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국민가수 장 자크 골드만의 노래 ‘일생 동안’이다. 뮤직 비디오를 보면 프랑스의 청년층과 기성세대가 나뉘어 서로 말싸움을 벌이듯 노래를 주고 받는다. 갈수록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젊은 층과 한 때 성장을 일궜던 기성 세대간 갈등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대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번 대선도 ‘진보 대 보수’가 아닌 세대간 대결이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의 세대 간극도 어느 한쪽의 편협함 때문이 아니라 서로 내밀한 속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청년층과 장년층 인터뷰와 최근 인크루트의 300명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어른 세대와 청년 세대가 서로에게 말하고 싶은 얘기들을 34가지로 정리해봤다.
[드로잉]세대갈등, 그들이 말하지 않는 이야기. 청년과 어른의 말못한 속마음 중 8가지 사례를 꼽아 영상으로 제작했다. |
청년 실업률 11.2%. 1999년 6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요즘 ‘회사 생활 힘들다’는 하소연은 사치일 수도 있다. 고민 끝에 주변에 어려움을 토로해봐도 ‘이런 회사 찾기 힘들다’, ‘요즘은 회사 들어가는 게 바늘구멍인데…’라는 말로 되돌아온다. 회사 생활의 어려움이 있어도 대부분은 속으로만 삭이기 일쑤다. 그동안 청년들이 쉽게 말을 꺼내진 못했던 회사 생활의 어려움은 무엇일까.
5. “문제 풀이 방식(셀링 포인트)이 다름을 인정해주세요”
낡은 회사의 틀을 왜 고집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 회사에는 문제를 푸는 일정한 매뉴얼, 업무 방식이 있다. 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조직이고, 꼭 사람을 대할 때 그 매뉴얼에 맞춰서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강의를 들을 때 예전에 썼던 강의 자료를 갖고 가르치면서 본인이 해왔던 노하우를 알려주며 어떻게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하지만 그 방식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 것 같아 말했더니, 감정이 상했는지 자신의 방법이 옳다고 내내 우긴다. 그리고 “본인이 본인을 잘 안다고 생각해요?”라고 물어보며 “나는 40살이 넘어서도 나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럴 땐 나이로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어 별로 말하고 싶지 않고 되레 오기가 생긴다. 결국 ‘결과로 보여줘야지’하는 생각에 입을 다물고 있지만 이미 관계에서 감정이 상해버린 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6. “자기 실수에는 관대하고, 후배 실수는 큰 일?”
기본적으로 신입이 들어오면 잘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입 때 선배로부터 배우는 기간은 고작 1주일뿐이었다. 실전에 투입됐지만 근무가 1인 1조의 형태였다. 신입의 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선배들은 “너 하나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발언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선배가 실수할 때도 생긴다. 그럴 때는 “어 내가 실수했네”라고 가볍게 넘기듯 반응한다. 내가 한 실수보다 결코 가벼운 실수가 아닌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그런 건 잘 드러나지 않으니 선배의 실수는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자기들의 실수에 겸손하고 미안해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신입의 실수는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그 실수는 또 이 잡듯 잡는다.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야”라고 말은 표현하지만 실수하면 배제될 것 같은 무서움을 느끼게 한다. 그런 행동을 하는 태도가 연차 어린 직급에서는 윗 직급의 갑질로 보인다.
7. “술 먹고 몸 상하면 책임져 줄 수 있나요”
회식 자리에서 부장이 주는 술에 “술 못 마십니다”라고 하면 “그래도 부장이 주면 마셔야지”라고 말한다. 회식 자리에 상명하복 문화가 너무 일상화되어 있다. 가장 높은 사람이 원하는 식으로 분위기가 만들어지니까 자연스럽게 아부성 발언이 나온다. 부장에게 아부하는 선배들이 막상 뒤에서는 후배들에게 “선배 대하기 너무 힘들다”고 욕하는데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그런 선배들은 후배들이 술을 거부하면 “요즘 후배들은 선배를 우습게 안다”고 면박을 준다.
그때 깨달은 점은 “참으면 안 된다.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술자리에서 무시당하고 일상 관계까지 악순환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말해야 한다. “이런 점이 힘들다”고 선배에게 말한 적도 있다. 그러면 한 3~4일 정도 태도가 바뀌는 듯하지만 다시 똑같이 돌아온다. “너랑 나랑 달라도 내가 윗 직급이니 네가 나에게 맞춰”라는 관점이 팽배하다. 술 마시면 결국 힘들어서 일을 못한다. 선배가 내 미래 책임져 줄 건가. 조직의 리더라면 무엇이 현명한 방식인지 깨닫고 회식 문화를 바꿀 줄도 알아야 한다.
