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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대립군’ 풍찬노숙 여진구X이정재...국민이 원하는 진짜 리더를 만나기위해

1592년과 2017년, 놀랍도록 닮은 두 시대

“대립군(代立軍)

있는 자들의 군역을 대신 치르다









1592년 임진왜란의 단면을 통해 2017년 우리들의 삶을 짚어본다. 영화 ‘대립군’이 전하는 메시지다. 無의 상태에서 有를 향한 돌격, 그 속에서의 아픔이 ‘대립군’에 담겨 있다.

22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는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돼 영화가 선 공개 됐다.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되어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代立軍)의 운명적 만남을 그린 작품.

임진왜란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작품은 다수 있어왔다. ‘광해’(2012, 감독 추창민), ‘명량’(2014, 감독 김한민)이 대표적이다. 앞선 작품들로 우리는 임진왜란이 가져온 시대적 아픔과 그 속에서 나라와 백성을 구제하기 위해 힘쓴 위인들을 재조명했다. 그럼에도 ‘대립군’이 새삼 전하는 의미가 남다르다.

2017년은 우리 국민들에게 유독 의미 깊은 해로 기억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사태로 어지러운 시국을 견뎌온 것에 이어 이례적으로 장미대선을 거쳐 이른 시기에 새 대통령을 맞은 해다. 격변의 시대와 고난을 겪은 지금의 우리들과 영화 속 대립군들은 참으로 닮아있다.


대립군들은 돈이 없는 자들이 있는 자들 대신 목숨을 내놓고 군역을 치른다. 남의 이름으로 살기 때문에 변변하게 자기 이름을 내세울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제대로 된 대우조차 받지 못 한다. 현대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모습을 투영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껏 처절하고 애달프다. 역사가 임진왜란을 서술하며 거대 전투를 조명할 때 ‘대립군’은 묵묵히 뒤에서 힘쓴 민초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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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이 영화는 맞추는 초점도 다를뿐더러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도 조금 다르다. ‘명량’은 극적 전투로 스펙터클함을 내세웠지만, ‘대립군’은 실제 분조(分朝) 행렬이 움직인 동선을 그대로 따라 이동하면서 리더를 세우고 국지전을 거쳐 나라를 일궈나간다. 흡사 ‘반지의 제왕’ 속 원정대를 보는 기분이다. 이 과정에서 비참함을 노래하는 대립군, 그들과 함께 몸소 대적하는 광해까지 이들은 성장담을 보여주기도 한다. 격동으로 그리지 않더라도 묵직하게 저며 오는 메시지가 크다.

무엇보다 이정재, 여진구, 김무열, 이솜, 박원상, 배수빈 등 배우들의 노고에 박수를 건넨다.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위해 ‘대립군’은 올 로케이션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명산을 거니는 험난한 여정을 거쳤다. 감독의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위해 주인공들이 겪는 고통을 최대한 담아내려 했다”는 의도처럼, 배우들은 스크린에서 실제로도 극한의 피로감을 표정으로 드러내 웃지 못 할 여운을 안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배우들은 열연을 해냈다.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을 맡은 이정재는 카리스마와 우직한 면모로 ‘관상’과는 또 다른 인상적인 사극 캐릭터를 선보였다. 여진구는 명나라로 파천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분조를 이끄는 어린 왕 광해 역을 맡아 혼란과 두려움의 감정을 백 마디의 말보다 하나의 눈빛 연기로 오롯이 표현해냈다. 대립군의 야심가 곡수로 분한 김무열은 야망 가득한 면모부터 헌신적인 모습까지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광해의 의녀 덕이 역의 이솜, 대립군의 정신적 지주 조승 역의 박원상, 광해의 호위무사 양사로 분한 배수빈 역시 대립군과 분조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 ‘원정 케미’로 잘 어우러진다.

대한민국 제 19대 대통령이 일어섰다. 새 시대의 동이 텄다. 과연 우리가 바라는 리더는 누구이며, 현실 리더는 어떠한 책무를 이행할 수 있을지. 재차 고민해 봐도 부족함이 없을 화두의 영화 ‘대립군’이다. 5월 31일 개봉.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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