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좌석에 한번 앉아보세요”
지난달 24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는 페라리의 4인승 수퍼카 ‘GTC4 루쏘T(사진)’ 시승 행사가 열렸다. 교관은 먼저 뒷좌석을 추천했다. 고급 스포츠카는 뒷좌석이 없거나 있어도 성인이 타기에는 매우 좁다. 하지만 GTC4 루쏘T는 달랐다. 키가 186㎝인 기자가 앉아도 무릎 앞 공간에 주먹이 하나 정도 들어갔다. 몸을 착 감싸주는 시트에 투명한 천장은 하늘을 볼 수 있어 갑갑함이 없었다. 시트 포지션도 높아 전방 상황을 쉽게 볼 수 있었다.
GTC4 루쏘T는 페라리의 변화를 상징한다. 고성능 럭셔리 스포츠카 시장을 제패한 후 실용 라인업 강화에 나선 페라리를 상징하는 차다. 수퍼카지만 매일 그리고 가족과 함께 탈 수 있는 차를 지향한다. 기본 트렁크 용량이 450ℓ로 국산 준대형 세단 그랜저보다 넓어 골프백과 보스턴백 2개를 함께 넣을 수 있다.
실용성을 강화했지만 페라리는 역시 페라리다. ‘FF’를 계승한 이 차는 다른 페라리 4인승 모델이 12기통 엔진을 쓰는 것과 달리 3.9ℓ 8기통 엔진을 장착, 무게를 줄이고 연비를 높였다. 후륜구동으로 최대 610마력의 힘을 내는 GTC4 루쏘T는 운전대 뒤 패들 쉬프트를 함께 눌러 주행을 시작하고 변속기가 아닌 버튼으로 기어를 변경했다. 직선 코스에서는 가속페달을 밟기 두려울 정도로 힘이 넘쳤다. 3~4초 만에 이미 시속 100㎞를 돌파했고 어느새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리고 있었다. 페라리 특유의 엔진 소리는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코너에서의 움직임과 안정감도 탁월했다. 뒷바퀴가 앞바퀴의 진행방향과 반대로 살짝 틀어져 코너를 빠르게 탈출하는 4WS 시스템은 시속 130㎞ 이상의 속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았다. 잘 달리는 만큼 제어력도 뛰어난 점이 인상적이었다.
고급스러운 실내는 듀얼 콕픽이 눈길을 끌었다. 센터페시아에는 10.25인치 HD 터치스크린이 있고 조수석에도 8.8인치 디스플레이가 있어 동승자가 차량 정보나 음악 재생 등을 할 수 있다. 가격은 3억원 중반부터다. 일정 옵션을 추가하면 4억원 중반까지 올라간다. 가족과 함께 차별화된 삶을 추구하는 자산가라면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인제=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