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FORTUNE REATURE|추하고 부도덕한 실리콘밸리의 이면

THE UGLY UNETHICAL UNDERSIDE OF SILICON VALLEY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우상파괴자를 우러러보고 규칙파괴자를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는 실리콘밸리 신생업체들의 대체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스캔들이 쌓여감에 따라 ‘성공할 때까지 속여라(fake it till you make it)’ 같은 IT 사업가들의 방식이 정도를 넘어선 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비노드 코슬라 Vinod Khosla는 똑똑한 척 하는 무지렁이 기자들의 장광설을 들으려고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TechCrunch Disrupt에 참석한 건 아니었다. 이 벤처투자자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한 창고에서 노트북 불빛으로 얼굴을 밝힌 잠재적 혁신가와 혁명가 청중 1,000명에게 혁신과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그곳에 간 것이었다.



그러나 기자 입장에선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품기업 햄프턴 크리크 Hampton Creek 얘기를 꺼내는 것이 당연했다. 이 업체는 IT 기업처럼 회사를 꾸미고, 심지어 IT 기업처럼 자사 가치를 평가한 곳이었다. 실리콘밸리의 전설 코슬라가 피터 틸 Peter Thiel의 파운더스 펀드 Founders Fund, 그리고 세일즈포스 Salesforce CEO 마크 베니오프 Marc Benioff와 함께 투자를 한 업체이기도 했다. 이 회사에 관한 언론 기사들이 유통기한 실험 같은 조잡한 과학과 오해를 부르는 제품표기를 둘러싼 미 식약청과의 다툼을 다루기도 했다. 그럼에도 코슬라는 햄프턴 크리크가 “놀라운 일을 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테크크런치의 조너선 시버 Jonathan Shieber는 다음 질문을 하기 전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코슬라의 심기를 건드렸다.



코슬라는 ‘내 손에 말하라(talk to the hand)’라는 제스처 *역주: 상대방의 말을 듣기 싫다는 의사 표현 를 하며 청중에게 돌아선 후 ‘이 사람 관심몰이꾼 아닌가?’라고 조롱을 했다. 그는 “항상 그렇듯, 돌아가는 상황도 모르면서 흥미로운 얘기를 만들기 위해 자기 주장만 늘어놓는 언론인이 여기에도 한 명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시버를 바라보며 “실례지만 그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내가 당신보다 더 잘 안다”고 쏘아붙였다.



2015년 9월의 일이었다. 당시 코슬라가 몰랐던 것이 하나 있었다. 햄프턴 크리크의 직원과 협력업체들이 비밀리에 식료품점에서 1년 이상 자사의 무달걀 마요네즈 병 제품을 사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소문에 따르면, 소매업 파트너들에게 인기 있는 제품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다시 1년이 지났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Bloomberg Businessweek가 이 행각을 폭로했다. 설립자 조시 테트릭 Josh Tetrick의 얼굴이 마요네즈로 뒤덮인 애니메이션과 함께 게재된 기사였다(햄프턴 크리크는 품질관리 실험의 일환으로 자사 제품을 사들인 것이라고 주장하며 잘못을 부정했다. 코슬라는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신생기업들은 대개 이런 뉴스에 대해 판박이 같은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그 반응은 앞서 언급한 코슬라의 비난과 매우 유사하게 들린다. 맹목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태도로, 언론과 자신들이 맞서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예컨대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2015년 혈액검사 신생업체 테라노스 Theranos 문제를 최초로 폭로한 바 있다. 당시에도 그레이록 Greylock의 조시 엘먼 Josh Elman과 와이 컴비네이터 Y Combinator의 샘 앨트먼 Sam Altman 같은 벤처 투자자들은 일방적인 ‘편파 보도(slam piece)’라며 반대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스캔들이 쌓이고 다른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보호 위주의 전략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몇몇 투자자들은 오명을 쓴 기업들 곁에 계속 머무르고 있지만, 다른 투자자들은 잘못을 저지른 기업들, 그 외 신생업체들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언론 폭로 이후 2년간 자사 실험 결과를 무효화해 범죄수사 대상까지 된 테라노스는 예외로 치부하고 있다. 단 하나의 썩은 사과였다는 것이다(벤처투자업체 퍼스트 라운드 캐피털 First Round Capital이 매년 제작하는 휴일 영상(holiday video)에선 신생기업 창업자 그룹이 ‘테라노스는 대표성이 없으며, 우리가 (그 회사보다) 더 낫다’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제네피츠 Zenefits도 이와 유사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인사관리 신생업체는 직원들의 의무준수 교육 관련 부정행위를 인정한 바 있다. 그 때도 이 사건이 예외적인 사건으로 치부되면서 모든 신생업체가 그런 건 아니라는 의미의 #NotAllStartups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하기도 했다.



