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8일 김모(68)씨가 박모(42)씨와 A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중 피고 패소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재판부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임차인이 계약상 의무를 위반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을 임대인이 증명하지 못한다면 임차인은 빌린 건물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2008년 경기 광주시에서 김씨의 건물 일부를 임대해 골프용품 도소매업체를 운영했다. 같은 건물 2층은 김씨가 물류창고로 썼다. 2009년 화재가 발생해 양측 모두에게 재산피해가 발생했고 김씨는 박씨가 임대한 1층에서 불이 났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박씨와 박씨의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액 4억9,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박씨와 그의 직원들의 과실로 화재가 났다는 주장을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받아들여 “박씨가 임대해 사용하던 1층에서 불이 났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1억4,8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박씨가 빌린 건물 부분의 손해만 배상해야 한다며 기존 판례를 바꿨다. 임차인이 관리 의무 위반으로 화재 발생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임대인이 입증할 경우에만 임대 외 부분의 배상책임을 인정한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