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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의 톡톡생활과학] 비행기 타면 방사선 피폭...생활 방사선 위험한가

폭발로 원자로 건물이 파손된 후쿠시마 원전 4호기(오른쪽부터), 3호기, 2호기, 1호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제공=니혼게이자이신문폭발로 원자로 건물이 파손된 후쿠시마 원전 4호기(오른쪽부터), 3호기, 2호기, 1호기.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제공=니혼게이자이신문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겪으면서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한 때 요오드가 많이 들어있는 다시마가 방사능에 대한 면역력을 키운다고 알려져 인기를 끌기도 했다. 후쿠시마 산 어패류는 요주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그렇지만 방사능은 생활 속에서도 존재한다. 햇빛을 맞는 것 자체도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때나 컴퓨터 단층 촬영(CT)이나 엑스선(X-선) 같은 의료 기기를 사용할 때도 방사선을 쬐게 된다.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방사선에 얼마나 노출되고 있는지 또 위험성은 없는 지에 대해 알아보자.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물질의 원자는 ‘핵’이라는 중심부와 이를 도는 ‘전자’로 이뤄져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진 핵은 핵력에 의해 안정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 중 우라늄, 라듐, 토륨 같이 원자 번호가 비교적 큰 약 40종에 이르는 물질은 핵이 불안정하다. 이들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한 상태로 가기 위해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때 알파(α)선, 베타(β)선, 감마(γ)선 같은 방사선을 내놓으면서 안정된 상태로 변한다. 이들을 ‘방사성 물질’이라고 한다. 방사선은 일반적으로 물질과 반응해 ‘전리(이온화)를 일으킨다. 방사선이 인체의 세포를 통과하면서, 세포 내 단백질이나 핵산과 같은 물질에 전리 작용을 일으키게 되는데, 세포의 증식과 생존에 필수적인 DNA에 화학적 변성을 가져와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방사선의 단위로는 베크렐(Bq)과 시버트(Sv) 단위로 표시한다. 베크렐은 방사성 물질이 내뿜는 방사능의 세기로, 1초 동안 1개의 원자핵이 붕괴할 때 내는 방사능 강도를 1베크렐이라고 한다. Bq의 경우 베크렐선을 발견한 프랑스의 물리학자 앙투안 앙리 베크렐(1852~1908)의 이름을 땄다. 식품의 경우 1kg 당 300Bq, 우유나 우유로 만든 유제품은 150Bq를 넘어선 안 된다. 이러한 음식을 우리가 먹었을 때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서는 이를 다시 시버트(Sv)로 바꿔 준다. 그런데 이 변환 과정은 물질에 따라 정해진 값을 베크렐 값에 곱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다. 1kg당 100Bq의 세슘137이 포함된 생선을 성인이 매일 200g씩, 1년 동안 먹는다면 내부 피폭에 의한 유효방사선량은 0.095밀리시버트(mSv)가 된다.

태양에서 오는 우주선에도 자연 방사선이 나온다. 인천~뉴욕을 비행기로 이동하면 0.079mSv의 우주 방사선을 쬐게 된다.태양에서 오는 우주선에도 자연 방사선이 나온다. 인천~뉴욕을 비행기로 이동하면 0.079mSv의 우주 방사선을 쬐게 된다.


방사선은 자연에서 저절로 발생하는 ‘자연방사선’과, 원자력 발전이나 의료기기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방사선’으로 구분된다.

일반인의 연간 자연방사선 피폭량은 약 2.4mSv 수준이다. 우주에서는 연간 0.35mSv, 공기에는 연간 1.3 mSv, 땅에서는 연간 0.4 mSv의 방사선이 발생하고, 음식물에서도 연간 0.35 mSv가 방출된다. 자연 방사선이 일반인이 1년 간 받는 방사선의 약 85%를 차지한다.

자연 방사선은 땅과 하늘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예컨대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방사선에 더 많이 노출된다. 유럽의 알프스 산악 지대를 1주일간 등반한 경우, 0.026mSv의 방사선을 쪼이게 된다. 비행기를 탈 때는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거리 비행 시 승객이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시간당 약 0.004~0.005mSv 다. 약 14시간의 비행시간이 소요되는 뉴욕~인천 노선에서 승객들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0.079mSv다. 승무원의 경우 연간 50mSv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5년간 100mSv을 넘지 않아야 한다. 항공사에선 방사선에 너무 많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항공기 조종사나 승무원의 연간 비행 횟수와 시간을 정해 관리한다.