렌딩 클럽 Lending Club의 대출 조작은 어떤가? 이에 대해선 신생업체 문제가 아니라고 대응을 했다. 한 직원이 송금문서 위조 혐의를 제기한 워크라이엇 WrkRiot도 마찬가지였다. 실패한 스마트 오토바이 헬멧 생산업체 스컬리 Skully는 ‘사기성 장부관리’혐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티켓발행 사이트 스코어빅 ScoreBig은 브로커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로텐버그 벤처스 Rothenberg Ventures는 창립자 마이크 로텐버그 Mike Rothenberg이 투자자 자금을 유용해 자신의 또 다른 신생기업에 자금을 댔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이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공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망 있고 투자도 잘 받은 패러데이 퓨처 Faraday Future와 하이퍼루프 원 Hyperloop One은 각각 과대광고와 방만 경영에 대한 혐의와 소송 때문에 명성에 금이 간 상황이다(패러데이는 관련 소송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고, 하이퍼루프는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소송 관련 합의를 진행했다). 수십 건의 소규모 회계 부정 편법과 엉망인 공격적 성장 전략, 다른 내부 잡음들은 상대적으로 너무나 사소해 헤드라인에 오르지 못했을 정도였다.



어떤 업계에도 사기행각은 있기 마련이다. 성장세가 뜨거울수록 장사치가 더 많이 모여드는 법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항상 스스로를 ‘고결한 이단아(virtuous outlier)’로 여겨왔다. 이타적인 괴짜들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본주의를 용인하는 곳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업계처럼 부정직하고 탐욕스러운 곳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스캔들로 오명을 쓴 신생업체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모두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과장된 마케팅부터 완전한 사기행각까지, 속이는 행위가 그 어느 때보다 만연하고 있다. 그 심각성이 너무나 커져 신생기업 문화 자체가 문제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IT 분야에서 사기행각이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장기투자자들은 1980년대 미니스크라이브MiniScribe가 재고 회계 부정행위를 하기 위해 하드디스크 박스에 실제 벽돌을 넣었던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1990년대 초반에는 월드컴 WorldCom과 엔론 Enron 같은 닷컴 폭탄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엔 더 많은 자금이 오고 가고 있다(피치북 PitchBook에 따르면, 닷컴 붐이 한창일 때 미국 내 신생기업에 투자된 벤처자금은 450억 달러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그 금액이 73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기업들이 비공개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하면서(10억 달러 이상 가치평가를 받은 비공개 기업이 174개나 된다), 투명성이 더 떨어지기도 했다. IT가 핀테크, 의료기술, 자동차기술, 교육기술 등 모든 분야에 침투하면서 ’법적 회색지대‘가 끝없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극적인 사건들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더 큰 재앙을 우려하고 있다. 벤처투자계의 베테랑이자 엘리베이션 파트너스 Elevation Partners의 매니징 디렉터인 로저 맥나미 Roger McNamee(40)는 “테라노스가 ‘탄광의 카나리아(the canary in the coal mine)’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모두가 테라노스를 극히 예외적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전혀 예외가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건 IT업계에게 나쁜 소식이 될 것이다. 신뢰가 없다면 자금과 제품, 사람이 얽혀있는 IT 업계 생태계는 제 기능을 못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옛 속담의 한 부분보다 전체가 더 정확하다는 사실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단지 썩은 사과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썩은 사과 하나가 사과 통 전체를 망친다(One bad apple spoils the whole barrel)’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규칙을 파괴하면 영웅이 된다. 물론 중요한 규칙이 아니라 바보 같은 규칙을 파괴할 때 그렇다. 신생업체의 신화는 ‘천재 스티브 잡스가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했던 때’와 ‘미치광이 래리 엘리슨 Larry Ellison이 1990년대 자기 멋대로 매출을 계산했던 때’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요즘 창업자들은 에어비앤비의 잘 알려진 ‘농사(farming)’ 전략을 언급하곤 한다(에어비앤비는 사람들을 숙소대여 서비스로 끌어들이고자 크레이그리스트 Craigslist를 통해 스팸 광고를 보냈다). 이들은 ‘T.K.’가-우버 공동창립자 트래비스 캘러닉 Travis Kalanick-어떻게 법적 장애물들을 무시해왔는지 입에 거품을 물어가며 이야기를 한다. 우버의 정치 컨설턴트 브래들리 터스크 Bradley Tusk에 따르면, 우버 찬양론자들은 회사의 공격적인 태도와 700억 달러의 가치평가는 중시하면서도 여러 도시의 규제 당국과 막후에서 조심스럽게 협상하는 우버의 모습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창업자들은 ‘외로운 카우보이’ 이야기의 낭만 때문에 의심스러운 결정을 더 쉽게 합리화하곤 한다. 투자자들의 신생기업 실사를 돕고 있는 스타트업팩트체크 StartupFactCheck의 창립자 야쿠프 코스테츠키 Jakub Kostecki는 “‘현실이 될 때까지 속여라’ 혹은 ‘신속히 움직이고 파괴하라(move fast and break things)’ 같은 태도, 즉 전투의 함성 같은 요소들을 몇몇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잘못 해석해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조사한 초기 단계 신생업체 150개 중 4분의 3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정보나 의도적인 불완전 정보를 이용해 투자자들에게 사업을 설명한 적이 있다. 무료 시험버전을 사용해 본 사람들을 ‘고객’으로 제시하거나, 작은 역할을 맡았던 예전 프로젝트를 단독 프로젝트인 것처럼 주장하는 식이다.



