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강조한 ‘소득주도성장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철학인 ‘J노믹스’의 핵심이다. 보수 정부인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9년 동안 추진해온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론, 이른바 낙수효과와 배치되는 개념으로 근로자의 임금을 먼저 올려 내수를 살리면 경제성장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금이 늘면 ‘가계소득 증가→소비·투자 증가→내수 활성화→일자리 증가→경제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론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현재 6,470원인 최저임금을 오는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의 차별화 해소로 가계소득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당장 6월부터 시작될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재원조달 방법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소득 늘면 경제성장 가능할까=소득주도성장론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것은 홍장표 부경대 교수다. 임금주도성장론과 고용주도성장론의 결합으로 유효수요 창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주장하는 케인스주의에 부합한다. 홍 교수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 성장에 의존해온 한국 경제의 낙수효과가 줄면서 가계소득이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홍 교수는 실질임금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소득분배구조 개선을 제안한다. 홍 교수에 따르면 실질임금 증가율이 1%포인트 늘면 경제성장률이 0.68%포인트, 생산성이 0.45%포인트, 고용증가율이 0.22%포인트씩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소득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선데다 불안한 미래 때문에 실제 소비증대로 연결되는 것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원조달 문제는 어떻게…결국 증세 카드 뽑을 듯=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론은 기업의 투자 및 임금 증대를 강조하던 전임 정부와 달리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고 임금을 올려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차별화 해소를 꼽고 있다. 주거·보육·의료·통신 등 필수생활비 부담 감소 등도 공약으로 내놓았다. 문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재원마련이다. 문 대통령은 재정·세제개혁을 통해 178조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공약집에 담긴 약속들을 이행하는 데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선거 기간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증세 카드를 결국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임금 오르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부터 타격=소득주도성장론의 선순환 고리에서 볼 때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의 현실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수출·수입이 활발한 개방경제에서 인건비는 제품의 가격경쟁력과 직결된다. 인건비 상승으로 제품가격이 올라간다면 국내 제품 소비 대신 저렴한 외국 제품 수입이 증가해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연구원은 “이론적 배경은 그럴 듯하지만 생각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며 “기업들의 주력사업이 수출주도형으로 이미 굳어진 상황에서 내수소비가 늘어 얻을 수 있는 기업과 경제 전반의 혜택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