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수난 겪으며 馴致됐나…야성 잃은 산업부

9년 보수정권서 덩치 키웠지만

리더십 논란 등 홍역에 힘 빠진 듯

조직개편 앞두고 별다른 저항없어

통상업무·산업정책 이관될 경우

중소 부처로 전락 가능성

9년간 보수 정권에서 산업과 통상·자원을 아우르는 대부처로 거듭났던 산업부가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통상업무는 외교부로, 산업정책 일부는 신설되는 중소기업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산업부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인데도 과거와 같은 야성(Animal sprit)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부처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수장들의 리더십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조직이 어느 순간 너무 ‘순치(馴致)’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2315A08 산업통상자원부 조직개편 역사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문재인 정부의 첫 조직개편안에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업무를 외교부로 이관하고 중소기업부를 신설하는 등의 안을 담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자부의 검토안대로 조직개편이 단행될 경우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실상 산업과 에너지정책에서만 주도권을 쥐는 부처로 전락한다.

물론 산업부 ‘수난시대’는 진보정권에서 되풀이돼왔던 현상이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하면서 통상업무를 떼어내 외교부에 통상교섭본부를 새로 꾸린다. 통상업무가 상공부에서 분리된 것은 1948년 정부조직이 꾸려진 후 처음이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정보통신부 신설로 정보통신(IT) 산업 육성 정책마저 뺏겼다. 당시 조직개편 때 정통부를 중심으로 산업 정책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


산업부의 전신인 상공부는 과거 경제기획원(기획예산처), 재무부(재정경제부)와 더불어 ‘삼각(三角)편대’의 일원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다. 특히 1988년 슈퍼301조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종합통상법 발효 이후에는 통상업무가 중요해지면서 김영삼 정부 출범 당시인 1994년에는 상공자원부에서 통상자원부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시작한 것은 ‘비즈니스 프랜들리’ 슬로건을 내건 이명박 정부 들어서다. 산자부는 정통부의 IT 육성 정책을 흡수해 지식경제부로 확대·개편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에는 외교부에 있는 통상교섭본부마저 다시 가져왔다. 산업과 통상·에너지 정책을 아우르던 상공부의 옛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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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는 커졌지만 과거의 야성을 회복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이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산업부는 기업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면서 시의적절한 육성책을 펴던 상공부 시절과는 달리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책을 펴면서 대기업의 ‘이해관계자’로 변질됐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평판은 통상업무를 떼어내고 중소기업부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 논리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의 전직 고위관료 출신의 한 인사는 “산업부의 업무 자체가 상공부 시절 개별 업종이나 산업 기능을 육성하는 ‘수직적(vertical)’ 정책에서 기업을 전면에 세우고 뒤에서 기술발전과 인력 양성에 힘을 쏟는 ‘수평적(horizontal)’ 정책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산업환경의 변화에 맞춰 산업부의 정책이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조직개편 움직임에 대해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는 모습은 다른 부처에서도 의아하게 바라본다. 잡음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경제부처의 한 관료는 “산업부는 그 많은 수난시대를 겪으면서도 결국 살아남았다”며 “만만한 조직이 아닌데 (조직개편이)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조직을 ‘순치’했고 이에 따라 핵심 인력 등이 떠나면서 야성마저 사라졌다는 자조적 평가도 나온다.

과거 인수위원회에서 공론의 장을 열어 논의했던 것과 달리 일방적인 조직개편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과거의 조직개편을 보면 각 분야의 전문가와 각 부처의 정통관료 등이 한곳에 모여 치열한 논의를 거쳐 정부 조직개편이 결정됐는데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며 “이번 정부는 인수위가 없어서 그런 과정이 없었고 산업부도 목소리를 낼 장이 없는 만큼 조용히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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