창업자들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도, 초기 투자자들은 이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벤처투자 및 촉진 업체 500 스타트업 500 Startups의 창업 파트너 데이브 매클루어 Dave McClure는 “진실 왜곡이 항상 투자를 받는데 방해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흥미로운’ 행동과 성공적인 기업가정신 사이에 연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500 스타트업의 사업 설명을 진행한 매클루어는 등록조차 하지 않았던 대학에 다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엄밀히 따지면 사실이다. 몇몇 강의를 몰래 들었기 때문이다. 초기에 이야기를 지어내는 일이 너무 일상화 되어 있어 사실이 정말 그렇기를 기대할 정도다. 초기 투자를 위한 플랫폼 에인절리스트 AngelList의 창업자이자 CEO인 나발 라비칸트 Naval Ravikant는 “모든 사람들은 여기에 관련된 [투자] 규모가 너무 적고, 명성이 중요하며, 모든 신생업체가 어느 정도는 과장한다고 단정을 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 6년 동안 사기 사건에 말려들지 않고 1,100건의 투자를 성사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용어의 정의를 따져보면, 기업가정신은 현존하지 않는 존재를 홍보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강력한 윤리 기준과 진심으로 좋은 의도를 가진 창업자조차 투자자와 엔지니어, 고객들을 설득해 거의 지어낸 것에 가까운 아이디어가 현실화 하는 미래를 신뢰하게 만들어야 한다. IT 기업에 인수합병 관련 조언을 제공하는 투자은행 벌저 파트너스 Bulger Partners의 매니징 디렉터 크리스 벌저 Chris Bulger는 “‘상대방 것보다 자신의 콜라가 더 맛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 어떻게 될지 설명해 주겠다’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이런 상황을 묘사했다. “나중에 이 사람이 틀렸다고 판명된다고 해서 그가 지금 시점에 거짓말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창업자의 비전이 틀린 것으로 판명돼도 투자자들은 대개 호소할 방법이 없게 마련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창업자들은 회사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주식 의결권을 차등화했다. 이후 우버, 에어비앤비, 스퀘어 Square, 스냅 Snap, 팰런티어 Palantir, 위워크 WeWork 같은 강력한 신생업체들도 유사한 형태로 밀어붙여 창업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다. 그러나 뭔가가 잘못되면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진다. 테라노스 투자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CEO 엘리자베스 홈스 Elizabeth Holmes의 초강력 주식(supershares)은 주당 100표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갖고 있다.




유능한 CEO로 성장하는 창업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실리콘밸리 문화의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다. 모두가 엔지니어, 디자이너, 투자자들을 과할 정도로 우러러보면서도 경영자들은 별로 존중하지 않는다. 벤처투자 기업 제너럴 캐털리스트 General Catalyst의 파트너 필 리빈Phil Libin은 “부실 경영이 전염병처럼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나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젊고 경험이 부족하고 예전 사례들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경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쥐어준 후, 전통을 어기고, 규칙을 파괴하고, 마술 같은 아이디어를 수용하라고 말한다면 어떤 일이 잘못 될까? 맥클루어는 “우리는 사업가들이 규칙을 파괴하지 말고 변칙적으로 적용하기(bend the rules)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두가 아는 ‘천재와 미친 사람은 종이 한 장 차이다’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기업가정신과 범죄도 종이 한 장 차이일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 벤처 투자 문화 자체가 창업자들의 등을 떠밀어 선을 넘게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벤처 투자의 매력을 이해하려면, 사업에 대해 알고 있는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는 식이다. ‘견인력(traction)’과 ‘성장동력(momentum)’처럼 치밀하지 못한 용어가 오히려 정상적인 사업 모델이나 매출, 이익보다 더 큰 가치로 평가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두는 즐거움의 한 부분일 뿐이다! 벤처는 리스크가 크지만 보상도 크다. 보잘것없는 남은 인생 동안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기 위해 고생하느니 복권을 사는게 낫지 않은가?



