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해안경비대 행사 연설에서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에 따르면 이번 발언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당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분쟁해역 석유 시추에 나설 것이라는 방침을 표명하자 시 주석은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경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시 주석은 당시 우리는 친구라서 싸움 대신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분쟁해역에서 석유 시추를 강행한다면 우리는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친분 강화하더니…태도 바꾼 이유
‘불타는 얼음’ NGH 추출 성공에
영유권 분쟁 부상 사전 차단 나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대화를 공개한 것은 전통적 우방인 미국에 거리를 두고 친중 행보를 거듭하는 데 대한 비판론을 의식한 성격이 짙다는 설명이 제기된다. 하지만 중국과 필리핀이 친선 행보를 쌓아가는 가운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최악의 상황까지 언급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주요 외신들은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이 필리핀 및 국제사회를 향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화두로 부상하는 것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 보고 있다. 필리핀과의 분쟁에 중국 측이 결코 유리한 입장이 아닌데다 베트남 등 다른 영유권 분쟁 당사국들이 분쟁 제소에 나설 수 있는 만큼 거론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필리핀이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해역에서 석유 천연가스 시추권을 갖는다며 필리핀에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임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과 달리 중국에 판결 이행을 요구하는 대신에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차관 공여와 인프라 투자를 챙기는 실리외교를 추구해왔다. 반면 중국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남중국해 군사 기지화를 가속하는 한편 최근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차세대 연료인 천연가스하이드레이트(NGH) 추출에 성공하는 등 자원탐사에 속도를 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