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로 만든 폐동맥 인공판막 구조물은 성능과 시술 및 10년 뒤 재시술의 편의성 등의 측면에서 임상시험 중인 중국·미국 기업의 것보다 우수합니다. 하지만 든든한 자금력과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기업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김기범(사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2일 기자와 만나 자신이 만든 폐동맥 인공판막 구조물의 성능에 대해 자신하면서도 중국의 추격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폐동맥 판막이 제 기능을 못하는 선천성 심장 질환자 10명(13~36세)에게 그물 모양의 원통형 금속 스텐트에 고정시킨 폐동맥 인공판막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김 교수와 지난해 정년퇴임해 세종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김용진 전 소아흉부외과 교수 등이 개발한 폐동맥 인공판막 관련 기술은 서울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소화기계 스텐트 업체인 태웅메디칼로 이전됐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경쟁 업체인 비너스메디테크(계명의료)의 공격적 행보 때문에 ‘시판허가를 받은 세계 첫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판막’이라는 영예와 글로벌 리딩 제품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비너스메디테크는 지난 4월 대동맥 인공판막과 스텐트에 대해 중국 식품의약청(CFDA)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폐동맥 인공판막과 스텐트는 임상시험 중이다.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3,700만달러를 투자해 연구개발 및 제품 상업화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중앙정부는 5년 단위 프로젝트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혁신적 의료기기 특별승인 절차’를 가동해 조기 시판허가를 해줄 계획이다. 저장성 정부도 이 회사를 항저우로 유치하고 저장의대 제2부속병원과 심장판막연구소를 공동 설립하는 데 다리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풍선을 팽창시켜 인공판막 스텐트를 확장·고정시키는 풍선형은 크기가 제한돼 수술로 판막이식을 받은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고 향후 미국·유럽에서 수입되더라도 가격이 3,000만원 정도로 비싸다”며 “국민 의료비 절감과 유망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