8. “똑같이 류현진 경기보고 왜 나는 퇴근 못해?”
나이가 들면 직위가 높아지고 연봉도 더 많아진다. 그런데 왜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야근을 해야 하고 퇴근을 더 늦게 해야 하나. “일 한 만큼, 능력만큼 돈을 받는다”는 상식은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어느 부장은 자신이 프로젝트 감독·관리자란 이유로 딱 마지막 단계만 관리하고 초반, 중반 과정은 온통 아래 직급에게 떠넘긴다. 그러다 보니 하루종일 류현진 경기를 보고 정시 퇴근이 가능한 사람이 있는 반면 함께 경기를 봐도 밤샘 야근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 사람이 더 책임이 막중하고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9. “똑같은 얘기 4번, 5번 들으면 지쳐요”
회사에서 선배들이 일을 가르쳐주려고 할 때 계속 반복해서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A야 저번에 얘기했던 이 사건 처리해야 돼. 그거 하려면 먼저 이걸 하고, 그 다음에 이거인 거 알지?”라고 말한다.
결과는 알아서 하라고 하지만 끊임없이 자기 방식을 말하고 결국 자기 방식대로 안 하면 목소리가 달라져 중간에 말을 끊을 수도 없다. 같은 내용을 반복하니까 정말 답답하다. 갑자기 마무리를 지으려 하거나 듣기 싫다는 내색을 하면 또 버릇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 한두 번 말해도 알아듣는다.
10. “경쟁을 즐기지 않는 것을 나약하다고 하지 마세요“
어느 조직을 가든 진급, 성과 평가란 것이 있다. 1등은 1명뿐인데 왜 모두가 1등을 향해 가야 하는 지 모르겠다. 나는 경쟁이 싫어 평가를 높게 받는 것에 관심을 갖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언했다. 그러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문제는 평가를 잘 받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대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무시하는 상사의 처사다. 그러다 보면 무조건 성과를 따라가는 사람들, 비위를 잘 맞추는 사람들의 행동이 자연스러운 반면 눈치 보지 않는 사람들이 부적응자가 되는 좋지 않은 문화가 되풀이된다. 각자의 특성에 맞게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상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11. “진정한 개인주의에 대하여”
업무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상사의 규칙 위반을 지적하면 역으로 “융통성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누가 봐도 묘하게 규칙을 어기는 방식임에도 ‘운영의 묘’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직급이 높고 어른이란 이유로 섣불리 논쟁을 하기 어렵다. 선배 말을 따르라고 하는 경우가 90%다. 선배를 따르지 않으면 “요즘 애들은 개인주의적”이라고 무시해버린다.
개인주의란 말은 개개인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이기주의랑은 다른 얘기다. 서로 다른 의견이 있어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주고 서로 존재 자체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꾸 개인주의적인 젊은층이 많다고 욕할 게 아니라 무슨 문제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어른이 먼저 뜯어볼 수 있어야 한다.
12. “왜 일방적인 존중만 필요한 거죠?”
전체적으로 회사 연령대가 낮아서 연령대 높은 분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분위기가 조금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가끔 들어오는 그 어르신이다. 그 어르신은 젊은 남자 직원에게 대놓고 몇 살이냐고 물어보면서 나이를 대답하면 “이 나이에 이래서 쓰겠냐”는 말을 한다. 직급은 높은 그분에게 누구도 반박하지 못한다.
그분의 발언 수위가 높을 때는 조직 구성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분이 한마디 하고 가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싸하게 바뀐다. 나이가 어리고 사회적 약자라서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고는 일종의 폭력이다. 우리 사회는 지위가 높고 나이가 많고 경력이 길면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데 그분은 왜 반대편 사고를 하지 못할까.
/정수현기자 박신영인턴기자 value@sedaily.com [음원 협조=월간 윤종신·미스틱엔터테인먼트]
◇시리즈 더 보기
<1>청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0가지(직업 편)
<3>청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0가지(생활 편)
<4>어른, 그들이 말하지 않는 14가지(소통 편)
<5>어른, 그들이 말하지 않는 14가지(회사 편)
<6>어른, 그들이 말하지 않는 14가지(꼰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