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4년 만에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5·18 유가족의 추모사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타이를 매고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그는 5·18 유공자 가족, 광주시민 등과 일일이 악수하고 환영을 받으며 기념식장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식순에 맞춰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고 기념사를 마친 뒤 이후 진행된 추모행사를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총 세 순서로 구성된 추모행사 중 첫 번째 순서에서 눈물을 훔쳤다.
1980년 5월 18일에 태어났지만 그날 아버지가 시위에 참여했다가 계엄군의 총탄을 맞고 숨져 아버지의 얼굴도 못 본 김소형(37) 씨는 추모글을 읽던 중 감정에 북받친 듯 울음을 터뜨렸다. 객석에 있던 문 대통령은 그 장면을 보다 안경을 벗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김씨가 추모사를 마치고 무대 뒤로 퇴장하려 하자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위로 올라 김씨를 안으면서 격려했다.
자리로 돌아온 문 대통령은 가수 전인권 씨가 추모곡으로 부른 ‘상록수’를 따라부르기도 했다. ‘상록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부르던 곡으로 유명하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업무지시를 내려 제창할 수 있도록 한 ‘임을 위한 행진곡’도 함께 불렀다.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양쪽에 있던 정세균 국회의장과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작곡가인 김종률 씨의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며 노래를 제창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오월의 죽음과 광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세상에 알리려 했던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도 함께 기리고 싶다”고 말하며 희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 유가족은 문 대통령의 기념사를 들으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름을 부른 희생자는 82년에 광주교도소에서 단식하다 옥사한 전남대생 박관현 씨와 87년에 ‘광주사태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분신한 노동자 표정두 씨, 88년에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에서 투신한 서울대생 조성만 씨, 같은 해 ‘광주는 살아있다’고 외치며 숭실대에서 분신한 숭실대생 박래전 씨다.
문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후 퇴장하면서 유족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문 대통령은 김소형씨의 아버지인 고 김재평 씨의 묘역과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윤상원 열사의 묘역을 참배했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