호흡 중에는 라돈에 의한 피복량이 특히 높다. 흙이나 암석, 건축 재료에 포함된 우라늄238과 토륨232는 스스로 알파선을 내며 라돈이나 토론이 된다. 그런데 라돈과 토론 등은 기체여서 공기와 쉽게 섞이고, 먼지에도 잘 달라붙는다. 이 때문에 숨을 쉴 때 먼지와 공기에 섞인 라돈이 폐로 들어와 내부 피폭을 일으키는 것이다. 지하상가나 지하철역 안은 라돈의 농도가 높은 편이다. 담배도 방사선을 방출한다. 담배 1갑을 피우면 방사성 폴로니움으로부터 0.02mSv만큼 피폭 받는다. 우리나라 성인 흡연자의 하루 평균 흡연량이 17개비라 하면 연간 7mSv에 노출된다.

북극권에 위치하여 우주에서 입사하는 방사선이 많은 핀란드의 경우에도 연간 자연방사선량이 7.0mSv이다. 브라질의 가리바리 시에서 측정한 평균 자연 방사선 양은 연간 10mSv에 이른다. 유엔 과학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10mSv 이상의 자연방사선에 노출되어 생활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약 17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건강상의 불편이나 문제를 겪는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생활 속 방사선 종류와 세기. 인공 방사선은 연간 1mSv로 규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생활 속 방사선 종류와 세기. 인공 방사선은 연간 1mSv로 규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그렇다면 우리가 염려하는 인공 방사선은 세기는 얼마나 될까?


건강 검진을 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가슴의 X선 촬영 시에는 한 번에 약 0.1~0.3mSv의 방사선을 쪼이게 된다. 여기에 위를 X선으로 검사할 때는 이 보다 20배 정도 많은 5~10mSv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암 치료를 받는 환자는 방사선 노출량이 무려 3,000mSv가 넘기도 한다. 반도체 제조과정 중 하나인 임플란트 공정에서도 실리콘 웨이퍼에 불순물을 주입 시킬 때 방사선이 발생하게 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측정한 결과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0.011~0.015 mSv 수준의 방사선량이 측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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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한 국내 원전 주변 방사선량을 0.05mSv 이하로 규제한다. 물론 실제로 이 곳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은 이 기준보다 더 적은 0.01mSv 미만이라고 한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자연 방사선을 제외한 인공방사선에 의한 일반 국민의 피복방사선량을 1년에 1mSv로 제한하고 있다. 1mSv는 방사선 피폭에 따른 암 등 발병에 다른 사망률이 연간 100만 분의 1 증가할 확률로 정했다.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확인된 바로는 우리 몸이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방사선량은 100mSv다. 그리고 1만 mSv의 방사선을 한꺼번에 맞게 되면 목숨을 잃게 된다. 원자 폭탄이 폭발할 경우 쏟아져 나오는 방사선의 양이다. 일본 원폭 피해 생존자를 연구한 결과 1,000mSv를 한꺼번에 쬐는 경우 구토나 설사 등의 증세가 나타났다. 몇 년 뒤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백내장, 갑상샘 질환, 심장질환 등도 발생이 증가했다.

원전 등에서 일하는 방사선 작업 종사자의 경우 피폭 선량 한도는 연간 50m㏜(밀리시버트) 이하 범위에서 5년 동안 100m㏜ 이하다.

하지만 방사선 비파괴 검사 업체에서는 방사선 과다 피폭사망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비파괴검사를 하는 근로자 3명이 제대로 된 안전 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하다가, 방사선에 과다 피폭돼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2015년 12월에는 방사선 비파괴검사업체 소속 20대 직원 양아무개씨가 설비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다 양손이 방사선에 피폭되기도 했다. 피폭된 방사선 양은 전신에 223mSv에 달했다. 지난 4월에도 종사자 10명이 선량 한도보다 많은 방사선 피폭을 받은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원안위는 ㄱ방사선 투과검사 업체 여수사업소 종사자를 대상으로 피폭선량 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 문아무개씨가 선량 한도의 24배에 가까운 1,191m㏜에 이르고 건강 검진 결과 재생불량성 빈혈로 판정받았다.

눈에 보이지 않아 더욱 위험해 보이는 방사선. 방사선 과다 피폭으로 인한 사망 사고까지 발생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고 방사선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키울 필요는 없다. 내 주변의 문제와 위험 요소에 대해 바르게 아는 것이 우선이다. 정확한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안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문병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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