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이란 개혁 계속된다…로하니 연임 성공

보수파 라이시에 압도적 표차로 승

친서방 등 국제사회와 교류 가속

실용주의적 개방 정책 이어질 듯

"테러지원·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사우디 방문한 美 틸러슨 국무 경고

20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국영방송 스튜디오에서 당선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테헤란=AFP연합뉴스20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국영방송 스튜디오에서 당선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테헤란=AFP연합뉴스




이란 국민들이 중도개혁 성향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다시 한번 선택했다. 로하니 대통령이 압도적 표차로 연임에 성공하면서 실용주의에 입각한 이란의 친서방 외교노선 및 시장개방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내무부는 제12대 대통령선거에서 로하니 대통령이 57.1%(2,354만여표)를 득표해 38.3%의 지지율로 2위를 차지한 에브라힘 라이시(1,578만여표)를 제치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의 득표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연임을 확정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당선 수락 연설에서 “이란 국민은 이번 대선에서 극단주의를 멀리하고 국제사회와 교류하는 길을 선택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표현했다”면서 “과거로의 회귀를 거부한 결과”라며 개방정책 및 실용주의 노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당선 발표 직후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는 “이번 승리는 이란 국민의 것”이라며 “선거운동 때 했던 공약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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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2015년 7월 이란이 미국 등 서방 6개국과 맺은 핵합의를 주도한 대표적인 개혁파 정치인이다. 당시 핵합의는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제한하면서 각종 경제제재 해제를 맞교환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로하니 대통령을 공격한 라이시 후보는 핵합의에 기반을 둔 개방정책에 거부감을 보이며 “현 정부의 친서방 정책은 현금 강탈에 불과하다”며 자국의 경제적 자립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는 로하니가 압승하며 8,800만명에 달하는 내수시장과 풍부한 지하자원 등을 겨냥해 해외자본이 추가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그의 당선 이후 러시아와 중국·프랑스·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도 로하니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내며 협력을 약속했다. 아울러 현지 기업가들과 이란에 투자한 주요 해외 기업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날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전역에서는 로하니 대통령의 연임을 축하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로하니를 상징하는 보라색이나 2009년의 반정부시위 ‘녹색운동’을 상징하는 녹색 옷을 입고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하지만 로하니 대통령의 연임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12%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다 수출 해금 조치에도 해외 금융기관들이 여전히 이란과의 거래를 꺼리면서 광범위한 경제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5년 핵합의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2차 제재를 풀었지만 테러 지원, 탄도미사일 개발,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부과한 제재는 유지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의 연임이 확정된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재선에 성공한 만큼 로하니 대통령은 테러 조직에 자금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중단할 기회가 생겼다. 이란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멈추고 이란 국민이 응당 누려야 할 삶을 살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다시 바로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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