벤처캐피털은 리스크 분산을 위해 각 펀드에 수십 개씩 베팅을 한다. 그 중 단 하나만 페이스북처럼 터지면 된다. 그렇다면 다른 회사들에게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전망을 하도록 압박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사업 설명회에서 ‘1조 달러 규모의 시장 기회’라든가 ‘1,000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홍보하도록 유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한 창업자는 최근 “내게 투자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불에 기름을 더 부을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공개적으론 이런 관행을 ‘푸아그라 효과(foie gras effect)’ *역주: 푸아그라를 얻기 위해 거위에게 억지로 사료를 먹이듯, 빠른 성장을 위해 내실보다 외부 투자에 집중하는 태도라고 비난을 한다.



일단 불이 활활 타오르면, 누구도 그 불을 끄고 싶어하지 않는다. 몇몇 신생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투명한 공개를 하지만-이를 요구하는 투자자들도 있다-가장 뜨거운 기업들은 불편한 숫자들을 숨겨둘 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최근 우버의 펀드 투자 유치를 예로 들 수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부자들은 이번에 우버에 투자를 하면서 일련의 리스크 요소들 외에 재무 정보를 전혀 받아보지 못했다. 언론도 회사가 직접 제시하는 단편적인 정보에 기대고 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명확하지 않은 연매출과 성장률(도대체 기준이 무엇인가?) 등이 그렇다. 이런 상황이 별로 낯설지 않다면, 2000년대 주택시장 거품을 떠올려 보라. 당시 미국인들은 주택담보대출 신청서에 외부 증명도 없는 본인 수입 정보를 기재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마음대로 적어냈다. 기업 회계에 있어 신생기업들의 재무 정보 공개는 ‘거짓 대출(liar loans)’이나 다름없다.



이런 관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한가지 아이디어에 국한된다면, 윤리 기준을 조금이라도 많이 어기는 신생기업을 쉽게 떨쳐낼 수 있다. 우리는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정도로 악화되기 전에 이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유니콘의 시대(Age of Unicorns)’엔 아무것도 없던 신생기업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10억 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변신을 한다. 그리고 이런 과장행위는 빠르게 고객, 벤더, 직원들-무언가가 무너지면 모두 취약해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10억 달러 가치평가를 받은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가 성숙한 기업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협업 소프트웨어 신생기업 그로스해커스 GrowthHackers의 CEO 숀 엘리스 Sean Ellis는 “신생기업들은 모두 필사적”이라고 말했다. “[성숙한] 기업들은 성장을 촉진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도 죽지 않지만 대부분의 벤처업체들은 죽는다. 그리고 매우 절실할 때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른다.” 의무준수 교육 관련 부정행위를 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든다든가, 분기별 실적을 조작한다든가, 매장에서 자사 마요네즈를 직접 구입하는 등의 행동을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3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 매리 조 화이트 Mary Jo White는 스탠퍼드 대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실리콘밸리에 한가지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신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는 경고였다. 그녀는 증권거래위원회가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IT 신생업체들에서 나타나는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가치평가’나 의심스러운 사업관리, 투명성 부족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필자가 투자자들에게 화이트의 방문에 대해 얘기했을 때, 이를 기억하는 사람조차 별로 없었다. 신생기업들이 쉽게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상황에서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였다. 현재는 ‘더 심한 바보(Greater Fools)’ *역주: 터무니없이 높게 가치 평가된 대상에 투자하는 사람들 가 끝없이 나타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고 있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벤처 자금 규모는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중동과 아시아의 국부펀드와 국가지원 투자자들도 지분을 늘리고 있다. 소프트뱅크 SoftBank는 사우디 아라비아 공공투자기금(Public Investment Fund)과 함께 1,000억 달러 규모의 IT 펀드를 조성했고, 포춘 500대 기업들은 힘든 상황임에도 기꺼이 혁신가들에게 돈을 쏟아 붓고 있다. CB 인사이트 CB Insight에 따르면, 활성화된 사내 벤처사업 수도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배나 증가했다. 초기단계 시장도 비슷한 포화 상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 내 엔절 투자 규모도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달러화 기준 약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는 실패를 용서해주고 심지어 축하해 주는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다. 전자상거래 신생업체 팹닷컴 Fab.com은 세계 제패를 약속했지만, 곧 투자자들의 자금 3억 3,600만 달러를 날리며 불과 1,500만 달러에 매각되기도 했다. 이런 사건이 있었지만 팹닷컴 투자자 중 일부는 투자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팹닷컴 공동창업자 제이슨 골드버그 Jason Goldberg와 브래드포드 셸해머Bradford Shellhammer의 다음 스타트업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셸해머는 1년도 지나지 않아 또 실패했다). 제네피츠의 CEO 파커 콘래드 Parker Conrad는 작년 2월 일어난 부정행위 스캔들 도중 사임을 했다. 하지만 몇 개월 만에 새로운 직원 복지 신생업체 창업에 나섰다. 제네피츠와 너무나도 비슷해 보이는 사업이었다. 그가 실패를 학습 경험으로 살린다면 사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거의 매일 황당한 사건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들에 대해 보다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미국이 실리콘밸리를 더 이상 신뢰하지않는다면, 신생기업들은 혁신의 자유를 상실할 것이다. 고객, 투자자, 함께 일할 잠재적 직원들을 설득하는 데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다. 사업이 사라질 정도로 많은 규제를 받을 지도 모른다.



