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최태원의 묘수는 '韓·美·日 연합군'...5파전 속 다크호스로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2차 입찰 마감

SK하이닉스, 51% 지분에 10조원 베팅

美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손잡고 실탄 확보

도시바 경영진 참여도 보장...기술유출 우려 불식





막대한 인수 금액과 일본 정부의 기술 유출 우려, 경쟁사 연합전선 형성, 국제중재재판소 변수…


일본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를 위해 넘어야 할 이 같은 난제들을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마련한 묘안은 ‘한미일 연합군’ 구축이었다.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의 연합으로 자금력을 높이면서도 도시바 경영진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기술 유출 우려까지 불식시키는 합리적 대안을 도출한 것이다. 도시바 인수전에 30조원을 베팅한 대만의 훙하이그룹과 미일 연합(미국 투자펀드 및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유력 후보로 평가받는 가운데 최 회장이 구상한 ‘한미일 연합군’이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19일 반도체 업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4월 일본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 반도체 부문 인수 의지를 설명함과 동시에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한미일 연합군’ 구축을 제안했다. 당장 도시바의 자금난을 해소할 ‘실탄’을 마련했음을 보여주면서도 도시바가 일본 정부를 설득할 ‘명분’까지 마련할 묘수를 준비해 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인수전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최근 자신감을 내비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게 증명된 셈”이라며 “SK하이닉스의 제안은 여러 이해관계자를 상당히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인 만큼 최종 입찰에서 SK하이닉스의 입지가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20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2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시상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SK하이닉스에 도움이 되고 반도체 고객에게 절대 해가 되지 않는 방법 안에서 도시바와 협업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알아보겠다”며 “단순히 기업을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을 넘어 조금 더 나은 개념에서 예의주시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이 구상한 한미일 연합군의 핵심은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도시바 반도체 부문의 지분 51% 이상을 인수하고 나머지는 도시바 경영진이 보유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주식 과반수를 취득하되 도시바 내부 경영진이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기술 유출 우려를 막고 향후 도시바가 나머지 지분 처분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식이다. 베인케피털이 자금 출자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후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자금을 투입하면 SK하이닉스는 독점금지법 심사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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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그림은 일본 정부의 바람에 상당히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당장 그룹 해체 위기인 도시바를 구제할 마땅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도 일본의 자존심이기도 한 반도체 사업 전부를 타국에 넘기는 데 상당한 부담을 가졌다. 특히 중국·대만 기업에 도시바 반도체를 넘길 경우 기술 유출뿐만 아니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최 회장은 19일 마감된 도시바 반도체 부문 매각 2차 입찰에 지분 51%에 대한 인수 가격으로 약 10조원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입찰 때 지분 100% 확보를 위해 제시했던 2조엔(약 21조원)보다 줄어든 셈이지만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으로 더욱 안정적인 인수 구조를 제안한 것이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SK하이닉스가 다크호스로 부상했는데도 여전히 도시바 인수전의 변수가 상당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엇보다 당장 돈이 급한 도시바 측에서 51% 지분 매각에 만족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2016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에 9조4,000억원의 적자를 본 도시바는 내년 3월 말까지 부채가 자산을 웃도는 채무초과 상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도쿄증시에서 상장 폐지된다. 최대한 많은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더 큰 베팅을 하는 기업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훙하이그룹은 30조원 이상의 인수금액을 제시하면서도 샤프·아마존·델 등에 도시바 공동 인수를 제안하며 협상력을 높이는 중이다. 또 19일 2차 입찰 마감 이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꾸린 ‘미일 연합’과 미국 반도체회사 브로드컴이 유력 후보로 압축됐다고 보도했다. 브로드컴은 약 22조3,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쟁업체와 비교하면 규제 당국의 검토가 간단할 것이라는 평가다. KKR가 이끄는 컨소시엄은 브로드컴의 제시 금액보다는 적은 약 18조2,000억원을 써냈지만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참여하고 있는 점이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웨스턴디지털(WD)이 국제중재재판소(ICA)에 도시바 매각중지를 요청한 것도 변수”라며 “도시바와 합작관계를 유지해오던 WD가 도시바 매각에 대한 독점교섭권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ICA가 받아들일 경우 도시바 매각은 무기한 연기된다”고 전했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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