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만 해도 유소연(27·메디힐)의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등극 가능성에는 거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유소연은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에 랭킹 포인트가 5.52점이나 뒤진 9위였다.
그러나 17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리디아 고와 2위 유소연의 격차는 불과 0.23점이다. 이번주 대회 결과에 따라 유소연은 물론 유소연과 0.02점 차인 3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도 세계 1위에 올라설 수 있다. 지난 2006년 세계랭킹 도입 후 열 번째 세계 1위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미국 진출 6년차인 유소연이 그 주인공이 될 경우 신지애·박인비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로 ‘월드 넘버원’ 타이틀을 얻는다.
이번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는 18일 밤부터 나흘간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리조트 리버코스(파71·6,430야드)에서 벌어지는 킹스밀 챔피언십(총상금 130만달러)이다. 지난달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유소연은 세계랭킹을 제외한 주요 부문에서 1위를 독식하고 있다. 시즌 상금(88만5,000달러)과 올해의 선수 포인트(101점)는 물론 평균타수(68.571타), 그린 적중률(81.5%)도 선두다. 이달 1일 텍사스 슛아웃을 치른 뒤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를 건너뛰고 약 2주 만에 필드에 선다. 유소연이 톱10에서 벗어났던 대회를 찾아보려면 지난해 10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때부터 올 시즌까지 10개 대회 연속으로 10위 안에 들 정도로 유소연은 빈틈없는 플레이를 이어나가고 있다.
데뷔 첫 세계 1위 등극을 노리는 유소연에게 최대 경쟁자는 쭈타누깐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적는 안정된 경기력으로 챔피언에 오른 쭈타누깐은 당시 5월 3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면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때의 활약을 발판 삼아 시즌 상금왕에 올해의 선수상까지 거머쥐었다. 올해는 아직 우승이 없지만 최근 4개 대회 연속 톱10 등 톱10 8차례에 그중 준우승 3회로 여전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버디 수 1위(157개)의 주인공도 쭈타누깐이다.
2015년 10월부터 82주 연속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리디아 고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주로 세계 1위에 머문 기간 100주를 채워 로레나 오초아(158주·멕시코), 쩡야니(109주·대만)에 이어 세 번째 기록을 세웠지만 당장 이번주에 왕좌를 내줄 수도 있게 생겼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7월 마라톤 클래식 우승 뒤 승수를 보태지 못하고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8개 출전 대회에서 2위 한 번 등 8차례 톱10에 그치는 동안 유소연은 우승 한 차례와 준우승 4회(16개 대회 출전)를 이뤘다. 톱10에는 12차례 들었다. 쭈타누깐은 같은 기간 20개 대회에서 톱10에 16차례 오르며 우승 2회, 준우승 3회를 수확했다. 눈 통증 탓에 텍사스 슛아웃 도중 기권까지 했던 리디아 고는 그나마 직전 대회인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에서 16강에 올라 회복세를 보였다. 이번주 대반전으로 세계 1위를 지켜낸다는 각오다. 세계랭킹은 2년간 성적을 토대로 결정되지만 최근 13주 성적의 비중이 크다.
지난해 이 대회 공동 3위에 올랐던 김세영은 직전 매치플레이 우승 기세를 이어갈 태세이고 세계 4위 전인지는 지난해 2라운드 62타로 이 대회 18홀 최소타 기록을 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세계랭킹 톱15 중 13명이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