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금호타이어 매각협상 올스톱

만기채무연장 사실상 거부

산은도 새정부 출범 맞물려

협상 관련 결정 확답 안해

금호타이어의 일부 채권단이 2조원이 넘는 만기채무 연장을 거부하면서 산업은행과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가 진행 중인 매각협상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더블스타 측의 매각 선결요건이 금호상표권 사용에 이어 2조2,000억원의 금호타이어 채권 연장이었는데 두 가지 모두 벽에 부딪혀서다.


더구나 협상을 진행 중인 산은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이동걸 회장 교체 가능성 등으로 주요 사안을 신속히 결정하려 들지 않는 내부 기류가 형성되고 있고 대선 기간 중 금호타이어의 중국 매각에 대한 반발여론이 강했다는 점에서 섣불리 진행했다가 졸속매각이라는 비판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로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실제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채무 만기를 5년 연장하는 방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후 산은 측에서 추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진척 속도가 더딘 협상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이 만기연장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면 더블스타 측과) 협상을 어떻게 해나갈지, 한다면 언제 할지라도 얘기해줘야 하는데 그런 얘기가 전혀 없다”며 “간단명료하게 진행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산은 측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금호 측의 상표권 사용불허 입장이 강한데다 채권단마저 만기연장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더블스타 측과 협상해야 하는 산은 측이 코너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채권단 대표로 산은이 더블스타 측과 매각협상에 나섰지만 협상만료 시점인 오는 9월23일까지 계약을 마무리하기가 물리적으로 힘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산은과 더블스타 간 매각협상의 핵심은 △더블스타가 20년 동안 금호 상표권 사용 △금호타이어가 채권단에 지고 있는 총 2조2,000억원의 채무 5년간 연장 △공정위 기업결합신고 등 정부 인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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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중 하나도 순조롭게 이뤄지는 게 없는 상황이다. 상표권의 경우 허용 결정권을 가진 박삼구 회장 측이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채무 만기 연장 역시 주주협의회 내부 반대에 직면했다. 채권은행들은 채무연장 기간을 2년으로 줄여야 한다거나 상환 가능한 만큼은 우선 상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에 신중한 새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지 않는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 모두 대선 과정에서 “지역 경제와 일자리 등을 고려해 매각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새 정부 출범으로 산은 주요 인사의 이동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의사 결정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새 정부가 금호타이어 매각에 부정적이었다는 점과 더불어 산은 수장마저 교체될 수 있어 산은 내부의 분위기는 섣불리 결정을 내렸다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산은이 협상에 적극적이지도 않고 더블스타 측에 매각 관련 채권단의 주요 결정사항을 전달하지도 않는다는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식으로 매각협상을 진행하려면 차라리 유찰을 선언하고 재입찰 수순을 밟는 것이 조기매각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주주협 관계자는 “상표권을 가진 곳이 20년 동안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더블스타에 그대로 통보하고 수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면 될 일”이라며 “채무 만기 연장 역시 마찬가지로 산은이 명료하게 진행해 안 된다면 차기로 넘겨 컨소시엄 문제 등을 사전에 협의한 뒤 새로운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산은 관계자는 “단계에 맞춰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현재 인허가 작업 등을 하는 단계로 더블스타 역시 인수준비를 하며 산은 측에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아 드러나는 움직임이 없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산은 관계자는 “채무 만기가 6월 말인 만큼 다음달 초에 채권단 논의를 재개할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4개월 내 매각을 종료하는 데 실무상 문제는 없다”고 일축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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