제멋대로인 재무 정보는 종종 경제적 거품이 곧 터질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2000년 말 벌어진 닷컴 붕괴와 엔론 사태, 그리고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때의 은행들을 떠올려 보라. 스캔들이 경기침체를 초래하진 않지만 그 단초가 될 수는 있다. 화이트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청중에게 던진 경고 그대로다. “과도하게 부풀려진 가치평가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이 드러나면 누가 피해를 보겠는가? 바로 우리 모두다.”



■ 신생기업 스캔들의 규모
1부터 테라노스까지를 척도로 할 때, 스캔들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로 볼 것인가? 포춘 자체의 심각성 척도(벤처 투자자 필 리빈이 만든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를 기준으로, 최근 몇몇 사례에 대해 순위를 매겨 봤다.





과대광고에는 미치지 못한 경우
한때 잘 나가는 기업이었지만 성장부진, 정리해고, 회사 과대평가와 과대광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려움에 빠진 경우다. 흔한 일이며 살아남을 수 있다.
어니스트 컴퍼니 HONEST COMPANY: 유명 여배우 제시카 알바 Jessica Alba가 자신의 소비자 제품 신생업체의 제품 표기 관련 소송으로 1년간 곤혹을 치른 후, 최근 정리해고와 공동창업자 한 명의 퇴사를 발표했다. 어니스트 컴퍼니는 부정행위를 부인했고, 지난해 12월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 중 1건이 기각되었다.





교묘한 과장
회사가 사용자와 매출, 제품 기능에 대한 수치를 과장하기 위해 미심쩍은 측정기준을 사용하고,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문제들은 축소 보고하는 경우다. 꽤나 흔한 일이며 대개는 합법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엔 위험한 길이다.
매직 리프 MAGIC LEAP: 로니 애보비츠 Rony Abovitz의 가상현실 신생업체로 45억 달러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 받았다. 멋진 데모 영상들로 IT업계를 놀라게 했지만, 해당 비디오 중 하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히지 않았다.





사업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야 할까?
이 신생기업의 기술과 사업 모델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로 시작하거나, 문을 닫거나-몇몇 상황에서는-속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햄프턴 크리크: 공동창업자 조시 테트릭이 이끌던 달걀 무첨가 마요네즈 기업으로, 협력업체와 직원들에게 소매점에서 자사 제품을 사들이라고 명령했다. 사실상 매출을 부풀린 것이다(회사는 품질관리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사기 혐의를 받다
속이는 일이 잠재적 범죄행위가 된 경우다. 회사가 ‘현실이 될 때까지 속여라’ 방식의 노력을 계속하면서 노골적인 거짓말을 하고, 명백하게 규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결국 규제 당국이 개입했다.
테라노스: 회사 기술이 정상 기능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만 해도 이 혈액검사업체의 가치는 90억 달러까지 치솟아 있었다. CEO 엘리자베스 홈스는 2년간 의학 실험실의 소유와 운영을 금지 당했고, 몇몇 투자자들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제네피츠: 인사관리 소프트웨어 신생업체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직원들이 주의 라이선스 요건을 회피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 기업 가치가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 신생업체 사기를 위한 레시피
국제공인부정조사관협회(Association of Certified Fraud Examiners)는 기업 사기의 기저에 있는 3대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벤처캐피털 기반의 신생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요소가 다분히 많은 상황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ERIN GRIFFITH

By ERIN GRIFFITH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