 세계를 구축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브롱크스 출신 창업자이자 데이비드의 부친인 멜빈 사이먼 Melvin Simon은 1960년 자신의 형제 허브 Herb, 프레드 Fred와 함께 ‘거물’ 3형제 팀을 만들었다. 이후 그들은 ‘쇼핑몰 계의 마르크스 형제들’로 유명해졌다. 이들은 백화점이 앵커 역할을 하는 쇼핑센터 개념 창출의 선구자들이었다. 이전엔 백화점이 주로 도시 중심에 단독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사이먼 3형제의 아이디어는 당시 소매 식료품 체인 정상에 있었던 백화점 방문객들을 주요 시설들로 둘러싸인 쇼핑몰 안에서 최대한 활용해보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백화점에겐 아주 적은 임대료만 받는 대신, 다른 입주 기업의 임대료는 높게 책정했다. 이런 흐름은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분석기업 레이스 Reis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앵커 테넌트의 제곱피트당 연 임대료는 4달러에 불과했지만, 다른 매장들은 평균 42.22달러에 달했다.




앵커 테넌트 모델이 자리를 잡은 후 수십 년 동안 멜빈 사이먼 앤드 어소시에이트 Melvin Simon & Associates는 쇼핑 센터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1993년 기업공개 때 최대 상장 부동산 투자신탁회사가 됐을 정도였다. 3년 뒤 사이먼은 경쟁기업 드바톨로 리얼티 DeBartolo Realty와 합병하면서 급격히 몸집을 키울 수 있었다. 그 후 쇼핑몰의 자연스러운 성장세가 시들해지면서, 거래 능력이 경영진 승진 과정에서 필수적인 기술로 부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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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멜빈의 장남 데이비드 사이먼이 등장했다. 1990년 멜빈은 당시 뉴욕의 저명한 부티크 금융사 와서스타인 페렐라 앤드 컴퍼니 Wasserstein Perella & Co에서 M&A 전문 은행가로 근무하던 데이비드에게 고향 인디애나폴리스로 돌아오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1995년 CEO에 임명됐다. 난투가 난무하는 월가에서 배운 생존 기술과 부모에게 물려받은 기질이 합쳐진 데이비드는 그 후 무시무시한 교섭자가 되었다. 그는 2009년 와튼 스쿨 Wharton School 학생들에게 “미국 중서부에서 나고 자라났어도 아버지가 뉴욕 출신이면 공격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스스로를 묘사하기도 했다.



이런 공격성을 가진 사이먼은 1990년대 말 일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예전에는 지역으로 분화되어 있던 시장을 확대해 자신의 회사가 진정한 의미의 첫 번째 미국 전역 쇼핑몰 개발업체로 변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1997년에는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리테일 프로퍼티 트러스트 Retail Property Trust를 12억 달러에 인수함으로써 뉴욕 주 화이트 플레인스 White Plains의 고급 웨스트체스터 Westchester 쇼핑몰을 포함해 권위 있는 부지 10개를 보유하게 되었다. 1년 뒤에는 59억 달러에 코퍼레이트 프로퍼티 인베스터스 Corporate Property Investors(CPI)를 인수, 루스벨트 필드 등 주요 쇼핑몰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2004년에는 첼시 프로퍼티 그룹 Chelsea Property Group을 35억 달러에 인수해 최대 하이엔드 아울렛 몰 운영기업-거기에는 연 매출 13억 달러(일부 추정)인 뉴욕 주 허드슨밸리의 우드버리 커먼 몰 등이 포함된다-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동시에 사이먼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쇼핑몰 처분에도 적극 나섰다. 레이스의 이코노미스트 바버라 데넘 Barbara Denham은 오늘날의 쇼핑몰 경제에선 “승자와 패자가 단순히 나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14년 사이먼은 소위 말하는 ‘B급’과 ‘C급’ 몰-제곱피트당 매출이 낮은 곳-대다수를 워싱턴 프라임 그룹 Washington Prime Group이라는 신규 리츠 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부동산투자신탁)로 분할했다. 그는 이 계약을 통해 리츠 대다수보다 생산성이 높은 쇼핑몰의 많은 지분을 보유하면서도 이들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현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 사이먼 프로퍼티와 다른 경쟁기업들은 기로에 서 있다. 수 년 간 합병을 지속한 결과, 이제는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 여력이 크지 않게 됐다. 과거 사이먼은 GGP, 터브먼, 메이스리치(2015년) 같은 대형 경쟁기업들의 인수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젠 실험적 파트너십의 시대다. 일례로 지난해 9월 사이먼은 GGP를 포함한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에어로포스테일이 파산을 면하고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매수를 하는 등 처음으로 실험적 파트너십을 시도하기도 했다.


