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브라질 뒤흔드는 부패 연대기

호세프 탄핵 9개월만에 또 정국 혼란

테메르 대통령 "사임 안한다" 강경 모드

뇌물 정치인 입 막으려 돈 제공 혐의

야당 탄핵안…"사퇴하라" 곳곳 시위

정치 리스크에 재정개혁 좌초 위기

1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시민들이 뇌물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에 대해 “물러나라” “개혁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상파울루=AP연합뉴스1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시민들이 뇌물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에 대해 “물러나라” “개혁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상파울루=AP연합뉴스




브라질이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부정부패 연루로 탄핵된 지 9개월 만에 이번에는 후임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로 또다시 탄핵 정국에 휘말렸다. 테메르 대통령이 거물 정치인과 기업인이 엮인 부패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보도에 발칵 뒤집힌 정치권은 야당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탄핵 작업에 돌입했다. 테메르 대통령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퇴진 요구를 강경하게 거부하고 나선 가운데 정국 혼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테메르 대통령은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나는 결코 누구에게도 금품을 제공한 적이 없다. 나는 누구의 침묵도 돈으로 산 적이 없다”며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브라질 일간지 우 글로부가 제기한 의혹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이다.







우 글로부는 테메르 대통령이 지난 3월 브라질 최대 소고기 수출회사인 JBS의 조에슬레이 바치스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에게 입막음용으로 돈을 제공하는 것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치스타는 당시 대화 내용 녹음파일을 검찰에 플리바겐(유죄인정 조건부 감형 협상)을 위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냐 전 의장은 테메르 대통령과 같은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이자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인물로 탄핵 정국이 마무리된 후 국영 석유기업인 브라질레이루와라스사와 관련한 부정부패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보도 직후 연방대법원은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날 보도를 계기로 정치권은 탄핵 정국으로 급격히 전환됐다. 전날 중도성향 정당인 지속가능네트워크(Rede)와 브라질사회당(PSB) 소속 하원의원들은 하원의장에게 탄핵을 발의했다. 여기에 연립정부에 참여한 우파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거물급 정치인 페르난두 엔히크 카르도주 전 대통령이 “테메르 대통령이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할 수 없다면 사퇴하는 것이 옳다”며 퇴진 압박에 힘을 보탠 가운데 PSDB는 고위인사를 중심으로 테메르 대통령의 자진사퇴 또는 탄핵을 촉구하며 사실상 연립정권에서 이탈한 상태다. 현지 언론은 집권 우파연합의 분열이 심화하고 일부 상원의원들이 동조할 경우 전현직 대통령이 연이어 불명예 퇴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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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자유브라질운동(MBL)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테메르 대통령 자진 사퇴와 체포를 촉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이미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와 수도 브라질리아에서는 테메르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연금·노동개혁을 추진하는 테메르 정부에 대한 반발이 최근 노동계를 중심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스캔들이 터진 만큼 탄핵 요구는 더욱 거세게 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테메르 대통령이 사퇴를 거부하면서 브라질이 적어도 반년 이상 지난해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이전과 같은 극심한 정치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호세프 전 대통령의 경우 연방하원이 2015년 12월 초 탄핵절차를 개시한 후 상원의 탄핵안 가결까지 약 9개월이 소요됐다. 브라질 정국이 또다시 그와 같은 혼돈에 빠진다면 이날 정치 리스크가 강타한 주식·채권 등 브라질 자산시장도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관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브라질 정부의 통치능력에 대한 심각한 질문이 제기될 것”이라며 테메르 대통령이 추진한 재정개혁 정책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연초부터 회복세를 보였던 브라질 자산시장이 흔들릴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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