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바둑 대결을 앞둔 중국 1위 바둑기사 커제 9단이 어려운 승부를 예상했다.
22일 홍콩 봉황망 등에 따르면, 커 9단은 언론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심으로는 내가 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 역시 매우 어려운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알파고가 쓰는 수는 신선의 수”라고 말했다. 몸을 한껏 낮춘 그는 또 “알파고가 연초에 ‘마스터’라는 아이디로 바둑고수들을 60연패 시킨 것은 정말 굉장한 일이었다”며 “그의 많은 수가 우리 바둑 기사는 물론이고 수천 년의 바둑 기보를 뛰어넘는 것들이었다”고 평가했다. 커 9단은 알파고가 보여준 수를 따라 배우고 있다며 “이전에는 알파고의 많은 수가 인간의 것이었지만 지금은 신선이 두는 수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자신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커 9단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대국을 벌이고 있을 때 “내가 알파고와 붙으면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당시 커 9단은 이 9단을 두고 “인류 바둑 기사의 대표 자격이 없다. 이제 나는 이세돌에게 야유를 보내겠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커 9단과 알파고의 이번 대국을 두고 중국의 유명 바둑기사 구리 9단이 커 9단의 승률을 10%로 예측한 것에 대해서 “비교적 객관적이지만 지나치게 극단적인 평가로 보인다”며 “승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면 100% 지는 것이고 이기면 100% 이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둑 전문가들은 알파고의 압승을 점치고 있다.
구글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는 중국바둑협회와 함께 23일부터 27일까지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바둑의 미래 서밋’을 개최해 커 9단 등 중국을 대표하는 바둑기사와 알파고의 대국을 진행한다. 커 9단은 23일과 25일, 27일 세 번에 걸쳐 알파고와 일대일로 대결을 펼치고, 24일에는 중국 9단 기사 5명이 서로 상의하며 알파고와 겨루는 상담기가 열린다. 26일에는 구리 9단과 렌샤오 9단이 각각 알파고와 팀을 이뤄 복식 경기를 펼치는 페어 대국이 예정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