뉴욕 주 가든시티의 루스벨트 필드 쇼핑몰. 사이먼이 지난 20년 동안 재정비한 수십 개의 몰 중 한 곳이다.뉴욕 주 가든시티의 루스벨트 필드 쇼핑몰. 사이먼이 지난 20년 동안 재정비한 수십 개의 몰 중 한 곳이다.



쇼핑몰 운영기업들은 쇼핑 기술이 그들을 완전히 굴복시키기 전에 그 기술을 익히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사이먼은 2014년 벤처캐피털 회사를 설립해 GGP 등 파트너사와 함께 전자상거래 기업 델리브 Deliv, 쇼핑 로열티 앱 숍킥 Shopkick 등에 투자했다. 지난 2년 간 소규모 기술기업들에 2,0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하기도 했다. 결혼식 드레스 대여 서비스업체 유니언 스테이션 Union Station, 상당한 할인율을 제공하는 의류장터 패션 프로젝트 Fashion

Project 등이 거기에 포함되었다. GGP의 CEO 샌딥 매스라니 Sandeep Mathrani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앱 기능에 대해 언급하면서 기술에 대해 낙관적이고 냉소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을 주차장으

로 안내하는 기능에 많은 자금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신이 데이비드 사이먼을 화나게 하고 싶다면, 쇼핑몰 방문객이 줄고 있다고 말하면 된다.



매출 부진의 이유로 쇼핑몰 방문객 감소를 탓하고 있는 소매업 CEO들이 한 둘이 아닌 점을 고려하면(날씨 탓이나 작년 가을 대선 탓을 했던 것만큼이나 흔한 일이다),왜 이런 생각이 유효한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이먼은 수 년째 소매업자들의 불평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012년 소매업에 집중하는 투자은행 파이낸코 Financo가 주최한 한 업계 행사에서 제이 크루 J.Crew CEO 미키 드렉슬러 Mickey Drexler는 한 쇼핑몰의 강력한 팝콘 냄새가 매장에서 손님을 몰아내고 있다고 불평을 한 적이 있다. 그러자 사이먼은 “당장 매장 공간을 회수하겠다”고 응수했다.



실제 사이먼은 A급몰 고객이 감소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독립적인 통계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지난해 6월 한 모임에서 “쇼핑몰 방문객을 추적하는 건 그들이 아니라 우리”라며 다소 불쾌감을 드러낸바 있다. 그는 이어 “그들은 바로 우리 고객이다. 이런 상황을 묘사하는 방식이 보다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매업자들에게 곧바로 직격탄을 날린 적도 있었다. 그는 작년 10월 월가 애널리스트들에게 “인터넷 매출이라는 ‘성배’만 쫓으면서, 실제 제품에 기울여야 할 노력은 등한시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소매업자들이 기존 소매업 전략을 부활시킨다고 해도, 백화점의 주도권이 감소하고 있다는 건 향후 5년 뒤 평균적인 미국 쇼핑몰이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사실 그건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쇼핑몰에는 다양한 종류의 기업들이 입점해 있었다. 쇼핑센터에 슈퍼마켓, 약국, 드라이클리닝, 신발 수선 서비스 등이 공존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캐나다나 유럽처럼 이젠 미국에서도 쇼핑몰이 다시 이런 식으로 바뀔 수 있다. 사이먼 소유 쇼핑몰에는 여전히 백화점 443개가 운영 중이지만, 이 회사는 이미 다양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기업의 초기 쇼핑몰 중 하나인 인디애나주 블루밍턴 Bloomington의 칼리지몰 College Mall은 최근 철수한 시어스 매장을 허물고, 홀푸드 365 할인 식료품점과 화장품 매장 얼타 Ulta 같은 소형 매장을 입점시키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백화점들이 매장 공간을 축소하면서, 중소 소매기업들이 쇼핑몰의 앵커 역할을 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높은 집객 효과로 사이먼 같은 운영업체로부터 임대료를 상당히 할인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추정치에 따르면, 애플 매장을 유치할 경우 쇼핑몰의 전반적인 매출은 10% 증가한다. 현재 애플은 사이먼 소유 쇼핑몰 중 55곳에 입점해 있으며, 부유층을 유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브랜드인 테슬라 매장은 15곳에 입점해 있다.



