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청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0가지(직업 편)

“당신들은 평화, 자유, 완전고용 등 모든 것을 가졌죠. 그러나 우리는 실업, 폭력, 에이즈로 고생하고 있어요”. “우리가 가진 것은 모두 노력해 얻은 것~ 너희도 움직여~”

프랑스의 국민가수 장 자크 골드만의 노래 ‘일생 동안’이다. 뮤직 비디오를 보면 프랑스의 청년층과 기성세대가 나뉘어 서로 말싸움을 벌이듯 노래를 주고 받는다. 갈수록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젊은 층과 한 때 성장을 일궜던 기성 세대간 갈등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대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번 대선도 ‘진보 대 보수’가 아닌 세대간 대결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의 세대 간극도 어느 한쪽의 편협함 때문이 아니라 서로 내밀한 속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청년층과 장년층 인터뷰와 최근 인크루트의 300명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어른 세대와 청년 세대가 서로에게 말하고 싶은 얘기들을 34가지로 정리해봤다.





[드로잉]세대갈등, 그들이 말하지 않는 이야기. 청년과 어른의 말못한 속마음 중 8가지 사례를 꼽아 영상으로 제작했다.


A씨는 어린 시절 ‘세상에 천한 직업은 없다. 다만 천한 사람만 있을 뿐이다’란 말을 듣고 자랐다. 모든 직업에 귀천이 없고, 자신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모든 직업을 ‘좋은 직업’이라 배웠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주위에서는 교사·공무원·대기업·판검사 등 소위 돈 잘 벌고 안정적인 직업을 ‘좋은 직업’이라 불렀다. A씨는 근무 조건은 열악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다고 자부하지만 갈수록 자신감이 없어진다.

1.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인생피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적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도 순위를 매기는 기준은 너무나 다양하다. 학교는 성적으로 순위를 매기고 있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님은 사회도 마치 1등, 2등처럼 잘 나가는 직업, 분야를 정해 놓으시고 소위 일류라는 곳에 자식이 속하길 기대하신다. ‘대기업에 누가 다니는데 연봉이 얼마라더라’, ‘대기업 들어가면 결혼, 직장 다 시간문제지 인생이 그래도 쭉 피는 길이다’라고 채근하신다.

하지만 내 기준은 다르다. 사회적으로 조명받는 곳에 있다고 인생이 피는 건 아니다. 내가 일하고 싶고, 적성에 맞는 일을 했을 때 사회적으로 더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공부가 적성이 아니면 차라리 다른 일을 배워서 일찍 사회에 진출해 경력을 쌓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대학 순위, 연봉 순위가 인생의 행복 순위가 아니듯 사회에서도 기업 이름 순위가 행복의 순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2. “내 직업이 뭐가 어때서?”

평소 어른들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한 부분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가르치면서 정작 모든 직업을 구분해서 본다. 부모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돈을 많이 벌고, 밖에 나가서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직업을 갖기를 원하시는 것 같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인 ‘보험 영업’을 소위 시답잖은 일로 치부한달까.

왜 어렵게 4년제 나와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물으시는데 내 생각에 부모님이 생각하는 이 일은 영업직이고, 전문지식이 없고,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일로 보는 것 같다. 얼마 전 한 대기업 유통 업체에서 이직한 선배의 부모님도 “너 회사 나온 거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하느냐. 부끄러워서 말을 못했다”고 핀잔을 준 것을 보면 우리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데 확고한 이유가 있다. 원래 증권사를 3년 이상 준비했는데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선배들을 만나보니 더 잘할 수 있는 곳은 보험 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부자들 대상으로 PB 영업을 하는 것보다 살기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누구보다 취업준비 열심히 했고, 공부도 열심히 했고, 스펙도 잘 쌓으려고 노력하면서 꿈을 키워왔다. 내가 살 인생을 제대로 설계하고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부모님의 낡은 시선에 갇혀 불행하게 일하고 싶지 않다.


3. “엄마가 그 일이 힘들었다고 나까지 힘든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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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진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자신이 겪은 잣대로 직업을 평가하는 면이 있다. 성격이 도전적이라 직업도 그와 관련한 것을 고르고 싶은데 부모님은 늘 교대, 사범대, 공무원이 안정적이고 살기 편하다고 하신다. 하지만 부모님이 다른 길을 걸어 힘들었다고 나까지 그러란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꿈을 접을 생각이 별로 없고 앞으로도 타협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부모님이 뜻을 굽히지 않는 이상 어디까지 갈등이 계속될지는 모른다. 어서 부모님이 내 진짜 모습, 적성을 고려해서 두루두루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4. “끈기가 없다는 편견은 그만 접어주세요”

흙수저, 헬조선이란 신조어가 나온 만큼 젊은층이 미래를 보는 시선에 비관적인 부분이 있다. 결혼 자금도 평균 1억원이 들어간다. 애 한 명 키우는 것도 2억원이 들어간다. 집도 전세가 서울은 기본 4억원이 넘어간다. 사실 결혼할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결혼을 포기하면 “노력을 안 하려고 한다”, “고생을 못해봐서 어려운 살림을 안 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수혜를 받은 세대인 것은 맞지만 정말 계단을 오를 수 없는 계급 사회를 만든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다. 과거에는 4년제 대학을 나오면 취업할 곳이 많았지만 지금은 4년제 대학을 나와도 인력난이 심하다. 하지만 과거의 잣대와 시선은 그래도 유지하면서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노력’, ‘끈기’를 운운하면 청년들의 자괴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어른들은 돈 많이 주는 직장, 문화가 좋은 직장을 떠나서 그저 직장이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느껴보지 못했지 않나.

/정수현기자 박신영인턴기자 value@sedaily.com [음원 협조=월간 윤종신·미스틱엔터테인먼트]

◇시리즈 더 보기

<2>청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0가지(회사 편)

<3>청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0가지(생활 편)

<4>어른, 그들이 말하지 않는 14가지(소통 편)

<5>어른, 그들이 말하지 않는 14가지(회사 편)

<6>어른, 그들이 말하지 않는 14가지(꼰대 편)


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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