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신용평가사의 진입을 위한 시장 평가위원회가 이달 활동을 본격화한다. 지난해 말 신용평가시장 경쟁 격화를 이유로 논란을 겪은 후 잠잠해졌던 ‘제4 신평사’ 설립 이슈가 새 정부 들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규 신평사와 관련해 시장 환경을 검토·평가하는 신용평가시장 평가위원회가 이달 말께 1차 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선 신용평가시장 자체를 평가하기 위한 점검항목을 마련하고 현행 신용평가업 인가 요건을 강화·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점검항목의 예시로 △신용평가 시장의 안정적 성장과 경쟁력 △시장의 적극적인 평판 형성 △신평사의 독립성 △이해 상충 방지체계 △부실평가에 대한 감독·제재 등을 들었다. 특히 시장이 신규 신평사를 허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 평가위가 매년 검토해 이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9월 금융위는 제4 신평사 허용 여부와 기존 신평사의 평가역량 제고 등의 내용을 담은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각 신평사별 평가 결과를 쉽게 비교해볼 수 있도록 공시를 확대하고 신평사에 대한 역량평가 실시, 금융사 차원의 자체 신용도 공개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가장 관심이 높았던 제 4신평사 허용에 대해서는 ‘현재 신용평가 품질에 대해서 의심이 이는 상황에서 제4 신용평가사 진입 허용이 과당경쟁·부실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해 평가위원회 구성을 선결 과제로 내세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그동안 제4 신평사 허용이 경쟁격화로 신용등급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제4 신평사 도입을 통해 신용평가제도가 개선될 수 있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와 함께 이날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올해 신평사 역량평가 결과를 보면 신용등급의 정확성 부문에서 한국기업평가는 3.27, 한국신용평가 3.24, NICE신용평가는 2.95로 중간(매우 낮음 1~매우 높음 5) 정도의 성적을 거뒀다. 금투협 관계자는 “신평사 3사가 기업의 부도 발생 직전에 신용등급을 급격히 내리는 행태가 공통으로 나타났다”며 “3사 간 차별성에 대한 체감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시장 규모가 824억원 정도인 국내 신용평가시장은 한기평 32.5%, 한신평 32.5%, 나이스신평 35.0% 등 3개사가 균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신규 신평사 진입 논의는 물론 1년마다 신평사의 역량평가를 실시해 매년 4월 결과 발표에 따라 진행하기로 했다. 또 관련 규정 위반 시 신평사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부과하는 동시에 부실평가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도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손해배상책임 강화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해 올해 상반기 중 입법예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는 신평사의 발행기업에 대한 독립성 제고를 위해 제3자 의뢰평가를 허용하고 신평사 선정 신청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신평사 선정 신청제란 발행기업의 신청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신평사를 전정해주는 제도로, 회계 감사인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해주는 감사인 지정제와 유사한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