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

中企 자금 숨통 틔운다더니...'QIB' 시행 5년째 유명무실

유가증권 아닌 사모사채 분류

보험 등 기관투자가 참여 없어

제도 재점검 시장 활성화 해야





‘적격기관투자가(QIB)’ 제도가 국내 저금리로 인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외화채권투자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당초 목적이었던 국내 중소기업 자금 조달창구의 역할은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법에 가로막혀 기관투자가들이 중소기업에서 발행하는 채권에 투자할 만한 유인이 없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관계자들은 현재 중소기업이 자금조달을 전적으로 빚에 의존하는 만큼 자금통로 확대 차원에서 제도를 점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QIB 시장이 지난 2012년 5월 도입된 후 5년간 QIB 시장을 통해 채권을 발행한 중소·중견기업은 1곳(10억원)뿐이다. 국내 기업의 QIB 시장 활용은 대부분 KP(국내 기업의 외화표시채권)에 몰렸다. 전체 KP 중 QIB 등록 채권은 39조6,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KP 물량에서 QIB 등록 비중은 2012년 도입 당시 19% 정도였지만 올해는 27.9%까지 늘었다. QIB를 통해 KP를 발행하는 국내 업체의 52.2%는 은행이고 22.2%는 대기업이다. 은행·대기업 등은 해외에서 외화자산을 조달하려는 목적으로 QIB를 통해 해외에서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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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QIB 전용채권 관리·등록기준을 재정비해 기존 자산 기준을 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하고 발행사가 공모채권을 발행할 때 내는 7bp(1bp=0.01%)의 분담금을 면제했다. 또 신용평가 기준도 기존 2곳 이상에서 1곳으로 축소해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진입장벽을 대폭 완화했지만 중소·중견기업이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이들에게 자금을 투입할 투자자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기관은 신용이 낮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극히 꺼리고 있다. 국내 한 증권사 채권운용 담당자는 “QIB 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은 신용도가 BB 전후로 최근 대우조선해양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투자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하이일드펀드 등 관련 분야에 투자할 방법이 많은데 QIB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나 하이일드펀드 등에 수요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신용등급만 문제는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적격기관에 해당하는 기관들이 QIB 시장에 참여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 당시 QIB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투자자를 보험·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중앙회·새마을금고연합회·신협중앙회 등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실제 투자 큰손인 보험업을 관리하는 ‘보험업 감독규정 시행세칙’은 QIB 발행 회사채를 유가증권 아닌 사모사채로 분류해 투자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 경우 보험사는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국내의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은행·보험사를 관리하는 규정이 모두 달라 증권사를 제외한 기관은 투자 유인이 낮다”며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이 낮지만 CB 시장이나 하이일드펀드를 보면 관련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관련 규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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