그린 스트리트의 부시는 임대인들이 급성장하는 소매 기업(요즘에는 T.J. 맥스 T.J.Maxx, 얼타 뷰티 Ulta Beauty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에 스트립몰 strip mall *역주: 상점과 식당 등이 일렬로 늘어선 중소형 상가 수준의 임대료만 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다양한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이럴 경우 연간 임대료는 제곱피트당 8~15달러 수준이 된다. 백화점만큼 좋은 계약조건은 아니지만, 방문객 유인 효과를 고려할 때 괜찮은 수준이라 할 수도 있다. 부시도 다른 애널리스트들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백화점 붕괴 현상을 기회로 보고 있다. 그는 “쇼핑몰이 원래 갔어야 했을 방향으로 이끄는 촉진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모자란 부분을 채울 전도유망한 소매기업들은 충분히 많은 상황이다. 온라인 독점 서비스로 시작한 기업들도 거기에 해당된다. 매스라니는 GGP의 가장 최근 분기 실적 발표에서 “안경 디자인업체 워비 파커 Warby Parker 매장

은 1,000곳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인터넷 기반 남성 의류 업체 보노보스 Bonobos 매장도 100곳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을 상기시켰다. 아마존도 서점 수백 개를 개점할 예정으로 알려져있다. 상업부동산 컨설팅업체

CBRE의 소매자산서비스 책임자 마크 헌터 Mark Hunter는 “매장 확대를 위해 장소를 탐색하는 소매기업들에겐 충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의류 소매기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ICSC 자료에 따르면 현재 식음료 매장은 미국 쇼핑몰 임대공간의 9%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경영진은 이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적응하는 데는 비용이 발생한다. 리츠 수익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 입점 기업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선 쇼핑몰에게 별다른 선택권이 거의 없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이먼이 쇼핑몰을 꾸준히 재단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이 과거의 백화점 모델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6월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데이비드 사이먼은 “결국 훌륭한 쇼핑몰들은 확장·개선되 고 다양성이 높아지는 반면, 비주류 소매기업 일부는 고전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업을 이 ‘비주류’에서 최대한 멀리 유지하는 것이 그의 임무라 할 수 있다.



● 리츠의 감소세
쇼핑몰에 대한 투자는 거의 항상 부동산투자신탁(리츠)의 매수를 의미한다.



투자자들이 리츠를 좋아하는 이유
리츠로 묶인 기업들은 우호적인 세제 혜택을 받는 대신 과세소득의 9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꾸준한 이익을 좇는 투자자들 입장에겐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임대주들이 리츠를 좋아하는 이유
리츠의 구조상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 같은 임대인들은 주식시장에서 자본을 늘림으로써 은행 채무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 규모가 통상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개발업체에겐 큰 장점이다.


투자자·임대주 모두가 긴장하는 이유
경제전문가 다수가 올해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채권 대비 리츠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부채비용 증가가 이익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PHIL WAHBA, PHOTOGRAPH BY TOM SCHIERLITZ

PHIL WAH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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